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인정돼 1심에서 5000만 원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소속 강아무개 소장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김재영)는 자신의 부서 소속 기자인 A씨를 성추행해 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은 강 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머니투데이 CI.
▲머니투데이 CI.

재판부는 “피고(강 소장)가 원고(A씨)의 거부 의사에도 원고의 팔뚝을 툭툭 치고 만지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한 사실, 이로 인해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2018년 5월 머니투데이 부사장을 통해 원고에게 출퇴근 보고, 점심시간 출입을 보고하도록 지시한 사실, 원고가 고충처리위원회에 고충 접수를 하기 전까지 머니투데이나 피고가 원고의 출퇴근 시각에 관한 근태 관리를 하지는 않았던 사실, 원고가 고충 신고를 한 이후인 2018년 4월경 피고는 원고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는 이와 같은 위법 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위법 행위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와 같은 위법 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5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 정도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A씨가 직속 상사인 강 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자신의 직장 동료이자 하급자를 상대로 한 피고의 행동으로 인해 원고가 받았을 정신적 고통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해야 할 위자료를 5000만원으로 정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강 소장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 소송대리인 신선혜 변호사는 18일 미디어오늘에 “피해자는 수년간 지속적인 추행을 견뎌왔고 그러던 중 회사 고충위 제도를 이용해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성추행 가해자는 회사와 함께 되레 피해자에 대해 보복성 조치를 강행하고 징계 회부까지 하는 등 피해자를 괴롭혀 왔다”며 “사내 고충위에 제보하면 사건이 투명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피해자 믿음은 깨졌고, 오히려 피해자가 매도 당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피해자는 좌절감과 우울감, 무력감을 느꼈다. 이로 인해 피해자의 상병도 악화됐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더불어 사내 고충위를 이용하더라도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매장 당한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제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해 약자로 하여금 침묵하게 해 이 사회 퇴보를 야기했다. 여전히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자들의 상실감과 상처는 매우 크다. 본 판결이 그런 가해자들과 공모자들에 대한 경종을 울려 밝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8년 4월 A기자는 사내 고충위에 강 소장의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 그는 2016년 9월 입사 이후 강 소장의 성추행이 지속적이었다며 고충위에 강 소장의 사과와 그에 대한 조사, 가해자와의 업무 공간 분리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 달 뒤 A기자는 본인 의사와 무관한 곳으로 발령을 받았고 연구원이라는 직책을 달게 됐다. A기자는 기자로 복직시켜주겠다는 조건으로 부당전보 구제 신청까지 취하했으나 이후 사측이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A기자는 2018년 10월 고용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진정을 제기했다. 고용부는 2019년 4월 성추행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로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와 머니투데이 법인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강 소장은 홍선근 머니투데이그룹 회장의 인척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희근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박 대표와 머니투데이 법인이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 각각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달 3일 검찰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박 대표도 다음날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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