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동조합(위원장 정영하) 조합원 200여 명은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재철 사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회견에서 "경찰은 기자들에게 김 사장과 출두일정을 협의한 바 없다고 속이고, 주말에 몰래 불러 들였다"며 "경찰이 단순히 '힘 있는 사람의 편의를 봐줬다'는 차원을 넘어 '편들기 수사를 하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김 사장이 경찰출석 요구를 3차례나 응하지 않고 시간을 버는 사이) 이상하게도 법인카드 부정사용을 기자들에게 증언해 줬던 호텔과 식당, 각종 매장 종업원들은 그 사이에 말을 바꾸고 있다. 또 회사 안팎에서는 법인카드 부정사용 혐의를 피해갈 수 있는 각종 자료들을 긴급히 만들고 있다는 소문도 퍼졌다"며 "사정이 이런데도 경찰은 회사의 회계자료를 압수수색 하기는커녕 증거를 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수사를 질질 끌어왔다"고 수사과정을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현재까지 기자들이 밝혀낸 사실에 따르면 김 사장은 법인카드로 2010년 취임 이후 2년간 무려 7억 원을 썼고, 전국의 특급호텔에서만 1억5천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개인 유용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이 가운데 김 사장이 직접 들고 다니는 법인카드의 경우 주말과 휴일에 결제된 내역 비율이 41.7%에 달하는 등 정상적인 업무로 보기에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법인카드로 귀금속과 액세서리, 화장품 등을 구입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제 내역들이 많았고 <뮤지컬 이육사> VIP 티켓 300만원 어치를 법인카드로 구입해 고향 친구에게 모두 준 사실이 드러나는 등 명백한 사적 유용 사실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어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 아무런 권한이 없는 기자들이 이 만큼 밝혀냈으면 경찰은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해 업무상 배임 혐의를 입증해야만 한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김 사장을 구속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발언자로 나선 정영하 위원장은 이날 "회사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회사 재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해 누구에게 어떻게, 왜 줬는지는 전혀 해명하지 않은 채 노조가 제기한 의혹의 0.1%에 해당하는 내용에 대해서만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며 "김 사장의 배임 건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사안으로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언론을 장악한 정권을 비호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 사장은 21일 경찰에 자진 출두해 "노조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법인카드는 정상적인 업무로만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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