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 사진=KBS 제공
▲박민 KBS 사장. 사진=KBS 제공

박민 KBS 사장이 13일 감사실장과 감사부장 등 감사실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 발령을 내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KBS 감사직무규정 제9조에서 ‘감사부서 직원의 보직 및 전보는 감사의 요청에 의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한 인사라는 비판이다. 감사실에서 진행 중이던 감사를 방해하기 위해 인사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앞서 KBS는 설 연휴 직전이던 지난 8일 감사실 주요 부장을 일괄 교체하는 인사 발령을 예고했다. 그러자 박찬욱 KBS 감사는 내부 게시판에 “감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부당한 인사 발령”이라며 “이번 발령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감사는 내규 및 절차에 따라서 감사직무규정 위반 및 감사 활동 방해 행위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행할 것이며,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감사는 이번 인사가 △감사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감사와 직원 인사에 관하여 정상적인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신임 부서장에 관한 근무평정 등 인사 검증 자료도 제시하지 않는 등 일방적으로 시행됐다는 입장이다. 박 감사는 특히 “현재 감사실은 2024년도 감사계획을 수립, 공지하여 일반감사에 착수하였으며 민감하고 중요도 높은 특별감사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바, 이러한 가운데 감사의 요청 없이 감사실 부서장의 전보를 추진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감사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경영진은 13일 오전 사내 공지를 통해 “이번 감사실 인사는 방송법과 정관에 근거한 정당한 인사”라고 반박했다. KBS는 “공사의 모든 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사장에게 있으며 감사실 직원이라 해도 감사직무규정 등을 근거로 하여 예외를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감사의 주장처럼 ‘감사의 동의가 있을 때만 감사실 인사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면 사장의 인사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경영진은 또 “감사실 현 보직자들은 현 부서에서 2년 이상 재임했다. 그리고 사장 취임 후 수신료 분리징수 등 공사 경영위기 상황에서 인적 쇄신을 위해 전반적으로 간부 인사를 했고, 감사실도 경영 행위의 일환으로 부서장 순환 인사가 필요하여 인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KBS본관. 사진=KBS 제공.
▲KBS본관. 사진=KBS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이번 인사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감사실에서 실무진을 이끄는 3명의 부장이 모두 낙하산 박 사장이 임명한 인물들로 꾸려지게 됐다”며 “지금까지 KBS 역사에서 감사실 인사를 두고 감사와 사장이 서로 다투는 상황이 벌어진 건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실은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하는 기관이자, 감사를 통해 드러난 위법행위 등에 대해 징계나 고발을 요구할 권한까지 가진 기관으로 독립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한 뒤 “감사의 의사와 상관없이 낙하산 박 사장과 사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단행된 이번 인사는 명백한 감사직무규정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영진의 해명을 두고선 “분리징수와 감사실 인사가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라고 되물으며 “감사의 독립성을 훼손하면서까지 감사실을 자신의 사람으로 채워 KBS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들 생각이냐”며 즉각적인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인사에 정치권도 우려하고 나섰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3일 “감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감사실에 대한 부당한 인사 발령은 명백히 감사 방해”라며 “현재 KBS 감사실은 일반감사를 비롯해 민감하고 중요도 높은 특별감사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민 사장이 무리한 인사 발령을 밀어붙인 것은 감사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 말고는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KBS의 공정성과 독립성 훼손을 덮기 위해 감사실의 독립성을 침해하며 감사를 방해하는 박민 사장의 행태가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하다”며 “파렴치한 행태를 당장 멈추라”고 경고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박찬욱 감사의 법적 대응이 예상되는 가운데, KBS 안팎에서는 박 감사가 언급한 “민감하고 중요도 높은 특별감사”가 뭐길래 경영진이 이렇듯 논란이 불가피한 감사실 인사를 강행한 것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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