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고인의 친구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듯한 보도를 한 11개 언론에 ‘주의’ 조치를 했다.

신문윤리위원회가 공개한 6월 심의 결정 내역에 따르면 문제가 된 기사를 쓴 언론은 뉴스1, 이데일리, 조선닷컴, 국민일보, 세계일보, 파이낸셜뉴스, 헤럴드경제, 부산일보, 한경닷컴, 아시아경제, 머니투데이 등이다.

뉴스1은 “[영상]‘한강 실종 의대생’ 아버지가 밝힌 의문점들…친구는 왜 신발을 버렸나” 기사를 통해 사실상 고인의 친구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유가족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어 다른 언론사들이 해당 인터뷰를 받아쓰면서 이 같은 주장이 확산됐다. 특히 세계일보는 “한강 사망 대학생 父 ‘아들한테 맹세… 반드시 대가 치르게 해줄 것’” 기사를 통해 더욱 강한 발언을 제목에 썼다.

[관련기사: 한강 실종 대학생 ‘의혹’ 보도는 정말 뉴스인가]

조선닷컴은 월간조선이 고인의 어머니 인터뷰를 단독으로 내보내자 해당 기사를 홈페이지 첫 화면에 며칠간 노출했다. 기사에는 ‘사건의 열쇠는 바로 정민 씨 옆에’ ‘꼭꼭 숨은 (친구) A씨’ ‘집안과 변호인의 정체’ 등 고인의 친구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듯한 표현이 이어졌다.

▲ 누리꾼의 의혹 제기를 검증 없이 전한 머니투데이 기사 갈무리
▲ 누리꾼의 의혹 제기를 검증 없이 전한 머니투데이 기사 갈무리

머니투데이의 “‘골든 건은 네 잘못’…‘한강 대학생’ 미스터리 풀 열쇠 될까” 기사는 별다른 근거 없이 ‘골든’의 뜻이 미스터리를 풀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보도해 문제가 됐다. 머니투데이는 “故손정민씨 업고 가는 친구? CCTV 보고 의혹 제기한 누리꾼” 기사를 통해 이미 허위로 드러난 누리꾼의 일방적 의혹 제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머니투데이 기사와 관련 신문윤리위는 “타 매체들은 제목과 본문에 의혹을 부인하는 전문가 의견을 함께 다뤘지만, 머니투데이는 같은 내용을 타사보다 늦게 보도하면서도 이를 배제하고 단순히 전달만 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은 고인의 동기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인의 친구 A씨를 겨냥해 “네가 죽인 거야”라는 글을 쓴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글 작성자는 불분명했다.

▲ 지난 5월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故)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5월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故)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문윤리위는 “언론은 당시 함께 있던 친구가 마치 피의자라도 되는 듯 ‘낙인찍기’식 기사를 양산했다”며 “다수의 언론은 손씨 부친이나 유튜버 주장을 최소한의 검증이나 보충 취재 없이 단순히 전달하는 데 급급했다. 유가족이 제기한 잇단 의문과 유튜버나 누리꾼이 제기한 갖가지 의혹에 대한 속보 경쟁 결과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한 채 오직 추측과 억측만이 난무, 독자들에게 혼동만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문윤리위는 “게이트 키핑이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손씨 친구에 대해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언론은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 적극 대처해 나갈 보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문윤리위는 언론사들이 설립한 언론 자율규제 기구로 신문윤리 강령을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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