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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PD가 왜 노동자냐면” 법원이 밝힌 이유
“이재학 PD가 왜 노동자냐면” 법원이 밝힌 이유
“‘프리랜서’ 형식 떠나 실질적인 청주방송 노동자”… ‘탄력 근로’ 업계 특성도 유리하게 반영 “정규직 PD도 마찬가지”

법원은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며 그가 청주방송의 업무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지위, 급여 지급 방식 등의 형식과 별개로 실질적으로 청주방송에 전속돼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임금을 받으며 일했다고 인정했다.

지난 13일 청주지법 경력대등재판부 민사2-2부(오태환·최유나·이성기 법관)는 고 이재학 PD가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 이재학 PD가 청주방송에서 부당해고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총 6300만원의 미지급 임금을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재학 PD가 해고된 뒤 사망할 때까지 21개월 간의 임금을 한 달 300만원으로 계산한 값이다.

재판부는 먼저 “고인은 취업규칙을 적용받지 않았고, 기본급·고정급이 정해져 있지 않았으며, 오랫동안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고 사업자로서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를 납부했다”며 “그러나 이런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수 있으므로, 이를 들어 고인의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주방송이 이재학 PD의 업무 내용을 정하고 지휘·감독도 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청주방송이 방영할 프로그램은 당연히 청주방송이 정한다”며 “이재학 PD는 청주방송이 방영하기로 한 프로그램 제작에 조연출 또는 연출로서 참여해 정규직원들과 협업하고, 회사의 기획 의도나 방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2020년 7월 청주방송 4층 소회의실에 조성된 고 이재학 PD 추모공간. 사진=손가영 기자
▲2020년 7월 청주방송 4층 소회의실에 조성된 고 이재학 PD 추모공간. 사진=손가영 기자

 

이어 이재학 PD가 “청주방송 간부 직원이나 정규직 PD의 업무 지시를 받거나, 간부 직원에게 보고해 결재와 승인을 받았고 청주방송 행정 업무도 처리했다”며 “고인이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게 되는 방식, 대내외적으로 청주방송 직원인 것처럼 표시된 사실 등을 더해 보면, 이 PD 업무 내용을 청주방송이 정하고, 또 청주방송이 그 업무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PD 업무 방식과 관련해 “고인이 기안한 문서에 청주방송 팀장, 국장, 본부장, 대표이사가 결재하기도 했고, 협조 공문이나 문서에 담당자를 ‘이재학 PD’라고 기재한 경우도 있었다”며 “프로그램 관련 사업계획서, 사업완료서, 기안서, 견적서, 원가계산서, 보조금 청구서 등에 고인이 PD 또는 메인 PD로 표시된 경우가 있었다. 청주방송은 이 PD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반면, 외주 제작을 하는 경우엔 외주 제작사와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판시했다.

출·퇴근 시간과 장소도 청주방송의 구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PD는 제작 프로그램의 촬영 및 방영 일정과 협업해야 하는 정규직원들 근무 시간에 맞춰 회의, 촬영, 편집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며 “비록 근무 시간이 다소 탄력적이었다 하더라도 이는 업무 특성에서 비롯됐고 정규직 PD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업무 특성이나 장비 등의 문제로 이 PD가 임의의 장소를 정해 업무를 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제작에 필요한 장비와 비용을 청주방송이 제공했고 이 PD가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다”며 “이 PD가 청주방송으로부터 독립해 자기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 PD는 회당 보수를 받았을 뿐, 제작과 관련한 이윤 창출과 손실 발생 등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PD의 보수에 대해 “매달 수령한 보수는 업무 수행 결과나 성과에 따라 바뀌지 않는, 연출 또는 조연출로서 노무를 제공한 데 따른 인건비”라며 “고인이 제공한 근로의 대가라고 봐야 한다”고 인정했다. 이 PD가 수입 대부분을 청주방송으로부터 벌었던 사실에 비춰 “이 PD의 근로 제공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된다”며 “2004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청주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고 이 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그의 부당해고와 관련해 재판부는 “이 PD가 2018년 4월 당시 준비하던 ‘아름다운 충북’ 프로그램 제작진 인건비 인상을 요구하자 기획제작국장은 그에게 프로그램을 그만두라고 한 후 편성제작국 팀장에게 업무를 대신 맡길 외주 업체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며 “며칠 후 이 PD에게 ‘쇼! 뮤직파워’에서도 손을 떼라고 말했다. 그 후 이 PD는 청주방송의 제작 업무를 할 수 없었다”고 인정했다. 노동자인 이 PD가 구두로 해고됨으로써 청주방송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단 판단이다. 근로기준법상 직원을 해고하려면 최소 30일 전 해고를 예고하고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 통지해야 한다.

이재학 PD의 소송을 넘겨 받은 유족과 청주방송은 이번 항소심에서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았다. 양쪽 모두 이 PD 사망 후 진상규명을 위해 꾸려진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보고서 내용을 인정한다고 법원에 밝혔다. 항소심 판결문엔 진상조사위가 확인한 사실관계가 대부분 수용됐다. 양쪽이 이재학 PD의 미지급 셈법도 월 300만원으로 합의함에 따라 재판부도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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