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심각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말씀드리다 보니 두서 없었던 거 같다.” 

29일 TBS와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멀티 플랫폼 시대 공영 라디오의 위상과 사회적 역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이정훈 신한대 교수가 발제를 마무리하며 한 말이다. TBS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밝힌 ‘뼈 있는 농담’이다.

이정훈 교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같은 시사 대담 프로그램을 ‘데일리 저널리즘’과 ‘탐사 저널리즘’ 사이에 위치했다고 봤다. 신문·방송의 일반적인 보도를 말하는 데일리 저널리즘은 출입처를 중심으로 매일 나오는 사안을 전달한다. 탐사 저널리즘은 수개월에 걸쳐 긴 호흡으로 취재해 보도한다. 데일리 저널리즘은 관점을 담기 보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데 치중한다. 반면 탐사보도는 관점을 풍부하게 담는다. 대신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치밀하게 검증한다는 차이가 있다.

“시사 대담 프로그램 제작진의 딜레마는 데일리 저널리즘처럼 출입처를 활용할 수 없으면서도 탐사 저널리즘 수준의 정당화할 수 있는 기제를 가져야 하는 데 있다. 이는 시사 대담 프로그램이 불리한 타고 난 한계라고 생각한다. 시사 대담 프로그램 제작진에겐 탐사보도 기자들이 누리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런 시사 대담 프로그램의 저널리즘을 평가할 기준을 정립해야 하는데, 최소한 데일리 저널리즘 잣대를 적용하긴 어렵다.” 이정훈 교수의 말이다.

▲ 29일 TBS와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멀티 플랫폼 시대 공영 라디오의 위상과 사회적 역할’ 세미나 현장
▲ 29일 TBS와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멀티 플랫폼 시대 공영 라디오의 위상과 사회적 역할’ 세미나 현장

이정훈 교수는 매번 새로운 이슈의 의미를 해설해야 하는 시사 대담 프로그램 제작진을 ‘초심자’에 빗대며 “완벽하고 완전할 수 없는 초심자인 제작진에게 필요한 논리는 객관성과 중립성보다는 투명성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객관성과 중립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제 문제의식은 객관적이고 정확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시사 대담 프로그램은 인터뷰를 통해 전하는 전문가나 목격자의 증언을 초심자인 제작진이 어디까지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루틴과 관행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실체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사실일 경우 사회적 중요성이 있는 사안에 음모론적 주장을 제기하는 것 자체는 인식론적으로 완전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문제 제기 단계에서 해야 할 정당화 과정이 있는데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거나, 그럴만한 구조나 조직을 갖추지 못한 거라면 문제다. 결과적으로 음모론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음에도 그냥 넘어가는 건 인식론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용서 받기 힘들다”고 했다.

이정훈 교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좋은 저널리즘이냐 아니냐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 무엇보다 실천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느냐”라며 “문제제기부터 문제 확인 과정에서 매 단계마다 얼마나 맞고 틀린지 공유할 수 있느냐, 얼마나 투명하냐 이 문제 같다”고 덧붙였다.

실체를 정확히 알기 힘든 사안에서 특정인을 인터뷰해 의견을 전하는 시사 대담 프로그램의 특성상 즉각적인 검증이 힘들 수 있기에 그 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프닝 화면 갈무리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프닝 화면 갈무리

이정훈 교수는 TBS에 늦더라도 정확한 보도를 할 것과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별개로 데일리·탐사 저널리즘의 수준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시사 프로그램 특성상 완전히 확인된, 어제 일어난 일을 오늘 다루게 되면 근원적으로 틀린 사실도 다루게 된다”며 “하루만 늦게 방송하고 조금 더 충실하게 해야 한다. 오늘 이슈가 터지면 바로 다음날 아침에 대담이 나가는데, (보도가) 하루 늦게 나가서 실패한 경우보다 하루 먼저 나가서 실패한 경우가 훨씬 많다”고 했다.

질의응답 때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보지만 공영방송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일 수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이정훈 교수는 “공영방송이라서 시사 토크쇼를 하면 안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공영성의 핵심은 ‘탁월함’이라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에서 그 장르를 한다면 민영방송에서 하는 것보다 잘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양측으로 갈라져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에서 우리 사회 최고의 공영성은 사실과 진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임종수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인들이 김어준씨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호의적이지 않다. 정서적 반감이 강하다”며 “출연료 관련 보도가 많았는데 어떤 진행자가 이 정도 재정 기여를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TBS의 개선 방향에 대해 “일차적으로 이사회 구성을 대단히 폭 넓게 할 필요가 있다. 시민 거버넌스가 작동하도록 시민 대표가 33%정도 비율의 의석을 확보하고, 전체 이사회 구성을 세자리 숫자로 늘리면 시장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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