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스마트폰 전담팀을 만들어 애플리케이션(앱)을 심의하고 관련 법 제정추진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각하헌정방송’을 표방한 딴지라디오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나꼼수)에서 정부 비판적인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노린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봉주 17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19회 <나꼼수> 방송에서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앱 심의 안을 내놓자마자, 방통심의위원장이 스마트폰 앱을 심의하겠다고 하고 전담팀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방통심의위원회에서 앱을 심의하겠다는 것은 ‘나는 꼼수다’를 겨냥한 진정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현재 방송통신 관련 법에 따르면 저희가 하는 방송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지금 (현행 법상에서는)못 잡기 때문에, 법 개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진우 <시사인>기자도 “사실은 이 방송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음란물’ 심의를 하겠다는 이유등으로)‘꼼수다’를 제거하려는 여러 책동들이 보이기도 했다”며 “여러 법안을 가지고 제어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새로 법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팟캐스트 인기 차트 20위 안에 <나는 꼼수다>가 14건이 들어갈 정도로, 지난 4월 시작한 <나는 꼼수다>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앱 관련 토론회, KISDI 원장의 교체와 맞물려 박만 방통심의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것을 두고, 정부 차원의 추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어준 총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방통위의 논리를 계발해주는 곳으로 미디어법 처리 논리를 개발해준 곳”이라며 “(최근)여기에서 ‘앱스토어가 채널이고, 앱이 프로그램이고, 앱을 배열하는 것이 편성’이라고 했다”면서 방송처럼 앱도 심의 받을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이 논리대로라면)애플, 구글, 삼성, SK가 다 방송 사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총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이 박만 위원장의 앱 심의 발언이 나올 쯤에 바뀌었다”며 “(신임 김동욱 원장은)인수위 시절에 정통부를 폐지시킨 분이다. 각하와 무척 가까워 ‘보은 인사’ 중 하나로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김 총수는 “(신임 원장이) 오자마자 이런 (앱 심의)뉴스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것은 (정부 차원의)‘오더’라는 느낌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목동 한 음식점에서 40여 명의 기자들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 위원장은 언론사별 TV 카메라 및 사진 촬영을 사양해, 기자간담회에는 펜기자만 참석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편, 박만 위원장은 지난 8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음란물 심의 등의 목적으로 해외에 서버를 둔 SNS에 대한 심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SNS 관련 팀을 만들려고 한다. 스마트폰을 전담하는 팀을 만들려고 한다”며 “스마트폰 앱만 심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터링을 가진 시스템을 계발하고 있다. 이걸 설치하면 자동적으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음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수만 개 찾을 수 있다”며 “실상을 파악하고 법 미비점을 찾아내 입법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통신망법 심의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정보통신망법의 미비점이 많은데 이걸 보완하면서 할 수 있는데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KISDI 주최로 열린 '스마트 미디어 시대의 편성정책 토론회'에서 성욱제 KISDI 방송전파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지금의 실시간 방송 서비스뿐 아니라 주문형비디오(VOD)와 전자 프로그램 가이드(EPG) 채널, 스마트TV·스마트폰도 방송 채널의 영역에 속하며, 그 안에서 편성행위가 나타난다"며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는 방송편성 정책 방향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 부연구위원은 비대칭 규제 기준을 해당 방송이 실시간(일방향) 서비스인지, 비실시간(쌍방향) 서비스인지, 보도기능이 있는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인지, 보도기능이 없는 기타 전문편성 채널인지에 따라 총 4가지 범주로 나눴고, 가장 강한 규제를 받는 범주는 보도기능이 있는 실시간 채널로 제안했다.

성 부연구위원은 “애플·구글 등 외국 업체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느냐 등의 구체적인 정책은 추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ISDI는 스마트 미디어 편성정책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작성, 앞으로 방송법 개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김용민 '나는 꼼수다' PD(왼쪽).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김동욱 KISDI 원장은 지난 14일 취임식에서 “개인화·맞춤화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 확산에 따른 사업모델·산업구조·가치창출 및 배분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함께 새로운 방송통신 환경을 선도하는 정책대안 제시와 제도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지난 7일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임시 이사회에서 원장 후보자인 이봉호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호 KISDI 통신정책연구실장 등 KISID 출신들과 김동욱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 중에서 김 교수를 제10대 KISDI 원장으로 선임했다. 김동욱 원장은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IT분야 조직개편 작업에 참여해 정보통신부 해체를 주도한 당사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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