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3시에 속개되기로 했던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가 일부 당원들의 물리적 저지로 무산됐다. 이날 아침 이정희 공동대표의 퇴장으로 사회권을 넘겨받은 유시민 공동대표는 ‘전자회의’로 회의를 속개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4일 오후 2시부터 밤새 운영위를 열어 지도부 총사퇴와 경쟁명부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 전원 사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비례대표 선거 진상조사위 결과 보고에 대한 후속 조치’ 안건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정희 대표를 중심으로 ‘당권파’ 운영위원들과 당원들이 “당원이 뽑은 후보가 사퇴하려면 당원이 결정해야 한다”며 안건 표결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운영위는 표류를 거듭했다.

조승수, 윤난실, 현애자, 김종민 등 다수의 운영위원들은 ‘더 이상의 토론은 무의미 하다’며 토론 종료와 안건 표결을 요청했지만, 이정희 대표는 꼿꼿하게 버텼다. 이 대표는 “표결하게 되면 상처가 클 것 같다. 만장일치가 필요하다”며 “이 문제를 표결로 처리하면 당의 상황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새벽 3시경 정회를 선포 한 공동대표단은 따로 모여 해법을 모색했지만,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이후 속개된 회의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이정희 대표는 “부실한 조사로 과도하게 부정행위자로 내몰린 분들에 대해서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과 “6월 3일까지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하고 절반의 통합을 완성시키고자 했던 것이 언제 가능할지 얘기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표는 끝내 5일 오전 7시경 사회권을 내놓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에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는 사회권을 유시민 대표가 이어 받기로 하고 5일 오전 11시 회의를 속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권파 당원들 100여 명이 회의가 열릴 예정이던 국회 본청 출입구를 몸으로 막아서면서 회의 재개는 무산됐다. 이어 통합진보당은 5일 오후 3시에 회의를 속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출입기자들에게 통보했지만, 당원들은 회의장으로 예정된 국회 의원회관 출입구를 또다시 봉쇄한 채 대표단과 운영위원들을 막아섰다.

이들은 “부실조사 인정하라”, “진상조사위원장은 사과하라”, “진성당원을 외면하지 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회의장에 진입하려던 대표단과 운영위원들을 가로 막았다. “유시민은 사퇴하라”는 구호도 나왔다. 10여분 동안 대치가 이어진 끝에 결국 대표단과 운영위원들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유시민 대표는 “더 실랑이를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더 안 좋은 모습 보이는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유 대표는 이어 “지금 회의장에 들어가는 게 불가능한 것 같다”며 “전자회의로 속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예정된 중앙위원회 일정이 다음 주말이기 때문에 안건 공지 기간이 1주일 필요하고 당규와 당헌 절차들을 다 지키기 위해서는 되도록 오늘 내로 의결이 완료되어야 할 것 같다”며 “전국운영위원들만 들어가실 수 있는 카페를 하나 설치해서 거기에서 각자의 의견을 명확히 표현하는 방법으로 의결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어떻게든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유 대표는 “전자의결을 위한 절차를 갖추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이 잘 안되어서 자칫 오늘을 넘길 수도 있다”며 “최대한 오늘 자정 전에 표결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표단과 운영위원들은 일단 자리를 떴다. 천호선 대변인은 “과도기 당헌당규에 전자회의의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해뒀다”고 밝혔다. 대학생 당원 등 일부 당원들은 운영위 해산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조승수, “통합진보당 이렇게 주저앉지 않을 것”
[인터뷰]조승수 운영위원

회의 재개가 무산되고 ‘전자회의’ 속개 방침이 결정된 직후, 씁쓸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리던 조승수 운영위원(전 진보신당 대표)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부끄럽다”면서도 “이렇게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을 탈당해서 통합진보당에 합류하면서도 고민이 있었을 텐데, 어떤 생각이 드나.

조: 사실 뭐 과거 민주노동당 분당이후 다시 통합 과정에서 이른바 패권주의가 없어졌기 때문에 온 건 아니었다. 있지만 점점 대중적으로 국민적으로, 이건 바로잡혀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형태 자체가 너무나 놀라운 방식으로 지금 (드러나고 있다). 뭐 어쨌든 이 과정도 결국 햇빛 속에, 밝은 곳에 어두운 부분이 다 드러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 자체가 너무나 충격적이다. 참으로 진보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개탄스러운 심정이다.

-실망을 드러내는 지지자들이 많다.

당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당에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신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렇지만 통합진보당이, 혹은 진보정치가 이렇게 주저앉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것이 결국 새로운 태어남을 위한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국민 앞에 새롭게 희망으로 다가갈 노력을 해야 한다. 각오를 다지고.

-이대로 당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우려는 되시겠지만, 그렇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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