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연예, 스포츠, 문화, 언론, 예술 분야 등 미디어노조연대인 국제사무서비스노조연합-미디어엔터테인먼트분과(UNI-MEI)와 국제기자연맹(IFJ)이 쿠팡의 위험한 노동조건과 언론 ‘재갈 물리기’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UNI-MEI와 IFJ는 20일 “한국 쿠팡의 언론에 재갈물리기와 위험한 노동조건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국제단체는 “쿠팡 측이 노동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언론의 자유를 공격한 것에 대한 한국 전국언론노동조합의 규탄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지난해 7명의 쿠팡 노동자들이 산업재해사고로 사망하였는데 이는 부적합한 노동조건과 무리한 목표로 인한 것이었다”며 “쿠팡 측은 이런 사망사고와 관련한 17건의 보도에 언론인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 상당한 손해배상액을 요구했다. 이것은 분명히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 시도”라고 비판했다.

UNI-MEI와 IFJ는 “우리는 이 상황을 규탄하고 쿠팡이 즉각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쿠팡 노동실태와 자사 비판보도 언론인 고소 실상을 규탄하는 외신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쿠팡 노동실태와 자사 비판보도 언론인 고소 실상을 규탄하는 외신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앞서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쿠팡 노동실태와 자사 비판보도 언론인 고소 실상을 규탄하는 외신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성명을 배포했다.

이날 중국 신화통신과 IRIB(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 서울지부, 파이낸셜타임스 등 10여곳의 외신 매체 언론인들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IRIB 서울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자 권익과 인권을 존중하는 줄 알았는데 산재 사망과 이후 상황에서 과격한 인권 침해가 있는 것 같아 놀랐다”며 “쿠팡만의 현상인지 아니면 경쟁사들에서도 이야기가 나오는지 그 원인이 알고 싶다”고 했다.

경북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 고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여름엔 물류창고가 더워 탄산음료가 터지고, 겨울엔 추워 물이 얼어서 터진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부딪쳐가며 일한다. 물류센터 환경과 특성을 안다면 왜 쿠팡에 대해 성토하는지 아실 것”이라고 했다.

권영국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타사 물류센터에 이런 문제가 없지 않다. 쿠팡이 가장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서 문제가 집중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아마존에서도 휴식 시간이 없어서 노동자들이 병에다 소변을 본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쿠팡의 운영 방식이 아마존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고 지적한 뒤 “택배 배송 업무의 과중함으로 인한 과로사도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우려했다.

▲경북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 고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가 20일 언론노조가 개최한 쿠팡 노동실태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경북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 고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가 20일 언론노조가 개최한 쿠팡 노동실태 관련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쿠팡의 자체 물류센터 담당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앞서 아마존이 물류센터를 세워 상품을 주문에서부터 집적, 포장, 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 수행하는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ulfillment By Amazon·FBA)’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즈 기자는 “쿠팡 측에서 일요신문 기자가 직원들을 1년 가까이 괴롭히며 수정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는 주장을 전하고 기자 입장을 물었다. 이에 박현광 일요신문 기자는 “쿠팡은 제가 취재할 때 답을 주겠다고 하고 연락을 차단했고, 그래서 계속 연락을 취하다 받지 않아 기사를 내는 정도였다”고 답한 뒤 “쿠팡은 1년 가까운 취재 기간 동안 기사 중 단 두 건에 반론 또는 수정을 요청했고, 하나는 받아들여졌다. 항의도 하지 않고 4건의 기사에 소송을 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미숙씨는 “야간노동, 특수건강검진 등을 규정한 법을 위반했을 때에도 제재는 과태료 10만원이 전부다. 처벌한다고 죽은 아들이 돌아오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특수건강검진이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그걸 제대로 하지 않아 제 아들이 사망했는데, 과태료 10만원으로 끝나고 몇몇 위반 사항은 사업주 처벌 조항도 없어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천안 목천물류센터에서 조리보조원으로 일하다 숨진 파견 여성노동자 박현경씨의 남편 최동범씨는 “저희가 유일하게 산재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쿠팡의 사과를 아직까지 받지 못했고 만나지도 못했다. 피해보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목받는 쿠팡이란 신생 기업이 내부에선 심각한 노동착취와 살인적 환경을 지속하고, 이를 고발하는 언론인 활동을 금력으로 압력 가하는 악질 행태를 보여왔다”며 “쿠팡은 지금까지 어떤 조언과 시정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무시 전략을 편다. 외신이 쿠팡의 잘못된 경영행태와 자본의 이익 추구를 지적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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