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의 자료를 TV조선이 단독보도하고 국민의힘이 문제를 제기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급작스럽게 실태점검에 나섰다. 네이버 해명과 과거 알고리즘검토위원회 자료를 종합하면 ‘보수언론을 밀어내기 위한 조작’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 박성중 의원의 자료를 보면 진보언론사들도 네이버에서 순위가 떨어졌다. 

사흘 만에 언론보도·의원 공세·실태점검

발단은 지난달 29일 TV조선 보도였다. TV조선은 <뉴스 인기도 알고리즘 변경 민주당 입김?> 리포트를 통해 “순서를 정하는 기준을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며 2021년 네이버 알고리즘 변경 이후 MBC 순위가 1위가 되고, 조선일보는 기존 2위에서 6위권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박성중 의원이 네이버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지난달 30일 박성중 의원은 “인위적 방식으로 진보매체는 상위권에, 보수매체는 하위권으로 언론사들의 순위를 조정했다”며 “네이버뉴스 알고리즘은 민노총 언론노조, MBC 스트레이트, TV조선 재승인 조작 연루 좌편향 학회 그리고 민주당의 외압까지 받은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연합뉴스

지난 2일 방통위는 실태점검 실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실태점검을 실시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미디어 시장을 왜곡시키는 포털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위법행위를 엄단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2일 “네이버의 뉴스검색 알고리즘 조작 여부에 대해 특정 세력의 외압이 있었는지, 가중치 조작이 있었는지 빠짐없이 진상을 가려야 한다”며 ‘조작’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 방통위 실태점검은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방통위는 포털 뉴스를 대상으로 한 실태점검에 나선 전례가 없다. 실태점검은 위법행위가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인데 “위법행위를 엄단해 나가겠다”고 보도자료에 밝힌 점도 통상 실태점검과는 차이가 있다. 이번 실태점검을 맡은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은 지난해 ‘포털뉴스 신뢰·투명성 제고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법정기구화 등을 논의했다. 협의체에서 정부가 관련 규제를 하는 건 ‘과잉’이라는 의견이 다수로 나오자 다른 의견도 듣겠다며 2차 협의체를 준비하고 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며칠 간 언론 보도가 나오면 정치권이 의혹을 제기하고, 특정 노조에서 입장을 내고, 방통위는 조사에 나서고, 또 다시 정치권이 입장을 내면서 마치 핑퐁을 하는 것처럼 이슈가 커지고 있다”며 “현재 방통위는 위원장도 없는 불완전한 체제에서 행정권을 남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보수언론 배제? 진보언론 순위도 떨어져
조정 기간 오히려 보수언론사들 조회수 높아

네이버의 입장을 종합하면 언론이 인용되는 척도를 활용한 인기도 지수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20여개 알고리즘 요인 중 하나일 뿐이고 △인기도 지수를 변경한 건 도메인이 같은 언론의 계열사도 한 언론사처럼 추산되는 문제를 개선하는 취지였고 △상위권 매체의 경우 순위 차이가 있어도 뉴스배열에 미치는 영향은 소수점 둘째자리 정도의 변수로 미미하고 △관련 내용은 이미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검토를 받았다. 

네이버는 언론사가 외부 사이트에서 인용되는 정도를 파악해 알고리즘에 적용하는 ‘인기도 척도’를 운영했는데, 기존엔 사이트 기준으로 인기도를 측정해 대형언론의 경우 계열사도 함께 추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도메인 기준이 아닌 기사 본문 내의 언론사 인용 횟수를  적용하는 개편을 했다. 실제 2차 네이버 알고리즘검토위원회는 “언론사의 이념과 성향을 분류하여 우대하거나 제외하는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언론사 인기도 순위 변화. 진보성향 언론사들의 순위가 떨어졌다,
▲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언론사 인기도 순위 변화. 진보성향 언론사들의 순위가 떨어졌다.

박성중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네이버 언론사 인기도 순위 자료를 살펴보면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만 순위가 떨어진 것도 아니다. 한겨레의 경우 2019년 3월 인기도 2위였으나 2022년 6월 인기도 12위로 급락했다. 경향신문은 같은 기간 8위에서 18위로 떨어졌다. 이는 전반적으로 계열매체가 많은 종합일간지들이 지표 변화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오마이뉴스와 노컷뉴스는 각각 12위와 17위에서 20위 밖으로 밀렸다. 네이버가 외압을 받아 조작한 것이라면 진보 언론사의 순위 하락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 시민사회단체, 언론학계와 알고리즘검토위는 네이버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보단 ‘선정적 기사’가 주로 배치되는 문제를 지적해왔다. 실제 언더스코어와 미디어오늘이 박성중 의원이 밝힌 알고리즘 조정 시점(2021년 8월)이 포함된 2021년 1월 30일~2022년 2월 22일 네이버 언론사 랭킹기사 평균 조회수를 분석한 결과 중앙일보, 한국경제, 조선일보 순으로 평균 조회수가 높았다.

▲ 네이버 제휴 30개 언론사 랭킹기사 톱 20
▲ 2021년 1월 30일~2022년 2월 22일 네이버 제휴 주요 30개 언론사 랭킹기사 톱 20. 언더스코어와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자료.

이와 관련 언론개혁시민연대는 4일 논평을 내고 “‘보수언론 죽이기’라 말하는 건 적반하장이나 다름없다”며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을 악용해 연예인·셀럽 관련 사건사고, 온라인 커뮤니티 발 논란, 선정적인 성적이슈, 베껴 쓰기 기사를 쏟아내며, 포털 뉴스의 연성화·저질화를 주도한 건 다름 아닌 보수언론”이라고 지적했다.

포털 ‘위축효과’ 노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포털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TV수신료 분리징수·공영방송 라디오 패널 편향 주장·MBC ‘날리면’ 보도 논란과 전용기 탑승 배제 등 공영방송에 대한 압박 조치, YTN 민영화, TBS 서울시 예산 지원 중단 등과 맞물려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이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행정부가 나선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 4월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네이버’에 ‘가짜뉴스’가 방치됐다며 직접적으로 포털 뉴스를 거론했다. 지난 5월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네이버에 ‘윤석열’을 치면 부정 기사가 다수 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전후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언론 보도까지 포함하는 개념의 가짜뉴스 대응 정책을 마련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포털 협의체 가동에 이어 네이버 실태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실제 정치권 압박 이후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 폐지’ ‘모바일 첫화면 뉴스배열 폐지’ ‘사람에 의한 뉴스배열 폐지’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 잠정 중단’ 등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에도 뉴스 서비스를 축소하는 개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5월 뉴스제휴평가위 회의 자리에서 네이버 관계자는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냐는 질문에 “정치권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주체 중 하나”라며 “여러 부분을 종합한 결과”라고 했다. 

알고리즘은 중립? 네이버 스스로 빠뜨린 함정

정부와 정치권의 포털 압박이 문제인 점과 별개로 최근의 논란은 네이버 스스로 초래한 면이 있다.

2018년 한성숙 당시 네이버 대표는 뉴스 알고리즘(에어스) 배열 전면 도입 등 개편안을 설명하며 “뉴스편집 방식을 버리고 공간과 기술만 제공하는 역할로 물러나 네이버 본연의 정보와 기술 플랫폼에서 답을 찾겠다”고 했다. 알고리즘에 의한 뉴스 배열을 ‘편집권 포기’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알고리즘 역시 의도와 설계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 2018년 5월9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네이버 모바일 서비스 개편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네이버 제공
▲ 2018년 5월9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네이버 모바일 서비스 개편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네이버 제공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논란은) 정치적 목적에 따른 포털 통제라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 다만 정치적 목적에 따른 움직임이 있다고 해서 포털의 알고리즘 문제나 사회적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송경재 교수 역시 “과거 사람에 의한 편집이 논란이 됐을 때 네이버는 인공지능 편집을 선언하고 이때부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밝혀왔다”며 “알고리즘도 당연히 의도가 개입되고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알고리즘이 편집하면 중립적인 것처럼 강조해온 네이버가 자가당착을 한 면이 있다”고 했다.

송경재 교수는 “알고리즘은 공개하지 않더라도 뉴스 데이터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엔 댓글이 많은 뉴스나 조회수가 많은 뉴스 등 네이버의 종합적 뉴스의 추이와 흐름이 보여 학계나 언론이 검증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를 공개하지 않아 견제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유승현 겸임교수는 “이번에 네이버가 공개한 설명자료에는 어떠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작동방식을 설명하기 어렵고 영업비밀이라 해도 최소한 언론사 노출과 기사 배열이 몇가지 기준으로 구성되고, 이용자 데이터를 반영한 맞춤 서비스 방식 등의 기본 원칙은 공개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네이버는 논란이 됐을 때 대응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네이버는 2018년 알고리즘 뉴스 배열 도입 직후 알고리즘검토위를 한 차례만 열었다. 이후 검토위를 열지 않다가 2021년 MBC 스트레이트 보도로 촉발된 뉴스배열 편향 논란 이후 민주당 공세가 격해진 시점에서야 2차 검토위를 꾸렸다. 

그나마 2차 검토위 때는 언론학계의 추천을 받아 언론학자들이 포함된 반면 지난달 30일 구성한 3차 검토위에선 언론학자가 배제되고 통계학, 소프트웨어학, 전자공학, 전산학 전공 교수들로만 구성됐다. 유승현 겸임교수는 “언론학자와 저널리즘 전문가, 언론현업 그리고 뉴스이용자인 시민 등 폭넓은 주체를 포함시켜야 함에도 공론의 과정없이 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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