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사장 최연혜, 이하 코레일) 자회사에 청와대 및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주요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가 코레일을 ‘지주회사+자회사’ 형태로 구조개편하려는 배경을 두고 “낙하산 일자리만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1일 미디어오늘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트’에 공시된 코레일 자회사의 임원현황을 살펴본 결과, 코레일 6개 자회사에 청와대·관료 출신 임원이 여럿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인 출신 인사와 언론사 출신 인사도 있다. 임원의 절반 정도는 코레일 출신이다.

코레일이 주차·역무·고객센터·IT사업 등을 맡기는 코레일네트웍스. 이곳의 비상임 이사인 김규춘씨는 국토부 도로건설과장, 기반시설기획팀장, 여수박람회 조직위원회 건설본부장을 지낸 국토부 관료다. 박훈 비상임이사는 서울 동대문구청장 출신이다. 김정근 사장은 LG CNS 부사장 출신, 김순철 이사는 코레일 출신이다. 윤성수 감사는 사회복지법인 에덴복지재단에서 일했다.

코레일관광개발에는 두 명의 청와대 출신 인사가 있다. 박중현 상임이사는 대통령실 사회통합수석실 행정관, 서울시 정무조정실 소통특보실 보좌관, 서울시 정무조정실 비서관 출신이다. 조청래 감사는 청와대 민정비서실 행정관,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이었다. 이건태 사장, 김창열 이사, 김경식 이사는 코레일 출신이다.

   
 
 
관광개발에는 관광회사 출신 임원도 있는데 김기병 이사(비상임)는 상공부 총무과장, 기획관리국장, 동화면세점과 롯데관광에서 회장을 지냈다. 백현 이사(비상임)는 대우 해외영업본부, 계명여행사 해외영업본부장, 롯데관광 이사를 지냈다. 정호명 감사는 아진관광, 롯데관광개발 관리본부장 출신이다.

코레일유통에는 서울시의회 의원 출신인 최홍우씨가 비상임 이사로 있다. 6, 7대 서울시의회 의원 출신인데 의원 시절 교통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강영일 이사(비상임)는 문화일보 출신으로 현재 외교통상부 (사)그린코리아 문화체육회 사무총장이다. 정대종 사장은 우리홈쇼핑, 케이블앤텔레콤, 한강케이블TV 사장 출신이다. 오규환 감사는 한인건설 부사장 출신이다.

철도기술 분야 자회사 코레일테크. 윤영범 사장은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지냈다. 윤 사장은 보병 6사단 출신으로 이라크 평화재건단장, 한미연합사 작전참모차장 및 부참모총장을 지낸 바 있다. 강연욱 감사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이사, 서울메트로 이사 출신이다. 주재희 감사는 현대증권 출신으로 우리증권 청량리지점장을 지낸 바 있다. 석찬영 이사는 코레일 수도권동부지사 광역차량팀장 출신이다.

물류회사인 코레일로지스. 김종술 이사(직책 관리본부장)는 대구일보 기자 출신으로 대구보건대학 외래교수, 경북관광개발공사 상임감사를 지냈다. 권용진 이사(비상임)는 대한청년자원봉사단 중앙단장, 부산 동아시아대회 육상지원본부장을 지냈다. 홍성태 감사는 삼성생명 대구지역단 고문 출신이다. 박복규 사장은 코레일 출신이다.

   
 
 
코레일이 가장 최근 계열편입한 코레일공항철도. 이곳에는 민주국민당 사무총장 출신으로 현재 국회 입법지원 위원을 맡고 있는 최도열씨가 이사로 있다. 심혁윤 사장 포함 나머지 네 명의 임원은 모두 코레일 전현직 간부 및 고위직 출신이다. 심 사장은 철도공사 부사장 출신, 나민찬 이사는 코레일 안전실장 출신이다. 박진성 이사는 코레일 광역철도본부 광역계획처장을 겸직하고 있다. 전찬호 감사도 코레일 감사실장을 겸직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공사든 자회사든 계열사든 철도산업을 이해하고 같이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 와야 최소한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청와대와 국토부, 그리고 여기에 인연이 닿는 사람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며 “수서발KTX 포함 자회사를 계속 만든다는 것은 결국 낙하산 자리를 더 만드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퇴직 관료의 공공기관, 유관기관 취업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퇴직공무원 재취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4월까지 퇴직한 4급 이상 국토부 관료 중 재취업한 인사는 118명이었는데 이중 35명(29.7%)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관기관까지 포함하면 10명 중 4명꼴이다.

철도 부분만 따로 보면 2008년 10월 철도정책관으로 퇴직한 심아무개씨는 보름만에 코레일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해 9월 퇴직한 고위관료 김아무개씨는 11월 철도시설공단 부이사장이 됐다. 2009년 고위관료 신아무개씨는 퇴직 일주일 뒤 한국철도협회 부회장이 됐고, 그해 철도안전팀장 정아무개씨는 퇴직 하루 뒤 철도시설공단 이사로 옮겼다. 2010년 교통정책실장 홍아무개씨는 철도기술연구원 원장, 2011년 고위관료 김아무개씨는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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