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래(來) 꼼수거(去). 꼼수로 선 자 꼼수로 망한다.”

각하헌정방송 딴지라디오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김용민 PD는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것을 이렇게 촌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으로 안타깝다. 투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패배를 인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그러나 예상대로였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향후 거취에 대해 직접 밝히지 않았다. ‘나는 꼼수다’는 지난 22일 특집 호외판에서 “(주민투표율이 33.3%보다 낮을 경우)다음 꼼수는 한나라당과 사퇴 시기를 조율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당시 호외판은 팟캐스트 뉴스 부문 다운로드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그렇다면, 결국 여권의 ‘꼼수’대로 정국이 흘러갈까. 미디어오늘은 ‘나꼼수’ 방송을 하루 앞둔 24일 밤 이번 선거의 의미와 정국 향배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17대 민주당 국회의원, 김용민 전 교수에게 물어봤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통화에서 이번 선거 결과의 엄중한 ‘무게’를 지적했다. 김 총수는 “오세훈 시장의 욕심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 시장은 자기 판돈이 아닌 총선-대선 판돈까지 자기 마음대로 끌어다 걸어버렸다”며 “(그 결과)그동안 대선 시즌이 따로 있었는데 이번 선거로 인해 대선 시즌이 시작됐다고 본다. 역사상 가장 빠른 대선 시즌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팟캐스트 다운로드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딴지라디오 '각하헌정방송 나는 꼼수다'.
 

정봉주 전 17대 민주당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창당 이후 최악의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대권 주자라는 허망된 뜻이 있었고, 서울시의 재정을 파탄 낸 것에 대한 책임감에서 탈피하려는 돈키호테적 발상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투표율 25.7%가 예상보다 높은 게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에는 ‘거품’ 의혹이 제기됐다. 정봉주 전 의원은 “기본적으로 투표 자체에 대한 우호적 성향이 극복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투표를 꼭 해야 한다’는 투표 자체에 순수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7~8%라고 본다면 오 시장 입장에 동의하는 투표율은 사실상 15%~17%쯤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하니 TV '김어준의 뉴욕타임즈', MBC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진행하고 있으며, '나는 꼼수다'에서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라는 말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용민 전 교수는 조중동이 주민투표 독려 분위기를 띄웠지만 결국 투표율이 20%대에 그친 점을 주목했다. 그는 “조선, 동아는 (22일자 1면에)오세훈의 눈물이 안 보일까 염려됐는지 클로즈업 해 실었다. (동아는 사설에서)대놓고 투표를 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이들 신문의 아젠더 세팅과 이슈 파이팅이 결국 먹히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투표의 성격과 참여 여부에 대한 정보 대부분이 SNS에서 유통됐다”며 “조중동이 더 이상 주도권이 쥐지 못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이번 선거 투표율의 의미를 지적했다.

그렇다면 향후에 오 시장의 거취는 언제 결론지어질까. 김어준 총수는 오 시장과 여당간의 ‘딜레마’를 지적했다. 그는 “후일을 도모하려면 당장 관둬야 하는 것이 오세훈 시장의 살 길”이지만 “한나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 시장의 사퇴를 지연시키면서 자신들끼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총수는 결국 여당 뜻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오 시장은 주인공이 돼 남의 판돈까지 써버려 지금은 자신의 뜻대로 할 명분도 여력도 없다”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의도대로 끌려가게 돼 서울 시장의 생명은 연장해 가겠지만, 자신의 정치적 생명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예측했다.

   
정봉주 전 국회의원(통하민주당). 'BBK 저격수'로 현 정권의 경제 관련 치부를 주로 드러내고 있으며, 태블릿 PC를 가지고 다니며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 권력들' 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BBK 관련한정 전의원에 대한 선고를 연기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봉주 전 의원도 “오늘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거취를 말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다음 멘트는 ‘대통령이 귀국하면 대통령과 의논하겠다’는 멘트가 나올 것 같다”며 사퇴 연기를 전망했다.

그러나 여권이 오 시장의 사퇴를 연기하는 등 이번 선거의 파장을 축소하려고 해도,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오 시장이 즉각 사퇴를 하든, 하지 않든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서 심각한 먹구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영남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돌풍이, 수도권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패배로 인한 돌풍이 불 것”이라며 “(서초, 송파, 강남구 등)‘강남 벨트’까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김어준 총수는 향후 대선에 영향을 끼칠 “강남의 저주”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지방 선거에서 강남이 오세훈 시장을 선택해 오 시장이 살아 남았고, 오 시장은 이번에 강남을 믿어 보고 베팅을 한 것”인데 “(투표 무산 결과를 보면 향후에는)강남의 욕심과 결심이 정권이 야권에 넘어가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여권에 몰표를 준 강남이 오히려 여권에 현실 판단을 흐리게 해 역풍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사평론가 김용민, 현 정권 출범 이후 CBS <시사자키> 앵커에서 잘린 뒤 'MB 똥구 하이킥', '블로거, 명박을 쏘다', '조국 현상을 말한다' 등을 펴내는 등 오히려 왕성한 출판, 시사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 '나는 꼼수다'에서 어릴적 꿈인 PD 역할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같은 파장은 당장 차기 서울시장 선임을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서울시 부채가 오 시장 재임 시절 25조 원에 달하고 조정교부금이 반토막 나면서 공무원의 월급 지급까지 위태로운 구청 실태를 주목했다. 그는 “후임 시장은 이렇게 방만하게 운영한 것에 대해 오 시장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고 리베이트, 금품거래 등 경제적 의혹이 있었다면 꼼꼼하게 살펴보고 오 시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5일 오후 ‘나는 꼼수다’는 16회 방송을 할 예정이며, 이날 방송에는 기존 진행자들 외에 1명의 ‘깜짝 출연자’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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