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진행자가 “법조쿠데타”를 주장했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의견진술 절차를 진행한다. 법원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채 격한 표현으로 비판한 것이 공정한 논평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6일 오후 회의를 열고 전원일치 의견으로 TBS ‘뉴스공장’에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의견진술은 방통심의위가 법정 제재(‘주의’ 이상) 필요성이 제기될 때 해당 방송사 관계자가 나와 방송제작 경위와 과정을 밝히는 절차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12월24일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다음날 방송 오프닝에서 이를 두고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통제를 중지시킨, 판결로 정치하는 사법. 이것이 검찰과 사법이 하나가 되어 촛불로 탄생한 정부에 반격하는 법조 쿠데타 시도인가”라고 평했다.

이어진 대담 코너에서 “행정법원의 일개 판사가 본인이 검찰총장의 임기를 ‘내가 보장해 줄게’ 이렇게 한 것”(김어준씨) “판결문 자체에서 모순되는 내용들이 있는 것은 판사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서기호 변호사) “이게 사실 조직적인 것보다 더 위험한 게 이심전심에 의한 연성 쿠데타”(신장식 변호사)라고 언급하는 내용 등이 방송됐다.

▲TBS 홈페이지 캡쳐
▲TBS 홈페이지 캡쳐

앞서 4기 위원회 방송소위가 마지막 회의에서 이 안건에 의견진술로 의견을 모았으나 차기 5기 위원회 새 회의 개최를 고려해 의결을 보류했다. 이날 회의에선 5명 위원 전원이 의견진술 절차에 동의했다.

윤성옥 위원은 “심의규정 10조 방송해설과 9조 공정성을 적용하면 결국 진행 출연자의 논평과 의견이 공정했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진행자는 ‘판결문 분석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법리를 따질 일이 아니다’ 등 발언을 했다. ‘사법카르텔’이나 ‘정치하는 사법’ 등은 법원이 정치 판결을 했다는 의미인데, 아무런 사실적 근거 없이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논평이 진실한 사실에 기초한 논평인지에 (제작진)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상휘 위원은 “오프닝 멘트부터 특정 사실에 대해 무서운 말들을 하는데 여론에 어떤 심대한 영향을 주는지 모르는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 위원은 “‘뉴스공장’은 편파성 면에서 굉장히 문제가 있다”며 “주의·경고가 6번 내려졌는데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광복 소위원장은 “오프닝 발언은 진행자가 이어질 토론이나 대담에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데 신중해야 했다”며 “법정 제재를 전제하는 건 아니나 제작진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다. 

한편 방송소위는 이날 ‘뉴스공장’이 법원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가처분 인용 결정을 논평한 지난해 12월2일 방송분에는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이 방송 대담에서 출연자들은 “(재판부가) 불필요하게 굳이 너무 머리를 많이 굴리는 것”, “짠 것 같다라는 생각”이라 말하고 진행자 김씨는 “반론을 드리겠다” “너무 멀리 가셨다”라며 일부 제지했다.

국회의원들 전화번호 노출한 MBN은 ‘권고’

종합편성·보도채널 가운데선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와 MBN ‘MBN 프레스룸’이 권고를 받았다.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는 지난 4월8일 대담에서 TV조선 기자가 4·7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두고 “민주당 쪽에선 20대 쪽에서 지지하지 않는 성향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교육을 잘 받지 못했다 또는 지능이 좀 떨어진다는 식으로 비하해온 사례가 많았다”고 말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지능이 떨어진다’는 표현에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14조) 위반으로 민원이 제기됐다. 문제없음과 의견제시, 권고 의견이 모두 나왔으나 조정을 통해 권고가 결정됐다(이상휘·황성욱·윤성옥 위원).

‘MBN 프레스룸’은 지난 4월12일 낮 뉴스 ‘프레스룸’에서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보궐선거 패배 자성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뒤 일부 민주당 지지자의 항의전화가 빗발치는 상황을 방송했다. 이 과정에 의원들 휴대전화 번호를 흐림처리 없이 약 10초간 내보냈다. 방송 끝 무렵 진행자가 사과했고 다시보기에선 삭제됐다. 방송심의규정 19조(사생활보호) 위반 여부를 심의한 결과 다수(4명) 의견으로 권고가 결정됐다. 황성욱 위원은 “개인정보 노출은 결과의 중대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MBC 방송화면 캡쳐
▲MBC 방송화면 캡쳐

한편 방송소위는 지난 24일엔 MBC 도쿄올림픽 중계사고에 대해 의견진술 절차를 전원일치로 의결했다. MBC는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진, 마셜제도엔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 자막 등 부적절한 그래픽을 내보내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이어지자 진행자 사과, 박성제 MBC 사장 사과 기자회견, 보도본부장 사임, 스포츠국장 교체 등이 이뤄졌다. 윤성옥·정민영 등 일부 위원은 법정제재를 전제한 의견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 SBS CNBC ‘닥터Q 내 몸을 말하다’ 방송화면 캡쳐
▲ SBS CNBC ‘닥터Q 내 몸을 말하다’ 방송화면 캡쳐

화면에 출연 의사가 소속된 병원 전화번호를 고지하고 상담 권유하는 방송을 반복적으로 내보낸 SBS CNBC ‘닥터Q 내 몸을 말하다’, GTV ‘헬스 플러스’, 팍스경제TV ‘내 몸 건강 체인지 업’에 대해서도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현행 의료법 56조는 방송을 통한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방송심의규정 42조(의료행위등)는 방송 중 의료기관에 광고효과를 줄 수 있는 정보 고지를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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