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와 한국철도공사(사장 최연혜·이하 코레일)가 수서발KTX를 분할하는 최종안을 5일 내놨다.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명환)은 신설법인에서 코레일 몫을 늘린 정부 계획에 대해 ‘민영화 시발점’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KTX 운영법인을 분리하고 경쟁시키면 철도공공성이 파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예정대로 오는 9일 오전 9시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5일 코레일은 ‘철도산업 발전방안’ 최종안을 내놨는데 핵심은 수서발KTX 신설법인에 코레일 몫을 애초 계획 30%에서 41%로 확대하고, 코레일이 영업흑자로 전환할 경우 2016년부터 이 법인 지분을 연 10% 이내 늘릴 수 있는 것. 그런데 지분 비율에 관계없이 ‘장기 아웃소싱을 통한 내부 민영화’가 가능할뿐더러 코레일의 적자노선 축소가 불가피해 공공성이 약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기사]
① 미디어오늘 2013년 4월 5일자 “지하철 탈 때 회사 가리나? 제2철도공사는 민영화 우회로”
[인터뷰] 공공사회연구소 박흥수 연구위원 “70년대 사고방식, 철도 역사 이해 못한 관료, 왜곡 선전 심해”
② 미디어 오늘 2013년 6월 26일자 “철도민영화, 이제 무궁화호가 사라진다”
독일엔 없는 독일식 철도개혁… 공기업도 사기업도 아닌 유령회사가 국가기간산업 주체?
③ 미디어오늘 2013년 7월 17일 지분 팔아야 민영화다? 정부의 상술은 진화 중
위탁, 외주화, 시장 개방으로 리스크, 시간, 비용 줄이는 ‘진화한 민영화’
④ 미디어오늘 2013년 12월 5일자 코레일 주연의 철도민영화, 어떻게 가능하냐고?
코레일 내부민영화에 시설공단 반쪽민영화, 여기에 도시철도 운영권 통째로 넘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쟁점은 신설법인의 주식을 민간에 매각할 가능성이다. 코레일은 수서발KTX 신설법인의 지배권이 코레일에 있고, 민간자본의 참여를 막는 장치로 공적 자금 참여가 부족할 경우 정부 운영기금을 투입하는 방법을 마련했다며 “민영화 논란을 완전 불식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정부가 철도노조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참여연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소속 법률전문가들은 ‘민간매각 제한’이 상법 상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클뿐더러 이 같은 안을 이사회가 의결한다면 코레일에 해가 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도한 지분 매각 금지는 상법 상 불가능한데 정부가 억지 논리를 펴면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 또한 코레일 몫이 늘리고 연기금이 모이지 않을 때 정부가 직접 투자할 것이라는 코레일과 국토부 설명에 대해 “연기금 등의 투자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일부 조정한 것”이라며 “연기금 투자가 안될 경우 정부가 투자를 검토한다는 것은 국토부가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며 경쟁체제를 추진한다는 입장과도 이율배반적”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와 코레일이 최종안에 누락한 쟁점은 지분 비율과 관계없이 ‘내부 민영화’가 가능하다는 것. 사회공공연구소 박흥수 객원연구위원(철도정책 분야)은 6일 오전 국회의원연구모임 복지노동포럼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을 분석한 결과 “코레일 지분이 있다지만 수서발KTX 신설법인은 일반 주식회사라 조달협정 개정에 따라 역세권 관리, 운영 등 분야별 아웃소싱을 진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흥수 위원은 “설사 고속철도 운영에 대해 단기적으로 외국자본의 직접적 투자가 없더라도 철도산업 전반에 수익 우선의 상업적 이해를 추구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경우, 철도운영 기업들과 투자기업의 이윤 추구 중심의 경영목표라는 이해관계 속에 시민들의 공공적 권리는 박탈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철도노조는 KTX가 분할되면 코레일이 하루 4만4441명의 승객을 잃고, 연 4664억 원의 추가 적자를 입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근거는 민영화 추진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한국교통연구원 자료다. 이 자료는 2013년 6월 코레일 이사회 ‘한국철도공사 중장기(2013~2017) 재무관리계획(안)’에 포함됐다.

정부안에 따르면 앞으로 지주회사인 코레일과 자회사인 수서발KTX 신설법인이 고속열차 경쟁을 벌이게 된다. KTX에서 얻은 이익으로 적자노선을 유지하는 코레일로서는 적자노선 폐선과 ‘감량경영’이 불가피해진다. 공익서비스 의무(PSO) 제도에 따라 정부 보조금을 받아도 수천억 원 손해인 경북선·영동선·정선선·태백선·동해남부선·진해선·대구선·경전선 등은 폐선 1순위가 된다.

여기에 PSO 비대상 일반열차까지 합하면 일반열차의 적자폭은 2005년 1조247억 원, 2012년 1조2289억 원이다. 경부선·중앙선·호남선·전라선·충북선·경인선·장항선·경의선·경원선·경춘선·교외선·안산선·분당선·일산선의 지난해 적자는 9042억 원이다. 코레일은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배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 코레일이 지난달 25일에 배포한 경영진 워크숍 결과 자료 중 일부. 코레일의 전략은 고속철도 중심 전략 강화, 인력효율화, 고부가가치 산업 진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료=코레일.
 
대규모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코레일 경영진은 지난달 22일부터 이틀 동안 ‘부채감축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현행 442.2%의 부채비율을 2015년 248.9%로 줄이고 △연간 1800억 원 적자를 기록한 영업이익을 230억 흑자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방법은 고속철도 중심 전략 강화, 부동산 개발, 자산 매각, 인력효율화 등이다. 이를 통해 7000억 원의 부채를 줄이겠다는 목표다.

특히 최연혜 사장은 “한때 1만5천명이 근무했던 전매청의 경우, 한국전매공사, KT&G로 전환되면서 대규모 인원감축이 이루어져 현재는 4000명 정도 근무하고 있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말했다. 코레일은 초과인원 200여명을 연말까지 줄이고, 본사 인력도 15% 감축할 계획이다. 또한 업무 재조정으로 철도산업 외 다른 곳으로 인력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6일 오전 간담회에서 “코레일은 적자를 본 게 아니라 그만큼 국민에게 복지를 제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철도는 복지, 철도는 국가경쟁력, 철도는 환경이라는 담론을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철도민영화가 국회에서 이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6일 성명을 내고 “수서발KTX 운영회사 설립은 철도의 분할민영화로 이어져 한국 철도의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철도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오는 10일 예정된 코레일 임시이사회 개최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국회 내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일부 의원들은 10일 이사회 장소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 이익으로 적자노선 유지하고 있는데 개선이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기적인 부분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대응을 묻자 “목적이 임금이 아닌 철도민영화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며 “파업가담자를 파악한 뒤 사칙에 따라 처리할 문제라는 게 사장님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은 고속열차에서 얻은 이익을 교차보전해 적자노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체 적자는 2005년 8852억 원에서 지난해 7153억 원으로 줄었다. 다른 부대사업까지 포함하면 2008년 코레일의 영업적자는 7374억 원에서 지난해 3384억 원으로 줄었다. 국토부는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고선 15조 원 이상의 누적부채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경영개발연구원 김용구 원장은 “공기업 부채 급증의 정책적 인과관계는 국민의 후생 감소를 담보로 진행된 것”이라며 76.2%(2010년 기준) 수준인 철도 원가 보상율을 거론했다. 김 원장은 ‘공공기관이 방만경영을 펴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한국 공기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왜소한 비율을 고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용구 원장에 따르면 영국의 공공부문 고용인원은 2009년 607만 명으로 전체 취업인구의 21%다. 1999년에는 19.3%였다. 이중 공기업은 57만 명으로 전체 취업인력의 2% 내외. 프랑스는 2008년 기준 92개 공기업이 있고 고용비율은 2.7%다. 스웨덴은 2007년 기준 3.9%다. 반면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취업자는 전체 취업인구에서 1.02% 수준이고, 공기업 취업자는 0.3%다(2011년 12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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