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감사 동의 없는 감사실 인사발령을 강행하며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번 사건이 경영진 인사에 대한 ‘특별감사’로 번질 전망이다. 현직 KBS 감사가 “부당한 인사발령에 관여한 모든 관계자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KBS 사측은 설 연휴를 앞둔 8일 감사 동의 없이 감사실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 발령을 했다. 이를 두고 절차를 어긴 부당한 인사라는 반발이 나오자 사측은 13일 오전 사내 공지를 통해 “이번 감사실 인사는 방송법과 정관에 근거한 정당한 인사”라며 “공사의 모든 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사장에게 있으며 감사실 직원이라 해도 감사직무규정 등을 근거로 하여 예외를 주장할 수 없다”고 했다. 사측은 “감사실 현 보직자들은 현 부서에서 2년 이상 재임했다. 그리고 사장 취임 후 수신료 분리징수 등 공사 경영위기 상황에서 인적 쇄신을 위해 전반적으로 간부 인사를 했고, 감사실도 경영 행위의 일환으로 부서장 순환 인사가 필요하여 인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찬욱 KBS 감사는 같은날 오후 “회사는 이번 감사실 인사가 법령과 규정에 따라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정당성이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면서 “공영방송 KBS 집행부의 인식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 입장을 냈다. 박 감사는 “사장의 인사권은 무소불위가 아니라 법령과 규정의 범위 내에서 절차에 맞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를 제한하기 위하여 회사는 인사규정, 취업규칙, 감사직무규정 등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며, 부당한 인사권 행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감사에게 공사 업무에 대한 감사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사진=KBS

‘감사 독립성과 감사 보조기관 인사는 별개’라는 사측 주장에 대해선 “업무상 불가분의 관계인 감사와 감사실을 억지로 구분해 ‘감사보조기관’인 감사실 인사는 사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견강부회’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법령과 규정에서는 감사담당자의 요건을 명시하는 한편 해당 요건에 부합하는 자 중 ‘감사가 인정하는 자’로 임용하도록 감사의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감사는 ‘이번 인사발령에 대해 충분한 협의기간을 거쳤다’는 사측 주장도 반박했다. “공사 경영진은 처음부터 감사에게 단수의 인사안을 제시했다. 또한 해당자에 대한 판단과 검토를 위해서 근평 결과나 징계 사항 등에 대해서도 제공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를 지금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며 “본 감사는 해당자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음에도 아직까지 제공받지 못했다. 이는 협의가 아니다. 일방 통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박 감사는 또한 감사실 인사가 ‘인력순환 정책에 따른 정당한 인사’라는 사측 입장에 “독립기관인 감사의 보조기관인 감사실을 갑자기 무슨 이유로 쇄신해야 하는 것인지 감사에게 설명한 바가 전혀 없다”며 “감사도 모르는 쇄신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주시기 바란다. 아울러 감사의 의견에 반한 인사를 강행하면서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감사실을 쇄신하겠다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4일 성명에서 KBS 감사실 인사 논란을 “신군부가 헌병을 장악한 셈”이라고 비유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태는 정권의 하명을 받고 KBS에 입성한 박민이 벌여온 인사 전횡과 참사를 무마하고 감사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민은 사장 취임 이전부터 주요 뉴스 프로그램들의 앵커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를 억지로 하차시키고 정권이 초래한 수신료 위기를 직원 강제 전보로 귀결시켰다. 심지어 단체협약에 명시된 국장 임명동의제를 무시하고 5개 부서 국장을 임명하는 폭압을 저지르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인사 전횡은 곧 공영방송 KBS의 침몰로 이어지고 있다. ‘땡윤뉴스’라는 비아냥이 모자랐는지, 설 연휴 직전에는 기자회견에 나설 깜냥이 안되는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파우치 대담’을 진행해 전국민의 낯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그 비루함을 참다못한 시청자들이 대담을 진행한 앵커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청자청원에 나서기도 했다”며 “윤석열과 그 하수인 박민에 의해 ‘국민의 방송’ KBS가 처참하게 망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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