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사건 대법 판결까지 이 회장 조사 안한다고. 2심 끝나면 한다더니….삼성이 세긴 세군."

오늘자(21일) 조선일보 1면 '팔면봉'에 실린 글이다. 에버랜드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조사를 대법원 판결 이후로 미룰 수도 있음을 시사한 데 따른 '논평'이다. 검찰의 이 같은 '방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기존 입장에서 바뀐 검찰, 배경이 뭘까

우선 검찰의 기존 입장과 이번 '방침'이 바뀐 점을 주목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21일자 11면 <검찰 '이건희 회장 조사' 연기 시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는 '항소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이 회장 소환이 불가피하다'던 기존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인데, 이 '후퇴'가 갖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 조선일보 6월21일자 11면.  
 
검찰의 입장 변화가 단순히 '후퇴'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오늘자(21일) 한국일보가 주목한 것처럼 "검찰이 대법원 판결 이후 소환 방안을 선택할 경우 이 회장에 대한 조사는 그 시기를 기약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최소한 대법원 판결 때까지 조사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만약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을 뒤집을 경우 또 다시 소환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이렇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는 언제 시작할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 수사를 할 것인지 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기존의 '강경한 입장'과는 너무 대비된다. 이 회장 소환을 거듭 미뤄 결국 유야무야 하려는 게 아닐까.

검찰의 입장 변화는 한겨레가 지난 20일 1면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알려졌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미 이런 기류를 일찌감치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위원회(위원장 김진방)는 지난 19일 에버랜드 전환사채발행사건 조사를 위해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하라는 의견서를 정상명 검찰총장 등에게 보냈는데, '묘하게도' 한겨레의 20일자 보도는 이에 대한 검찰의 '답변'이 돼버렸다.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검찰의 '입장'이 알려진 이후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와 경제개혁연대 등이 20일 성명을 내어 "자본이 법 위에 존재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망치는 길임을 검찰은 직시해야 한다"며 강하게 성토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사설에서 검찰의 '입장 변화' 질타한 한겨레

하지만 에버랜드와 관련해서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언론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쉽지 않다. 지난 19일 참여연대의 '의견서'와 20일 성명서 내용은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보도를 하지 않았고, 검찰의 '입장변화'도 한겨레와 한국일보 조선일보 정도가 주요하게 보도했다. 경제지들은 거의 대부분 '침묵'했으며 머니투데이와 이데일리 노컷뉴스 등이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전했을 뿐이다. 머니투데이가 20일자 6면에서 (정승일 국민대 겸임교수)이란 칼럼을 게재한 것이 '눈길'을 끄는 정도다.

   
  ▲ 한겨레 6월21일자 사설.  
 
시민단체들의 성명과 반발 등을 아예 보도하지 않는 언론의 태도도 문제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검찰이 기존 입장을 '수정'하면서 언급한 내용에 대해 언론이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보도부터 시작해 '논평' 기능까지, 사실상 에버랜드 문제와 관련해선 '언론의 기능'이 정지돼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한겨레가 오늘자(21일) 사설에서 "유죄 사건에서 법리 논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으로 의심되는 중요 관련자의 수사를 미루는 게 보통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눈앞에 드러난 큰 불법 사실을 방치하고 외면한다면, 다른 크고 작은 불법을 처벌할 때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안 검사장의 말은, 검찰이 아니라 변호인이 해야 어울린다"며 검찰을 질타한 것을 주목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검찰과 언론마저 에버랜드 사건을 '침묵'한다면 누가 삼성을 견제할 수 있을까. 오늘자(21일) 조선일보 '팔면봉'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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