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황당한 KBS이사회 변 "수신료인상 대폭 낮췄다"
황당한 KBS이사회 변 "수신료인상 대폭 낮췄다"
[기자칼럼] KBS이사들은 국민과 시청자에 답해야 한다

KBS 이사회는 19일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3500원으로 1000원 인상하는 안을 의결하면서 광고비율을 현행 유지하고 인상폭도 대폭 낮췄다고 주장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수신료 인상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하면서 배포한 발표문에서 KBS가 이사회에 제출한 인상안이 △수신료 6500원 인상에 광고 전면폐지 △수신료 4600원 인상에 광고비율 20% 축소 등 2개 안이었으나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고를 현행 유지하면서 인상폭을 대폭 낮춰 이같이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지난해 693억 원 흑자를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 1005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또 2년 여 동안 친정부 편향된 방송으로 공영방송의 위상을 형편없이 무너트렸다는 안팎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처지다. 게다가 광고방송은 지금 그대로 하겠다며 마치 생색내듯이 수신료를 1,000원만 올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상폭을 대폭 낮췄다는 것이 수신료를 40%나 올리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느나라 어떤 공영방송 셈법인지 알 수가 없다. 

KBS 이사회는 "방통융합시대에 방송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됐고,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보편적 서비스 제공과 고품격 프로그램 제작, 지역방송 활성화 등 공영방송이 수행해야 할 공적책무의 영역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며 "그러나 지난 81년 월 2500원으로 책정된 TV 수신료가 무려 30년 동안 동결되면서 공영방송의 재원이 크게 왜곡됐다"고 했다. 해묵은 '수신료 30년 동결론'이다.

정말 그러한가. KBS는 1994년 직접 징수방식에서 전기료와 합산 징수하는 방식으로 징수제도를 바꾼 뒤 수신료 수입이 크게 늘었다. 시청자들이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기 어렵게 만든 사실상의 '준조세적 징수방식'을 통해 막대한 수신료 인상효과를 거둔 것이다. 그래놓고도 표면상 수신료 금액만을 편의적으로 내세워 수신료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은폐하고 있다. KBS 이사회가 '수신료 30년 동결', '재원왜곡' 운운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 한 시청자가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수신료인상반대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이치열 기자  
 
KBS 이사회는 또 "이 같은 난제를 풀기 위해 국민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와 대구, 대전, 서울 등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공청회를 열었고 전문가 의견도 겸허하게 청취해 3500원 인상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KBS는 수신료 인상문제가 KBS 이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이후 여론조사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선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나 마찬가지다. 

KBS 이사회는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다양성이 확보되고 방송품질이 향상되면 그 혜택은 궁극적으로 국민 모두가 고루 누리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수신료 인상을 통해 확보된 재원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고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품격을 높이면서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의 공정성 시비가 불식되도록 하며 △자구노력과 경비절감 등을 지속적으로 독려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낯뜨거운 말들이다. 이들 이사들에게는 KBS 보도와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대한 비등한 비판 여론이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또 비판적 여론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되레 확신에 차 지금같은 방송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보도와 제작·편성 책임자들을 두고 어떻게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의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고,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품격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KBS 이사회는 한 술 더 떠 '지배구조'와 '법제도' 타령을 하기도 했다. 국회와 정부에 대해 이사회는 "KBS 지배구조와 법제도 개선방안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KBS의 공정성과 독립성 제고를 위해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검토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KBS가 불과 몇 년만에 공정성이나 독립성에서 형편없이 망가진 것을 놓고 법과 제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대통령 후보 특보 출신을 KBS 사장으로 앉힌 이사회가 그런 소리를 꺼내는 것 자체가 민망하지도 않은가. 아무리 염치없는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부끄러움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음은 KBS 이사회가 발표한 수신료 인상안 의결 발표문 전문이다.

KBS 이사회는 5개월에 걸친 심의끝에 2010년 11월 19일(금) 방송법 제65조에 근거해 월 2500원인 수신료를 3500원으로 인상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KBS가 이사회에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은 (1)수신료 6500원 인상에 광고 전면폐지(안)과 (2)수신료 4600원 인상에 광고비율 20% 축소(안) 등 2개 안이었지만 KBS 이사회는 무엇보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고를 현행유지 하면서 인상폭을 대폭 낮춰 이같이 의결했습니다.

방통융합시대에 방송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됐습니다. 또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보편적 서비스 제공과 고품격 프로그램 제작, 지역방송 활성화 등 공영방송이 수행해야 할 공적책무의 영역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81년 월 2500원으로 책정된 TV 수신료가 무려 30년 동안 동결되면서 공영방송의 재원이 크게 왜곡됐습니다.

KBS 이사회는 이 같은 난제를 풀기 위해 국민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했습니다. 광주와 대구, 대전, 서울 등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공청회를 열어 방송 주권자인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전문가 의견도 겸허하게 청취했습니다. 또 50여 차례나 임시이사회와 간담회 등을 집중적으로 열어 수신료 인상안의 타당성을 다각도로 심도 있게 점검해 3500원 인상으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국가적 과제인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공적 책무의 성실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일정액의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그렇지만 이를 통해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다양성이 확보되고 방송품질이 향상되면 그 혜택은 궁극적으로 국민 모두가 고루 누리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또 국내적으로는 공영방송을 넘어 방송생태계 전반에 건강한 영향을 미치고 세계적인 미디어 경쟁에서도 KBS가 견인차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수신료 인상안 의결을 계기로 KBS 이사회는 국민을 대신해 KBS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부문을 더욱 세심하게 감시·감독할 것을 다짐합니다.

첫째, 수신료 인상을 통해 확보된 재원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품격을 높이면서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의 공정성 시비가 불식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자구노력과 경비절감 등을 지속적으로 독려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

KBS 이사회는 이번 수신료 인상안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법제도적 절차 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의 구현을 위해 국회와 정부가 KBS 지배구조와 법제도 개선방안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2010.11.19.(금) 한국방송공사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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