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의 최대 변수로 SNS가 떠오르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5월 “2011년 현재 트위터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득표율 중 8~12%이며 내년 선거에서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과연 이번 SNS선거전은 어떤 양상을 띨까. / 편집자 주

이동관 전 청와대 언론특보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통합당 이인영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으로 출마의사를 알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재선 의사를 밝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처럼 SNS 기반 선거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군소정당 후보, SNS ‘주목’=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A후보(통합진보당)는 트위터에서 “저도 강남을에 사는 유권자입니다. 후보님을 지지합니다”라는 트윗이 날라 올 때면 뿌듯하다. 그는 최근 열린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서 ‘SNS타임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500명 가량의 당원들과 후보들이 약 5분 동안 당과 후보를 지지하는 트윗을 한꺼번에 날리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A후보는 “심상정, 유시민, 이정희 대표와노회찬 대변인, 그리고 당원 500명의 팔로워를 합치면 200만명쯤 된다”며 “이들이 한 번 트윗을 날리는 것은 유인물 200만장을 뿌리는 것과 같은 효과”라며 SNS선거운동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양당 및 유력정치인에 편중된 선거 보도 양상에서 SNS는 군소정당 후보들에게 새로운 소통 창구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의 예비후보들 모두 SNS에 뛰어들었지만 기존 언론에의 노출 빈도를 따져봤을 때 이들보다는 SNS를 통한 소통이 더 절박한 셈이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B후보(진보신당)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B후보는 “방송과 지면은 시공간적 제한이 있는데 SNS는 그런 제약이 없다”며 “SNS가 기존 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비용과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반화된 방법은 아니지만 ‘나는꼼수다’의 열풍을 이어 팟캐스트 방송을 시도하는 후보들도 있다.

대구 수성구갑의 C후보(진보신당)는 ‘나는대세다’ 1회분을 곧 방송할 예정이다. C후보 측은 “지역뿐 아니라 언론매체도 보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과의 소통구조가 없었는데 팟캐스트를 통해 이런 구조가 생겼다”고 봤다.

경기도 수원·장안의 D후보(통합진보당)는 ‘진보스타’를 이미 1회분 내보냈다. D후보측은 “팟캐스트에 나온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고 한다”며 SNS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이들은 SNS상에서의 활동이 지역 유권자들의 실제 ‘표’로 연결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의 가디언은 “TV와 같은 매스미디어의 전면적 활동에 비해 비록 전면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면에서 활발하게 형성되는 온라인 네트워크 활동을 후방채널”이라며 그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각계격파 SNS, ‘해시태그’ 전략 부족=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SNS선거운동은 초보 단계다. 후보들이 SNS상에서 펼치는 활동은 자신의 선거운동을 전달하거나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이들과 트윗을 주고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당 차원에서도 SNS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후보 개개인의 팔로워 및 팔로잉과 리트윗 숫자 정도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 ‘정권심판론’을 내세우지만 이를 중심으로 트위터리안들을 결집하지는 못 하고 있다. 해시태그(#) 활용에 대한 전략이 부재한 것이다. 해시태그는 동일한 주제의 글을 쉽게 모아주는 트위터 고유의 검색 기능이다.

이미 트위터리안들이 ‘#HOPEBUS’나 ‘#한미FTA폐기’ 등 해시태그를 이용한 트위터 의제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당이 정작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군소정당들은 물론 새누리당도 이런 면에서는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상대편 진영을 비판하고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활동이 일상화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행정명령으로 정책을 실시하자 공화당은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 정권을 교체할 때까지 기다릴 수없다”는 의미의 ‘#WeCantWait’를 트위터에 퍼뜨렸다. 지난해 세계를 강타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도 해시태그를 통해 확신됐다. 

지난 2010년 발표된 논문 ‘소셜 미디어의 선택적 적응과 정치발전’(조희정, 이원태)에서 해시태그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선거 직전 한 달 동안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2010년 영국 총선에서 자유민주당 및 관련 해시태그는 노동당보다 50%, 보수당보다 75%나 높게 나왔다. 당시 자유민주당의 부상은 영국의 양당구도를 깬 중요한 사건이었다.

▷전문가들, SNS효과 ‘반신반의’=이번 총선에 미치는 SNS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며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까. 전문가들은 SNS의 영향력을 대체적으로 인정하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한 SNS 전문가는 “유권자가 3500만명이고, 스마트폰 인구가 2000만명을 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누가 봐도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류석진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안티 테제나 결집에 관한 아이디어는 많지만 대안을 제시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정치적 성향이 같은 유권자들을 모으는 결집효과는 있다”면서도 “상대방 후보의 좋은 정책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총선에서 성향이 다른 유권자들을 내 편으로 끌어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지방선거나 재보궐 선거와 달리 이번 총선에서 해시태그의 성격이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SNS 전문가는 “이제까지는 투표 독려가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이슈의 생산이나 유통이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도 “낙선운동도 계속 되겠지만 새로운 방식이 나타날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들끼리 해시태그를 연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까지의 SNS 활용방식은 각개격파였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수도권과 부산·경남지역의 후보들이 소셜 미디어 기반의 네트워크를 구성한 연대와 협공이 한층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SNS 선거운동 방식이 진화해도 혜택은 유명 정치인에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뉴미디어 등장의 초장기에는 정치신인들을 알릴 수 있는 ‘초기효과’가 발생하지만 기존 정당이 뛰어든 이후에는 그런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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