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어린이 학대 사망 사건을 다루며 어린이의 알몸을 비롯한 실제 학대 영상을 내보낸 보도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학대 사건 보도와 관련해 신설된 규정을 적용한 첫 법정제재 의견이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8일 회의를 열고 MBC ‘뉴스데스크’ 방송분에 제작진 의견진술을 들은 뒤 이같이 의견을 모아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심의위원들은 지난해 말 신설된 방송심의규정 21조4(아동학대 사건의 보도) 조항을 적용했다. 해당 규정 2항은 방송이 어린이 학대 사건을 보도하며 학대행위가 담긴 영상·음향 등을 직접적으로 노출하거나 자극적으로 재연해선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6월8일 “[단독] ‘입에 쏙’ 동물 배설물까지 먹인 이모 부부” 보도에서 허벅지에 멍이 든 피해 어린이가 알몸으로 가해자 지시에 따라 욕실을 청소하는 모습, 얼굴과 몸에 멍이 든 채로 셔츠와 속옷을 입고 힘이 풀려 넘어지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을 흐림 처리해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방송 당시 가해자 부부는 살인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가해자인 이모 부부는 지난 8월 1심에서 각각 징역 30년과 12년을 선고 받았다. 

▲지난 6월8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지난 6월8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의견진술에 출석한 김종경 MBC 보도본부 부국장은 보도 경위에 “제보된 영상을 보고 취재진은 충격을 상당히 받았고, 아동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을 공론화해야겠다는 마음에 표현을 절제하지 못했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김 부국장은 “심의규정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방송 나간 뒤 곧바로 내부 문제 제기가 있었다. 방영 한 시간 반 만에 온라인에서 (해당 꼭지를) 내려 자극적 부분을 삭제하고 CG 처리해 다시 올렸다”고 했다.

심의위원들은 해당 보도가 국내외의 아동과 관련한 인권보도 준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황성욱 위원은 “기자협회가 만든 인권보도준칙은 어린이청소년 인권과 관련해 ‘피해상황 관련한 사진과 영상을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며 “(문제된) 화면이 4~5번 정도 방송됐다. 이 사건이 예외적이라 판단한 건 어떤 면에서인가”라고 물었다.

김 부국장은 “수많은 사건 가운데서도 특기할 만큼 잔혹한 사건이었다”며 “뭉뚱그려 잔인한 사건이라고 하기보다 한 번 보여드리는 게 낫지 않나 판단했던 것 같다”며 “균형을 잡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6월8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지난 6월8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윤성옥 위원은 “BBC는 ‘아동·청소년과 함께 일하기’를 두고 직원부터 외주 프리랜서까지 어린이 보호정책을 준수하라고 요구한다”며 “BBC 어린이 보호정책 원칙은 ‘어떠한 이익도 어린이 보호보다 우선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이 MBC의 단독보도라 했다. 방송사의 이익이 개입한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부국장은 “다음부턴 반드시 (내부 심의 자문을) 하겠다”고 했다.

정민영·황성욱 위원이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정민영 위원은 “영상을 보고 굉장히 충격이었다. 어떤 부분에선 MBC가 과도하게 피해 장면을 노출한 면이 있고 사건 자체가 가진 충격적 면도 있을 것”이라며 “과거 이런 부분(아동 학대 피해장면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성욱 위원은 “정의를 위해 (진실을) 밝히는 차원도 아니고 이미 사법적 정의(재판)가 진행되는 과정임을 고려하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주의 의견”이라고 했다.

윤성옥 위원은 “권리 주체가 아무런 힘 없는 사망한 아동이라 권리침해를 주장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기에 엄중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며 주의보다 한 단계 높은 ‘경고’ 의견을 냈다. 반면 이상휘 위원은 “어린이 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지만 보도가 전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 정의 차원에서 상당히 필요하다”며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을 냈다. 이광복 소위원장도 권고 의견을 냈다. 이에 방송소위는 총 3명의 의견으로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최종 수위는 전체회의에서 논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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