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겨냥한 의혹 제기를 공모했다고 보도했다가 사과한 KBS의 내부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KBS 내 3개 노조가 동시에 성명을 내고, 이번 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다시 살피겠다고 했지만 22일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  98인  연대서명’이 또다시 발표됐다. 이 연대서명에 참여하는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이번 연대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2016년 3월11일에 등장한 ‘KBS 기자협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모임’(정상화 모임)에 참여한 이들임이 대다수라고 확인돼, ‘제2의 정상화모임’이 꾸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상화모임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과 유착해 KBS 공정성을 훼손시켰다고 평가받는 고대영 사장 체제 당시 ‘공정 방송’을 외친 KBS 기자협회 등을 비판하고 나선 단체다. 

▲18일 KBS 뉴스9의 문제의 보도. 현재는 다시보기 서비스가 삭제된 상태다.
▲18일 KBS 뉴스9의 관련 보도. 현재는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이 서명에서 이들은 “양승동 KBS 사장은 ‘KBS 뉴스9’ 검언유착 오보 방송 국민들께 사과하고 책임자를 즉각 직무 정지하라”며 △양 사장의 공개 사과와 책임 △진상규명과 합당한 후속조치를 위한 노사합동조사위원회 구성할 것 △김종명 보도본부장과 엄경철 국장, 이영섭 사회주간, 정홍규 사회부장의 직무 정지와 보도 경위 조사 △KBS기자협회가 오보방송 진상을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성명서에 따르면 20일 KBS 임원회의에서 양 사장은 “경위를 파악하고 사후대책 포함해 보고할 것, 수신료 국면을 앞두고 실수나 임직원 언행에 조심할 것”을 말했고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주말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것 같고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며 단정적 표현방식에 대한 사과”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은 같은 날 취재제작회의에서 “책임감을 느끼며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정상화 모임'과 겹치는 이름 대다수인 '연대성명'

이번 보도와 사과 방송 이후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공정방송위원회를 열기로 예정했고 “상황을 이렇게 이르게 한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어느 단계에서 어떤 수준의 결정이 이뤄졌고 누구에게 어느 수준의 책임이 있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이런 성명이 또다시 나온 맥락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연대성명’에 이름을 올린 정지환 전 통합뉴스룸 국장은 지난해 6월 KBS 적폐청산 기구 진실과미래위원회가 정직 6개월 징계를 확정한 인물이다. 정 전 국장은 2015년 12월 당시 고대영 KBS 사장의 인사로 통합뉴스룸 국장에 임명됐고 2016년 3월 보도 간부들이 주축이 된 KBS 기자협회 정상화를 위한 모임을 결성해 박근혜 정부에 편향적 보도를 비판했던 KBS 기자협회와 언론 시민단체 등을 비난했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취재해야 한다는 기자들의 요구를 무시한 인물로도 평가된다. 

미디어오늘이 2016년 3월11일 발표된 ‘KBS 기자협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모임’ 129명의 이름과 22일 발표된 ‘연대 성명’의 이름을 교차 확인한 결과, 30여명의 이름이 중복된 상황이었다. 

▲7월22일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 98인 연대서명에 이름을 올린 이들. 2016년 '정상화모임'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밑줄을 쳤다. 사진=미디어오늘. 
▲7월22일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 98인 연대서명에 이름을 올린 이들. 2016년 '정상화모임'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밑줄을 쳤다. 사진 구성=미디어오늘.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보도 관련 점검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별도의 ‘연대 성명’ 나온 것에 ‘제 2의 정상화모임’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연대 성명’에서 보도 검증의 주최를 ‘KBS 기자협회’로 요구한 것은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여는 공정방송위원회에서 행하는 조사를 신뢰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최광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공정방송실장은 미디어오늘에 “지난 주말 벌어진 사건을 단순한 방송사고로 보지 않고 있다. 회사 차원의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데에도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지난 정권 내내 권력의 정점에서 KBS를 암흑 속으로 몰아넣는 데 앞장섰던 이들이 인제 와서 ‘공영방송의 신뢰’를 외치는 데는 쉽게 공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제2의 정상화 모임’이 꾸려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지난날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공영방송의 신뢰’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보았으면 한다”며 “이렇게 이번 논란을 키워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이들이 회사 외부에도, 회사 내부에도 있는 상황인데 이번 일은 일부 세력의 정치적 공격 소재로, 정쟁의 형태로만 소모돼선 안 되며  절차적 문제와 개선점을 찾아내 궁극적으로 KBS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지난 성명에서 밝혔듯, 언론노조 KBS본부는 다음 주 열릴 공정방송위원회 등을 통해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복기해 단계별 문제점과 개선책을 찾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KBS ‘뉴스9’은 지난 18일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기자와 검사의 공모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가 다음날인 19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고 사과했다. 같은 날 한동훈 검사장도 KBS 보도 관계자와 수사 정보를 KBS에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관련 기사: “검언유착 정황 확인” KBS 보도에 내부 노조들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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