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이른바 ‘가짜뉴스법’이 만든 언론 탄압 현실을 보도한 게스빈 모하마드 취재팀이 제3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조직위원회는 올해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대상인 ‘기로에 선 세계상’ 수상작으로 ‘인사이드 러시아: 푸틴의 국내 전쟁’을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게스빈 모하마드와 알렉산드라 오디노바 기자 등 4명이 꾸린 취재팀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러시아 푸틴 정권 비판 여론, 전쟁 반대 운동, 전쟁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언론·표현의 자유 보장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지난해 10월 영국 ITV와 미국 PBS 프론트라인에서 방영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푸틴 대통령 서명으로 이른바 ‘가짜뉴스처벌법’을 발효시켰다. 이 법은 러시아군 관련 ‘허위 정보’를 퍼뜨리면 최대 3년형에 처하고, 국가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 최대 15년형에 처하도록 했다. 조직위원회는 “취재팀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민주주의·인권·평화 위기에 저항하는 이들을 영상으로 세상에 알렸다”며 “외신기자 취재 금지와 철수로 제대로 보도되지 못한 러시아 내부 이야기를 생생하게 고발했다”고 평가했다.

▲‘인사이드 러시아: 푸틴의 국내 전쟁’ 캡쳐 화면 갈무리.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인사이드 러시아: 푸틴의 국내 전쟁’ 캡쳐 화면 갈무리.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뉴스부문엔 지난해 8월 가장 위험한 전장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위치한 바흐무트를 취재한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조직위는 “‘바흐무트 전투’를 보도한 벤자민 솔로몬 등 세 명의 기자는 공감 가는 스토리텔링으로 시청자 알 권리를 충족했고 전쟁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촬영 기법을 썼으며 냉철한 질문과 해설로 객관성을 높였다. 인터뷰 도중 포격과 전투기를 피하면서 바흐무트 주민들의 삶을 보도했다”고 했다.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 캡쳐 화면 갈무리.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 캡쳐 화면 갈무리.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특집 부문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바그너그룹의 폭력과 학대를 취재해 여론 조작 위험성을 드러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가 선정됐다. 캐롤 발라드와 클래망 디 로마 기자가 취재했다. 심사위원들은 “국제 정치의 권력 관계가 약소국가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왜곡하고 실패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고발하는 보도이자 국제 사회와 대형 언론이 큰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와 사람들의 절박한 민주주의 문제를 세상에 알리는 문제 의식과 노력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캡쳐 화면 갈무리.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캡쳐 화면 갈무리.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공로상인 ‘오월광주상’은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현장을 취재했던 유리 볼다코프, 고 블라디미르 쉐브첸코, 고 빅토르 크리프첸코, 고 볼로디미르 타란첸코 영상 기자(구 소련 우크라이나 중앙TV)가 수상하게 됐다.

조직위는 “기자들은 방사능 피폭 정보나 보호 장비도 없이 기자 정신과 카메라에 의지해 역사의 현장을 기록했다. 넉 달에 걸친 체르노빌 원전사고 취재 후 블라드미르 쉐브첸코는 사고 현장의 피폭 여파로 폐암 선고를 받고 다른 기자들도 심각한 피폭후유증에 오랜 치료를 이어가야 했다”고 전했다.

▲ 블라디미르 쉐브첸코, 유리 볼다코프, 빅토르 크리프첸코, 블라디미르 타란첸코 기자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 취재 모습.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 블라디미르 쉐브첸코, 유리 볼다코프, 빅토르 크리프첸코, 블라디미르 타란첸코 기자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 취재 모습.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오는 15일 오후 2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대상 수상작 상영회를 연다고 밝혔다. 수상작은 영상기자협회 홈페이지 링크(https://www.hinzpeterawards.com/hs/winners/winners_2023.do)로도 시청할 수 있다.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18기념재단은 광주광역시 후원으로 오는 11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시상식을 연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은 민주주의·인권·평화를 위해 싸우는 현장을 기록하는 영상기자를 발굴하는 한국의 첫 국제보도상이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군부독재에 의한 시민 학살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던 고 위르겐 힌츠페터 영상기자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2021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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