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고발 프로 폐지 사장직속 통제 의도
MBC, 시사고발 프로 폐지 사장직속 통제 의도
노조 강력 반발, “비판적 기자·PD 길들이기… 정권 향한 맹목적 충성 맹세”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 해체를 뼈대로 한 김재철 사장의 조직개편안이 MBC 내부를 휩쓸고 있다.

MBC 노동조합(위원장 정영하)은 기자와 PD를 뒤섞고 조직을 분리시키는 이번 개편으로 그 동안 타 방송사에 비해 MBC의 강점으로 꼽혔던 시사고발 프로그램 부문이 약화될 것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을 공정성을 파괴하는 보복선언이자 음모로 규정했다.

시사교양국, 보도국 기자회, 영상기자회, 라디오본부 소속 기자와 PD들도 조직개편안에 대해 23일 밤 긴급 총회를 소집하는 등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은 다음 날인 24일 서울 MBC 로비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의 조직개편안을 전면 거부하고 김재철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자와 PD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지난 20일 임원회의에서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을 통합해 편성제작본부 아래에 두고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킨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시사제작국 1·2부는 기존의 보도제작국이 맡게 됐으며, 은 시사제작국 3부로 들어가게 된다. 나머지 기타 시사물은 시사제작국 4부에서 담당한다. 그동안 시사교양국에서 제작했던 프로그램들을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으로 잘게 쪼갬으로써 권력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던 시사교양국의 힘을 빼겠다는 의도라는 평가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라디오본부를 없애고 편성제작본부 산하 라디오제작국으로 위상을 격하시킨 부분이다. 본부에서 국으로 조직이 축소되면서 MBC 안에서는 이번 파업에 참여율이 높은 시사교양국과 라디오본부가 개편의 주요 타깃이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도국 영상편집부를 보도국 편집3부로 편제를 바꾼 것도 공정방송 훼손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상편집부는 MBC 뉴스의 최종 결과물을 책임지는 부서로 독립돼 있었지만 편집3부로 바뀌면서 사실상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의 통제가 가능하게 됐다는 평가다. 노조는 “보도국 내부에서는 공정방송 장치를 하나하나 제거해 누군가의 입과 나팔로 바치려는 의도라는 분노와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기존의 기획조정본부가 기획홍보본부로 확대 개편된 것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정책홍보부와 시청자홍보부로 나뉘어 있었던 기존의 홍보국은 기획홍보부 아래로 들어가게 됐다.

이번 개편에 대해 MBC 내부에서는 김재철 사장이 파업 국면을 틈타 시사교양국을 와해시키는 조직개편을 통과시켰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또, 파업 참여율이 높은 부서를 통합하거나 축소해 80여 일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파업을 흔들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비난도 나온다.

최승호 전 PD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직개편은 MBC 고발 프로그램들을 모두 편성제작본부에 몰아넣고 사장 직속으로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조치”라고 비판했다. 김 사장의 측근인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을 통해 프로그램 통제를 더 쉽게 하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다.

<시사매거진 2580>의 데스크를 맡고 있는 연보흠 보도제작국 기자도 “비판적인 기자들을 솎아내 보도국 밖으로 쫓아내겠다는 의도”라며 보도제작국 통합 철회를 촉구했다. 라디오본부를 라디오제작국으로 축소한 것에 대해서도 김미화, 김어준 등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몰아낸 것처럼 권력을 비판하는 진행자나 프로그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편, MBC는 조직개편과 임원인사에 이어 24일 후속인사도 서둘러 마무리했다. MBC는 황헌 보도국장과 김장겸 정치부장을 유임했다. 과 <시사매거진 2580> <100분 토론> 등이 소속된 시사제작국장에는 김현종 시사교양3부장을 승진 임명했고, 교양제작국장에는 김철진 부장을 앉혔다. 노조는 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날 인사를 비난했다.

노조는 “뉴스와 등의 제작과정에서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인물들만 골라내 주요 보직에 앉혔다”며 “사실상 ‘MB 방송 체제’이자 대선을 앞둔 편파보도팀의 조직 정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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