비례경선 부정과 관련한 후속조처를 놓고 몸살을 앓던 통합진보당이 결국 전국위원회의에서 ‘대표단과 비례순위 경쟁 명부의 비례 당선자와 후보자 전원 총 사퇴’를 결정했다. 소위 경기동부연합으로 불리는 당권파의 거센 항의와 저지로 당내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모습을 보였으나, 어렵사리 강력한 쇄신 의지가 반영된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당초 5일 오후 3시 재개되기로 했던 전국운영위회의가 무산되고 이날 밤 9시 40분 온라인상 전자회의로 회의가 속개돼 이 같은 안건이 28명 성원중 28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통과된 '비례대표선거진상조사위원회 결과 보고에 대한 후속조치의 건'은 수정동의안 1번으로 권태홍 운영위원이 제안했다.

공동대표단은 오는 5월 12일 열리는 중앙위원회에 보고 후 총 사퇴하기로 했으며, 이번 비례 선출과정의 정당성과 신뢰성이 상실된 만큼 순위경쟁명부의 비례 당선자 및 후보자 전원은 총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전략공천명부에 오른 정진후·김제남·박원석·서기호·강종헌씨 등으로 확정됐다. 결과적으로 당초 6명의 비례 당선자 중 윤금순·이석기·김재연(1~3번)씨 등이 사퇴하고, 비례 명단 14번 서기호(42)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와 18번 강종헌(60) 한국문제연구소 대표가 비례대표를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이 확보한 비례대표 의석은 총 6석인데 경선을 통해 뽑힌 비례대표 후보 14명이 모두 사퇴하고 전략공천된 유시민 공동대표까지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5석으로 줄어들게 됐다. 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 후보자 승계는 총선 전 당이 제출한 비례대표 명단 중에서만 가능하다. 사퇴자가 남은 비례대표 후보자보다 많을 경우 해당 의석은 반납되고 공석으로 남게 된다.

통합진보당은 선거관리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하지 못한 관련자 전원을 당기위원회에 회부하고, 차기 중앙위원회의에서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당의 쇄신과 차기 당직선거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비대위는 당원 의견 수렴을 거쳐 당헌, 당규제정,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선거시스템 구축 등을 마련하고 새 지도부 선출 후 6월 말 해산할 예정이다.

또한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 발표와 관련, 향후 보다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조항이 원안에 추가됐다. 천호선 대변인은 6일 새벽 서면 브리핑을 통해 추가된 조항과 관련 “진상조사위의 보고서 채택을 전제로 하고 있는 부분이 삭제돼야 하며, 새로운 지도부의 선출시기를 가능한 한 앞당겨야 하고, 진상조사위 보고서의 미흡한 부분에 대해 추후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과된 안건의 원안은 윤금순, 김성진, 김창현, 방용승, 민병렬, 최은민, 현애자, 한정애, 이영순, 이영희, 고창권, 유성찬, 이광철, 박 무, 김성현, 이미영, 홍용표, 권태홍, 노옥희, 박창완 등 21명의 운영위원이 발의했으며 김종민 운영위원이 대표로 현장발의했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2시 개최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의는 비례대표진상조사 보고서를 두고 운영위원들 간의 밤샘 격론을 거쳤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5일 오전 8시 30분 정회했다. 당시 중앙위원회의 현장에선 소위 ‘당권파’ 소속으로 보이는 참관 당원들의 반발 및 회의 진행 방해로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정상적인 회의진행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이정희 공동대표가 의장역할에서 스스로 물러나고 유시민 공동대표가 임시로 의장 역할을 이어받아 회의를 진행, 두 차례에 걸쳐 속개를 시도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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