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용산 철도회관에서 만난 김명환 위원장은 ‘필공파업’을 결정하기까지 조합원의 반발이 많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합법파업을 위해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지키기로 결정했는데 이렇게 되면 조합원 2만1천여 명에서 8460명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열차를 굴려야 한다. 그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일부 지역에서 전면파업에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노동법을 지키면서 파업에 대한 정치적 주목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오는 9일 오전 시작하는 철도노조 파업의 쟁점은 ‘철도민영화’다.

철도노조는 수서발KTX이 분할돼 경쟁구조가 되면, 설령 신설법인이 코레일의 민간 자회사라 할지라도 KTX를 중심으로 하는 철도정책이 강화될뿐더러 코레일의 적자분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노조가 추정하는 추가적자는 연 4000억 원인데 김명환 위원장은 “단순계산하더라도 연봉 5천만 원을 받는 철도노동자 8천명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를 줄이거나 없애고, 적자노선을 걷어내고, 사람 대신 기계를 투입하고, 할인프로그램을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철도노조는 최연혜 신임 사장을 믿고 있었다. 지난 10월 취임한 최 사장은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인사였다. 2005년 철도공사 부사장을 지냈고, 2007년부터는 철도대학 총장을 지낸 철도전문가로 평소 철도민영화에 대한 입장 덕에 내부 반발 없이 사장에 올랐다. 사실 최 사장은 2012년 3월 대전 서구을 지역에 새누리당 후보로 선거에 나섰으나 낙선했고 사장 선임 직전까지 이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아 ‘친박’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정권 말에 철도민영화가 크게 문제가 됐을 때도 반대 입장을 냈던 분이다. 그것도 조선일보에.”

최연혜 사장은 지난해 1월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최근 국토해양부는 고속철도 민간개방 정책을 발표했다. 그 이유가 경쟁체제 도입에 있다는데, 이는 철도 및 교통산업의 특성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철도·도로·항공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동시에 국가교통 시스템의 최적화를 위해 상호 보완성에 더 가치를 두는 게 세계적 추세다.”

   
▲ 조선일보 2012년 1월 31일자 오피니언면.
 
김명환 위원장은 “최 사장이 임단협 상견례 자리에서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설득할 시간을 달라며 자신 있는 투로 말했다”는 최연혜 사장은 이내 입장을 바꿨다. 김 위원장은 “핑계라고 이야기한 게 ‘정부의 계획이 너무 많이 진행됐고 저쪽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었다”며 “그제야 ‘기대를 접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공공철도를 지켜나가면서 부채비율을 낮춰 우량공기업을 만드는 게 철도발전의 핵심이라는 최연혜 사장에 대한 내부의 지지는 취임 두 달 만에 ‘그만 하라’는 비난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오는 10일 수서발KTX 분할과 관련, 임시이사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환 위원장은 “들어올 공적 자금이 없고, 매각 방지장치는 상법과 충돌하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코레일에 ‘지분 51%’를 제시했다고 알고 있다”며 “문제는 민간 자회사인 신설법인은 공기업이 아니라 사실상 민간시장에 바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익이 나는 알짜배기 노선을 자본이 지켜만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서발 KTX 분할과 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 개정은 모두 빠른 시간에 추진되고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말 한 마디 없이 유럽에 가서 철도시장을 개방하겠다고 했는데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두 가지를 동시에 그리고 급하게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의심이 든다”며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을 흔든 뒤 국내 자본과 해외 자본에 시베리아 횡단철도 사업권을 넘기려는 포석을 까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KTX로 돈을 벌어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지역 적자노선을 굴리는 코레일 입장에서 KTX 수요가 서울·용산과 수서로 나뉘면 당장 손해를 볼 사람은 시민들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철도가 고속화되면서 KTX를 중심으로 열차를 편성하고 운행하는데 오히려 필요한 건 통학용 무궁화호와 저가 열차”라며 “그런데 경쟁이 붙는 순간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아예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레일은 망하지 않으려고 극도의 상업화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사실 코레일에는 이미 기술, 유통, 종합물류, IT시스템, 관광, 공항철도 등 6개 민간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을 만큼 ‘내부 민영화’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김명환 위원장은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매표담당 노동자를 줄이고 기계를 갖다 놨다. 그런데 창구 앞 줄은 전보다 길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매표는 상담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미 충분히 상업적으로 운영하고, 기계화·자동화했다”는 게 김 위원장 이야기다.

김명환 위원장은 “철도를 민영화하면 요금이 오르고 안전에 대한 투자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영국 등에서는 철도 분할 이후 요금이 폭등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사실 철도와 지하철은 우리 사회 구조상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데 철도노조는 조세형평성에 맞게, 공공철도에 맞게 철도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15조 원의 혈세를 부어 수서발KTX를 건설한 이유는 그곳에서 난 수익을 KTX가 안 다니는 곳의 적자노선을 유지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 사진=박장준 기자.
 
한편 코레일 노사는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6일까지 실무교섭 6차례 등 총 8차례의 교섭을 벌였으나 임금 인상, 정년 연장, 통상임금 확대 등 모든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임금 6.7% 올려 달라 요구했으나 경영진은 동결을 요구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은 2.8%이지만 우리 경영상 어렵기 때문에 동결을 요구했다”며 “인건비가 늘어나는 부분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철도노조 파업에도 KTX 중심 정책이 발견된다. 철도노조가 무궁화호와 공공철도로 대표되는 공공철도를 살리겠다며 파업에 나섰지만 필수유지업무 제도로 KTX는 거의 손실 없이 운행된다는 점이다. 코레일 측은 “필수유지업무는 고속철도에 맞춰져 있다”며 그 이유로 수송력을 들었다. “KTX는 930명씩 태우는데 무궁화는 절반 정도”라며 “무궁화호를 줄이면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는 게 코레일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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