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방송작가 복직 불복’ 잇따른 비판과 말없는 MBC
‘방송작가 복직 불복’ 잇따른 비판과 말없는 MBC
방송작가유니온 포함해 언론 단체들 비판 잇따라
방송문화진흥회도 “소송에서 이겨도 반복될 사항들”

MBC가 보도국 작가 2명을 복직시키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송사 전반의 프리랜서 문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취지다. 언론 취재에 응한 일부 관계자 발언으로 전해진 입장이다.

MBC 방송작가 복직 여부는 방송가에서 큰 화두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방송작가 두 명은 10년 가까이 MBC ‘뉴스투데이’ 코너에서 일하다 하루아침에 전화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방송작가들이 법적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해고’가 아니라 봤으나 중앙노동위는 이들 역시 노동자이며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정했다.

소위 ‘비정규직 백화점’으로 불리는 방송사에서 역사적이자 충격적인 판정이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프로그램이 개편될 때마다 갈리는 게 당연했던 방송작가들로서는 노동자로서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섰다. 프리랜서, 계약직을 비롯해 변칙적 비정규직 활용이 만연한 방송계에서는 ‘모든 방송작가들을 정규직화하라는 말이냐’는 당혹감이 전해졌다.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서울 마포구 MBC 사옥

MBC로서는 중노위 판정을 받아들이면 노동자 권리를 폭넓게 인정한 선례로 남지만, 동시에 MBC를 포함해 사용자인 방송계 원성을 살 상황에 놓였던 셈이다. MBC는 결국 사안을 법정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이번 결정에 대한 이유 등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

비판은 언론계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다. 방송작가들의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6일 가장 먼저 성명을 내어 “MBC는 방송작가 노동 문제를 선도적으로 풀어갈 기회와 그 어디보다 청렴하고 공정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 공영방송로서 책무를 스스로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이튿날엔 대구MBC 비정규직 스태프들로 구성된 다온분회, 이들 상급 조직인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연이어 비판 성명을 냈다. 통신업계‧콜센터‧방송계 노동자들이 속한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80년대 군사독재정권 횡포로 해직된 언론인을 주축으로 결성된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도 MBC를 비판했다. 지난 7일 하루동안 나온 각 성명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중앙노동위원회의 MBC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 판정, 청주방송 근로감독 결과뿐만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하던 뉴미디어 크리에이터들 퇴직금 지급 명령까지. 언론계 불공정 노동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과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인식은 왜 지상파 방송 담벼락 앞에서 늘 멈춰서야 하는가.”

언론노조 대구MBC비정규직다온분회
“매일 노동에 관한 이슈를 국민의 알 권리라는 이유로 보도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문제는 자성의 목소리를 낼 의지는 없는가? 왜 내부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 것인가? 노동이슈를 보도하며, 보도내용 속 사측과 같은 행동을 하면서, 정작 시청자들에게 한 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가?”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함께 방송을 만드는 방송 노동자들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어김없이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MBC는 언제까지 비정규직 문제를 하나하나 땜질하듯이 메꿔갈 생각인가. (…) 밖으로는 공정을 이야기하면서 안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는 그 어떤 개선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MBC가 공영방송의 자격이 있는 것인지 반문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MBC가 어떤 방송사인가. 엄혹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언론 자유를 지키고자 나선 구성원들이 부당하게 해고당한 아픔을 가진 곳이다 (…) 해고의 아픔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낮은 자세로 사회의 어두운 곳을 돌아볼 줄 아는 MBC ‘정규직’ 구성원들의 시선은 정작 옆자리에 앉아 있는 방송작가엔 가닿지 않는 것인가.”

MBC 결정을 앞둔 우려가 외부에서만 나왔던 건 아니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지난달 이사회에선 “소송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관행을 바꾸지 않고서는 또 반복될 수밖에 없는 사항들”(김상균 방문진 이사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한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이 지난 3월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손가영기자
▲김한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이 지난 3월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방송작가 근로자성 인정을 주장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손가영기자

특히 과거 MBC 구성원들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했던 신인수 방문진 이사는 “더 이상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땜질 처방하기엔 시대적 환경이 너무 많이 변한 것 같다”며 “공영방송이라면 스스로의 문제점을 법원과 노동위에 맡겨 판단할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과감하고 신중하게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초 박성제 사장은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스테이션 이미지’(Station image), MBC가 갖는 정체성을 강조했다. ‘저널리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었지만, 이는 바깥으로 내보내는 보도만으로 쌓이지 않는다. MBC가 추구하는 가치는 MBC 내부를 향한 잣대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에 대한 근로감독이 진행 중이다. ‘선도적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원칙을 밝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