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8월24일 나라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습니다. 134만 톤의 핵 오염수는 3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해양을 오염시키고, 바다 생태계와 수산물 안전성의 위협할 예정인데요.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지만, 언론은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며 해양 오염에 대한 시민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불과 2년 전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보도하던 조선일보TV조선은 오염수 방출이 없다고 주장하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를 비판하는 보도까지 내놨는데요. 이젠 ‘과학’을 앞세워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괴담’이라 일축하며 오염수의 안정성을 홍보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조선일보·TV조선의 상반된 후쿠시마 오염수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2년 전 조선일보 ‘일, 성의가 있다면 방류를 늦춰라’

▲ 2021년 4월14일, 2년 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 여론이 높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 2021년 4월14일, 2년 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 여론이 높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2021년 4월 13일 일본 정부가 저장 용기에 보관 중이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2023년부터 30년간 바다에 배출한다고 발표하자, 조선일보는 일본의 오염수 정화 설비로는 삼중수소를 걸러내지 못한다며 오염수 방류를 우려했습니다. <방사능 논란에도… 일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2021년 4월14일 이영완·유지한 기자)은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은 당장 강하게 반발”하고 “일본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다”며 “후쿠시마 인근 해안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5배에 이르는 방사성물질 세슘이 검출돼 일본의 처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일본이 “주변국들과 직접적인 논의를 한 적”도 거의 없어 “해상 방류 이후에도 감시 정보가 제대로 공유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적잖다”며 우리나라가 직접 검증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같은 날 사설 <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인접국 불안 배려하지 않았다>(2021년 4월14일)에서도 “오염수의 70%엔 삼중수소뿐 아니라 기준치를 넘는 세슘,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물질도 포함돼 있”어 위험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원전 오염수 보관 장소가 없어서 문제라면 “주변 주민들 동의를 구해 부지 밖에 보관”하라며,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이기 때문에 30년 정도만 더 보관하면 80% 이상은 사라”지니 “일본 정부가 성의만 있었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방류를 뒤로 늦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일본 정부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어 불가피하게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고 꼬집었는데요.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와 기타 핵종에 대해 ‘문제 삼기 힘들고,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현재와는 정반대 보도입니다.

TV조선, 삼중수소 못 거르는 ALPS ‘가장 쉽고 저렴한 방법’ 비판

▲ 2021년 4월13일, 2년 전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안전하지 않다고 보도한 TV조선
▲ 2021년 4월13일, 2년 전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안전하지 않다고 보도한 TV조선

지금과 상반된 태도를 보인 것은 TV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 2년 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이 알려진 당일 TV조선은 <처리했다지만… 70%는 ‘방사성 물질 검출’>(2021년 4월13일 송무빈 기자)에서 “문제는 ‘얼마나 안전할 것인가’”라며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르며 안전하다는 점을 홍보하는데 바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고 짚었습니다. 일본이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방사능 농도를 줄인 후 물에 희석해 방류한다고 하지만 정화 이후에도 “오염수엔 삼중수소가 남게” 된다며 “결국 가장 쉽고 저렴한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비판했는데요.

TV조선은 <“1㎞ 앞바다 방류”… 일본 어장만 보호?>(2021년 8월25일 송무빈 기자)를 통해 일본의 방류 방법도 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의 안전하다는 “근거가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고, 바닷속 방류 역시 오염수를 더 빨리 내보내기 위한 꼼수”라고 반박한 전문가 의견도 전했는데요.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더 빨리 내보내기 위해 1㎞ 떨어진 곳에서 배출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의미도 없고, 차이도 없”는 행위로 “어민들의 피해 역시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일갈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TV조선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오염 처리수’라 지칭하며 전문가들도 인정한 마실 수 있는 안전한 물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신동욱 앵커의 시선-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8월28일)는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후 일본이 발표한 삼중수소 수치는 정상”이며 “바닷물은 기준치 70분의 1, 물고기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안전성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신동욱 씨는 “누구보다 막대한 피해를 입는” 일본 국민이 평온한 것은 바보라서가 아니라며, “과학과 이성, 합리적 판단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TV조선이 2년 전엔 과학과 이성을 배제한 채 바보처럼 보도했다는 것인지, 상반된 태도에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핵 오염수 7개월 만에 온다더니… 이제는 4~5년?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성에 대한 TV조선의 상반된 태도는 우리 해역에 오염수가 언제 도달하는지 설명한 보도에서도 반복됐는데요.

2년 전엔 <7개월 후 제주 앞바다에… “즉시 중단하라”>(2021년 8월25일 박상현 기자)에서 “오염수는 해류를 타고 동해안으로 들어”오고 “빠르면 7개월 뒤에는 제주 앞바다까지 도달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며 “국내 수산업에 엄청난 타격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니 “어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나오지 않아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 2021년 8월25일, 2023년 2월16일 각각 후쿠시마 오염수 도달시기를 다르게 보도한 TV조선
▲ 2021년 8월25일, 2023년 2월16일 각각 후쿠시마 오염수 도달시기를 다르게 보도한 TV조선

하지만, 최근 TV조선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시 5년뒤 제주에, 삼중수소 검출되기 힘든 양”>(2월16일 윤재민 기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가 4~5년 뒤 우리나라 제주 해역에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년 후 오염수 속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 농도는 0.001베크렐 수준으로 예측되는데, 분석기기로도 검출되기 힘든 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7개월 만에 빠르게 제주 앞바다에 도달해 국내 수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던 것과는 달리 오랜 기간에 걸쳐 검출도 어려운 ‘극소량’이 도착해 안전하다는 것인데요. 해류의 움직임은 변화가 없는데, 왜 TV조선의 보도 논조는 크게 달라진 것일까요? TV조선은 그 이유에 대해 어떤 설명도 없습니다.

벌꿀까지 걱정하더니, 일본산 수산물 수입 증가 홍보

원전 오염수 배출로 인한 식품의 안전성 우려에도 보도 태도 변화가 있는데요. 2년 전 TV조선 <후쿠시마서 또 기준치 3배 ‘방사능 우럭’… “이래도 오염수 배출?”>(2021년 4월20일 송무빈 기자)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세슘에 노출된 우럭이 잡혔다며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또 한 번 명확”해졌다고 염려했습니다. “1956년, 미나마타 화학공장이 수은 섞인 폐수를 바다”에 버려 수은 중독으로 최소 314명이 숨졌다며 “이대로라면, 세슘에 삼중수소가 더해”진 만성 독성을 가진 수산물 만들어지게 되고, “우리 몸의 세포를 피폭시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위험이 생긴다는 전문가 의견도 전했습니다. 이어 <후쿠시마 인근 생산 벌꿀서 기준치 초과 세슘 검출>(2021년 7월23일 이유진 기자)에서는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벌꿀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 세슘이 검출”돼 지역에서 “판매되던 벌꿀을 회수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며, 후쿠시마 원전 주변 방사능 오염을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현 벌꿀의 세슘 검출까지 걱정하던 TV조선은 이젠 오염수 방류도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TV조선 <일 수산물 수입 급증… 대지진 전 80%회복>(3월23일 김충령 기자)은 불안감이 여전하다면서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절반으로 떨어졌던 수입이 “2010년의 80% 수준까지 회복했”으며 수입액이 1억 7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일본 수산물을 먹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원전 오염수 배출로 수산물 불안감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일본 수산물이 잘 팔리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인데요. 수산물 수입액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시의적절한 보도였는지 의문입니다.

TV조선, 국내 원전 언급은 삼중수소 방출 ‘물타기’

조선일보는 한술 더 떠 우리나라 원전에서 방출하는 삼중수소가 더 많지만, 안전성 논란이 없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도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사설-후쿠시마 가서 수산물 수입 막겠다는 야의 허무맹랑 ‘정치 쇼’>(4월3일)는 “작년 한국 원전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후쿠시마 방출 예정량의 10배”라며 방류를 반대하는 것은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괴담 장사”라고 비꼬았습니다.

하지만, 과거 TV조선 <“한·중 비판 따위는”… 일, 적반하장>(2021년 4월14일 송무빈 기자)은 일본 내부에서 “한국이나 중국이 방사능 물질을 더 많이 바다에 버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일본 언론 역시 “우리나라 등에서 삼중수소를 더 많이 버리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같은 일본 정부 자료를 인용하면서 각기 다른 수치를 제시해 정부와 언론이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냔 논란을 낳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국제사회가 일제히 일본의 무책임한 행동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 책임을 돌리는 이런 주장은 일본 내에서도 수용되지 않는다고 짚었는데요.

이런 TV조선의 주장에 따르자면, 일본 내부에서도 지적됐던 무책임한 ‘물타기’ 주장을 조선일보가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물타기’ 주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조선일보는 무엇을 위해 이런 보도를 지속하는 것일까요. ‘과학’을 내세우며, 괴담 장사를 하는 게 누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 안보’ 차원에서 고민하자더니, ‘괴담’ 운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를 두고 조선일보는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걱정을 ‘괴담’이라 치부하며 ‘과학’과 ‘상식’이 “농락당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조선일보 <발언대-일 원전 오염수 ‘인간 안보’ 차원에서 대처해야>(2021년 6월3일 정길호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는 오염수 속 “삼중수소는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을 거쳐 인체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개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인간 안보’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염수 배출이 “안전, 환경, 복지 등의 측면에서 인접국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위협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방류 계획을 발표”한 일본 정부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인간 안보’ 차원에서 오염수의 악영향을 우려하던 과거 조선일보는 현재 조선일보 기준으로 보자면, 국민 다수를 홀리고 ‘괴담’을 증폭시킨 당사자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과학과 상식, 그리고 오염수를 향한 국민 우려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를 대하는 조선일보 입장의 변화만은 명확해 보이는데요. ‘정치적’ 논란으로 떠밀지 말고, 국민 안전을 위한 보도란 무엇인지 조선일보의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권 따라 말 바꾸는 볼썽사나운 조선일보·TV조선

광우병 사태부터 후쿠시마 오염수까지 바뀌지 않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정권에 따라 말이 바뀌는 언론의 태도입니다. TV조선 신동욱 앵커는 <신동욱 앵커의 시선-볼썽사납습니다>(4월10일)에서 국제원자력기구가 “‘오염수 방류와 모니터링 계획을 신뢰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음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일본을 방문하면서까지 오염수 방출에 반대하는 것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보는 사람만 낯을 붉혀야 하는 장면”이라며 “괴담수준의 주장, 괴담정치”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2년 전 <신동욱 앵커의 시선-일본 본색>(2021년 4월14일)은 오염수 방류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대를 무시하고, 방사성물질 해양오염 문제를 무책임하게 이웃에 떠넘긴 폭거”라며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보다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는데요. 일본이 “다른 나라에 폐 끼치지 말고, 다른 나라의 상처를 배려하라”는 것을 못 배웠다며 날이 선 비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TV조선의 신동욱 앵커는 동일인인데요. 일구이언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바닥으로 추락하는 언론의 신뢰도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 2021년 4월14일, 오염수 방류를 앞둔 일본을 비판한 신동욱 앵커
▲ 2021년 4월14일, 오염수 방류를 앞둔 일본을 비판한 신동욱 앵커

일본의 무책임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는 ‘괴담’이 아닙니다. 한겨레 <광우병 꺼내든 괴담일보의 속내>(7월24일 김진철 기자)는 “괴담의 반대편에는 과학이 있다는 듯” 일부 언론에서 “어느덧 과학수호자가 되기라도 한 양 볼썽사납게 과학을 외쳐”대지만, “광우병이든 핵 오염수든 논란이 많은 사안일수록 과학에 앞서 상식을 먼저 짚어보는 게 타당하다”고 짚었는데요. “핵 오염수가 드넓은 대양에 뒤섞여 극미량으로 희석될지라도 자연에든 인간에게든 좋을 턱이 있겠”냐며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순순히 수용하고 옹호까지 하는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중시한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권이 바뀌니 보도 태도가 뒤바뀌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의 이런 손쉬운 ‘변절’은 그들에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는 걸 보여준 결과입니다. 과학과 상식은 정권에 따라 변하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해양생태계를 위협한다는 것은 ‘괴담’이 아닌 ‘상식’이자 ‘과학’입니다. ‘괴담’ 운운하며 국민 안전에 눈 감으려면, 조선일보와 TV조선은 2년 전 자신들이 ‘괴담 선봉자’였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 모니터 대상 : 2021년 4월1일~2023년 8월31일 조선일보, TV조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보도

※ 미디어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제휴해 게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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