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광고를 현행 수준에서 유지하되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3500원으로 40% 인상하는 방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 일제히 강력 비난하고 나서면서 조중동과 KBS의 밀월관계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종합편성채널을 매개로 조중동이 KBS와 정부쪽에 보여왔던 우호적 논조의 변화 여부와 관련해서도 주목을 끌고 있다. 

조중동은 KBS이사회가 지난 19일 수신료 인상을 전격 결정하자 22일자 사설 등을 통해 일제히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를 비롯해 다른 신문들도 KBS의 수신료 인상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 사설을 실었지만, 조중동은 비판의 방향에서 경향이나 한겨레와는 판이했다. 경향이나 한겨레가 가장 근본적으로 문제삼았던 것은 KBS의 공정성과 공익성이었지만, 조중동은 공정성이나 공익성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로지 광고도 지금대로 그대로 하면서 수신료만 올리려 하는 '꿩먹고 알도 먹겠다'는 몰염치(?)에 대해 분노했다.  

조중동의 사설에서는 이병순·김인규 사장으로 이어지는 KBS의 2년 여 동안 공정성·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훼손되고, '친MB 방송' '정권의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데 대한 진단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광고도 하고 수신료도 올리겠다는 것이냐'는 논리를 기반으로 "광고를 줄일 계획과 방안을 내놓으라"고 목청을 높였다. 

가장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곳은 동아일보. 동아는 사설에서 "인건비 지출(37%)이 콘텐츠 제작비 비중(36%)보다 많은 방만한 구조라서 공영성 높은 콘텐츠가 나오기 힘들다"고 방만경영론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동아는 2012년 말까지 끝내야 하는 디지털방송 전환 재원 마련을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KBS 주장에 대해 "광고 비중을 언제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게다는 로드맵이라도 내놨어야 한다"며 "수신료를 이번에 올리고 다음 기회에 또 올리겠다지만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 김인규 KBS 사장. ⓒKBS  
 
동아는 2TV 광고 유지 결정에 대해 "KBS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미디어산업의 구조와 기능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KBS가 광고를 더 많이 따기 위해 상업방송과 시청률 경쟁이나 벌여서는 저질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동아는 이런 주문을 내놨다.

"KBS가 한국의 방송 문화를 대표하는 '방송의 청정지대'가 되려면 광고방송을 전면 폐지해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는 고품격 방송을 내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동아는 이어 방통위에 대해 "KBS 이사회의 시청료 3500원 안을 그대로 국회에 제출하지 말고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검토를 거쳐 광고를 단계적으로 완전히 없애는 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에서 이런 속내를 드러냈다. 조선은 "KBS는 수신료도 올리고 광고도 그대로 하겠다고 나섰다"며 "KBS가 국민에게 수신료를 더 요구하려면 광고를 어떻게 줄이고 없앨 것인지 구체적인 일정부터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은 사설 제목을 '명분도 염치도 안 보이는 KBS 수신료 인상안'으로 달았다. 제목만 보면 KBS를 정면으로 비판한 듯 보이지만 글을 읽어보면 광고없앤다더니 왜 안 없앴느냐는 식의 핀잔이다. 중앙은 KBS가 '광고를 줄여 공영방송으로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겠다'고 약속하고는 광고수입 비중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한다며 공영성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가 광고수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더니 이번엔 수신료도 챙기고 광고도 그대로 내보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 동아일보 11월22일자 사설  
 
중앙은 "공익성과 상업성을 넘나들며 손쉽게 국민의 주머니를 털고 제 잇속만 챙기겠다는 뜻 아닌가"라고 비판하면서 이렇게 주문했다. 

"앞으로 방통위 검토에 이어 국회 상임위에 본회의 의결을 거치는 과정에서 '공영은 공영답게, 민영은 민영답게'란 미디어법 개정 취지도 살리면서 KBS가 국가 기간방송이자 '한국의 BBC'로 거듭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중동이 정연주 전 사장 퇴임 이후 KBS에 대해 이처럼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 특보 출신이 사장으로 와도 형식적인 언급 이외에는 별달리 문제 삼지 않았던 신문들이다. 그런 신문들이 KBS 수신료 인상 결정에 대해 왜 이리 흥분한 것일까?

그 답은 이들 신문의 사설이 주장하는 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중동의 사설을 보면 이들이 문제삼는 것은 수신료 인상 자체가 아니다. 수신료를 인상하면서도 광고를 '현행대로' 하겠다는 데 경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광고 없는 KBS'다.

종편 진출을 이명박 정권 시대의 최대과제로 삼아 노심초사해왔던 조중동으로서는 종편 사업자 인가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대해서도 이 정부의 언약을 굳게 믿어왔던 것 같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KBS는 수신료를 인상하는 대신 KBS 광고를 없애겠다고 공약해왔던 터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공언을 조중동이 당연한 '공약'으로 받아들인 것은 이상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언약을 믿었던 KBS가 여지없이 깨버렸다. 조중동이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일 터다.

이제 공은 방통위로 넘어갔다. 방통위가 KBS 수신료 인상안에 어떤 '검토의견'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조중동은 아예 KBS의 광고를 없애는 방향으로 재조정하거나, 혹은 적어도 그 일정이라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방통위는 여기에 어떻게 답할까? 조중동은 방통위의 결정을 '최시중'의 결정이 아니라 'MB'의 결정이라고 볼 가능성이 크다. 조종동의 사설은 곧 이명박 대통령에 보내는 '공개질의'인 셈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여기에 어떻게 답할까? 조중동과 MB정권의 밀월관계는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이명박 정권이 조중동을 붙들어매놓는데 유효하게 활용했던 '종편'이란 당근이 이제는 이 정권에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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