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 전직 임원이 돈을 주고 현직 임원의 아들을 병역특례업체에 부정 편입시켰다. 그리고 한 서울대 교수는 아들의 병역특례업체 부정 편입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역특례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은 12일 삼성자동차 전직 임원 김모씨 등 7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권모 서울대 공대 교수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오늘자(13일) 아침신문들이 보도한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삼성 전직 임원 김모씨는 모 정보통신업체의 부사장을 맡고 있던 2003년 12월 거래처인 한 병역특례업체의 김모(39·구속영장 청구)씨에게 1억원을 건네고 삼성전자 부사장 윤모(54)씨의 아들(27)을 병역특례 요원으로 편입시키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모 정보통신업체는 1999년 설립된 업체로 삼성전자가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부사장 출신인 지모(58)씨는 직접 병역특례업체를 운영하면서 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의 아들(22) 등 자신의 업체에 복무했던 병역특례자 4명에게 프로그램 개발이 아닌 계약서 관리 등의 업무를 시킨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앞서 언급한 서울대 권모 교수는 자신과 함께 병역특례업체를 공동설립한 제자 최모(36·구속영장 청구)씨와 짜고 자격요건이 미달되는 자신의 아들(26)을 병역특례요원으로 편입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한겨레만 언급한 삼성 임원과 서울대 교수 아들 '병역특례 비리'

아침신문들이 보도한 내용을 정리했다고 했지만 정확히 언급하면 '사실'과 좀 다르다. 삼성과 서울대라는 '표기'는 한겨레신문만 '구체적으로'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침신문 내용을 정리했다기보다는 한겨레신문을 정리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런 나머지 신문들은 어떻게 보도를 했을까.

대다수 신문이 'S그룹 임원들'이라는 이니셜을 사용했으며 일부 신문의 경우 '대기업 임원'이라고 통칭해 표현하기도 했다. 오늘자(13일) 신문들이 이 사안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한번 살펴보자.

경향신문 <병역특례비리 '신의 자식들' 알고 보니…대기업 임원·최고과학기술인 망라>
국민일보 <대기업 임원·교수 병역비리 적발>
동아일보 <교수-대기업 아들도 병역특례 비리>
서울신문 <대기업 임원·교수도 '병역비리'>
세계일보 <부끄러운 사회지도층>
조선일보
중앙일보 <대기업 임원, 교수 '병역특례' 비리>
한겨레 <삼성 임원·서울대 교수 아들 병역특례업체에 부정 편입>
한국일보 <대기업 임원·교수도 병역특례비리 연루>

매일경제 <대기업 임원·교수 병역비리 연루>
서울경제 <대기업 임원·교수 아들 병역비리 연루>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한겨레가 '실명'으로 보도했다는 게 아니라 거의 대다수 신문들이 제목에서 '대기업'과 '교수'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이다. 그나마(?) 조선일보가 제목에서 'S그룹 임원들'이라는 이니셜로 언급했을 뿐 다른 신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대기업 임원과 교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 한겨레 7월13일자 9면.  
 
중앙일보 '대기업 부사장급 임원' '모 대학'으로 언급

제목에서 '두루뭉실한' 표현을 썼던 대다수 신문이 기사에서는 'S그룹과 S대학'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세계일보는 '모 그룹' 'S대학'으로 표기했고, 서울신문은 '모 그룹' '국내 굴지의 유명대학'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대기업 부사장급 임원' '모 대학'이라고 언급, 가장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물론 실명 사용여부가 중요한 건 아니다. 익명 보도를 할 것인지는 해당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일인 데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자(13일)에서 아예 보도하지 않는 신문들(머니투데이,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에 비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조선일보 7월13일자 12면.  
 
   
  ▲ 세계일보 7월13일자 8면.  
 
하지만 거의 대다수 언론이 제목에서 '대기업과 교수'라고 '통일적으로' 보도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이다. 언론계에서 통상적으로(?) 처리해왔던 '이니셜 표기 원칙'마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만약 'S그룹'이 삼성이 아니었다면 언론의 보도는 어떤 양상을 보였을까. 지금처럼 이니셜 처리도 하지 않고 '대기업'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이 가정에 대한 질문은 일단 미루자. 하지만 '이니셜'로도 처리하지 않은 오늘자(13일) 대다수 신문의 보도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삼성의 힘'인가. 아니면 언론의 '자발적 판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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