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집권당이 언론 매체를 ‘외국 대리인’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가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이어지자 철회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조지아의 꿈’ 당은 지난 9일 성명에서 “우리가 지지한 법안을 조건 없이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안을 제안한 뒤 이틀째 격렬한 규탄 시위가 일자 철회를 공식화한 것이다.

문제가 된 ‘외국 세력의 투명성’이란 이름의 법안은 자금의 20%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독립 언론매체와 비정규기구가 스스로를 “외국 영향력의 대리인”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시민사회는 이 ‘외국 대리인’ 법이 언론 자유와 시민사회 활동을 통제하는 권위주의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독립언론 ‘데모크라시나우’에 따르면 살로메 주라비치빌리 대통령은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집권당은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표를 확보했다.

▲조지아의 ‘외국 대리인 법안’ 반대시위를 다룬 휴먼라이츠워치 페이지 갈무리
▲조지아의 ‘외국 대리인 법안’ 반대시위를 다룬 휴먼라이츠워치 페이지 갈무리

시위자들은 러시아가 2012년 반대파와 언론을 탄압하는 데 사용했던 법과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지아가 유럽연합(EU) 가입을 희망하는 상황에서 ‘외국 대리인 법안’을 채택하면 EU 가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경찰 수백 명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시위를 무력 진압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이번 주 중 130여명의 시위자가 체포됐다. 

시위대는 법안 철회 발표 뒤에도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조지아 내무부는 이에 구금된 시위대를 모두 석방했다고 발표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조지아 주재 EU 대표단은 “조지아의 모든 정치 지도자들이 친-EU 개혁을 재개하도록 장려하고자 한다”며 이번 발표를 환영했다.

조지아 의회는 9일 이틀 간의 시위로 의회 궁전이 파손돼 일 주일 간 본회의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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