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 측이 50억원씩 챙겨주려 했다는 유력 인사 명단, 이른바 ‘50억 약속 그룹’이 현직 국회의원 입을 통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오전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과 복수 제보에 의하면, 김만배·유동규·정영학 등 대화에서 50억원씩 주기로 한 6명의 이름이 나온다”며 “‘50억 약속 그룹’으로 언급된 분들이다. 내가 오늘 최초로 그들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해당 녹취록에 나온 사람들이 “권순일,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최재경 그리고 홍모씨”라고 밝혔다.

이어 “또 50억원은 아니지만 성남시의회 의장과 시의원에게도 로비 자금이 뿌려졌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면서 “이들 중에는 이미 받은 사람도 있고 약속을 했으나 대장동 게이트가 터져서 아직 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급하게 차용증서를 써서 빌렸다고 위장했다가 다시 돌려줬다는 사람도 있다. 빨리 달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있다는 추가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9월27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했다. ⓒ 연합뉴스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9월27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했다. ⓒ 연합뉴스

박 의원이 언급한 인사 대다수는 고위 법조인 출신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에서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고문직을 맡아 논란이 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관한 대법원 무죄 취지 판결 전후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만난 것으로 나타나 재판거래 의혹까지 사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재판에서 이 지사가 무죄라는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전 특검의 경우 화천대유에서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고,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자녀가 화천대유 보유 아파트를 분양받는 등 깊게 연루돼 있는 인사다. 김만배씨가 박 전 특검 인척에게 100억원을 건넸다는 보도도 나왔다. 곽상도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전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도 화천대유와 고문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우병우 수석 후임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최재경 변호사는 자타공인 특수통 검사였다.

언론계 이목을 모으는 인물은 ‘홍아무개씨’다. 박 의원은 5명은 실명을 공개했고 홍씨 1명만 익명으로 밝혔다.

SBS 8뉴스는 지난달 28일 ‘50억 약속 그룹’을 제보자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곽상도 의원은 물론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이 여기에 포함된다”며 “이외에도 한 언론사 고위직 인사와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도 끼어 있다고도 전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제보자는 한 언론사 고위직 인사와 검찰 출신 법조인에게도 50억원 상당의 이익 제공이 내부적으로 약정돼 있었다고 전했다”면서도 “언론사 고위 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화천대유와도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홍씨가 언론계 인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박 의원 폭로 후 당사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6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발언자와 보도자에 대해 강력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했다. 최 변호사도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박 전 특검도 “화천대유나 김만배씨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거나 통보 받은 일이 결코 없다”고 밝혔다. 언론계 안팎에서 홍씨가 소속된 매체로 거론된 한 언론사는 내부 공지를 통해 “전혀 사실무근이다.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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