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의 배임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부터 부실수사 의혹을 받고 있다.

MBC노동조합(위원장 정영하)은 23일 경찰이 사전에 자료 확보와 확인 절차를 소홀히 하는 등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행위’로 흐르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하고, 관할서인 서울 영등포 경찰서 앞에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노조가 이날 발행한 특보에 따르면 경찰은 김 사장의 출두 당일까지도 기자들의 문의에 “소환 기일(20일)을 넘기면서 며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아마도 월요일쯤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왔다. 하지만 김 사장의 경찰 조사는 토요일인 21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노조는 “경찰이 조사를 마친 뒤에야 ‘(출두일시를 알리지 말아달라는) MBC 사측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위에서 피의자 요청이나 배려하라’는 지시도 떨어졌다고 고백했다”며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김 사장과 경찰 사이에 사전 조율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통상적인 배임혐의 조사의 경우 2층에 있는 지능팀에서 이뤄지는데 이번 김 사장에 대한 조사는 4층 빈 사무실로 옮겨 조사했다며 경찰이 지나치게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조는 또, 경찰이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노조는 “김 사장에게 자료 제출을 압박하든지, 압수수색 등을 통한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확보하는 게 수사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하지만 경찰은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노조는 “수사 관계자 스스로도 ‘김 사장이 새로 자료 증빙 자료를 제출했지만 내용이 빈약해 보완을 요구했다”며 “한마디로 김 사장을 추궁할 별다른 증거 자료도 없이 김 사장을 부른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경찰이 ‘추가소환 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법인카드 결제 내역 중 41.7%가 왜 주말이나 공휴일에 집중돼 있는지, 식당 결제는 왜 휴일 사용분이 전체의 36%를 차지하고 있는 것인지, 주유소 결제 22번 가운데 왜 20번이 휴일에 이뤄진 것인지, 6시간 동안 모든 의혹을 조사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영등포 경찰서 관계자는 노조의 부실수사 의혹 제기는 고발인 입장의 일방적 주장일 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에서 제출한 법인카드 내역 자료에 대해 김 사장도 자신의 법인카드 내역이라고 인정하고 있고, 장소와 금액 등 카드사용 내용도 구체적이어서 별도로 자료 확보를 하지 않은 것이지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사장소를 옮긴 것은 2층에 기자들도 있고 해서 옮긴 것은 맞지만 4층도 지능팀 사무실로 특별한 배려를 해준 것이 아니다”라며 “사전에 사용내역에 대한 사실 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면 6시간이나 조사가 이뤄졌겠나”라고 부실 수사 의혹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소환에 대해서는 “소환이 될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조사가 이뤄질지 현재로서는 밝히기 어렵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피의자의 해명을 추가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으며, 계속해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것 정도만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사장은 21일 영등포 경찰서에 출두해 배임 혐의로 6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은 뒤 밤 10시30분께 귀가 했으며, 경찰 조사에서 "정당한 업무로만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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