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언론의 신뢰와 관련한 두 가지 지표를 소개할 계획입니다. 한 가지는 미국 신문·방송의 신뢰도, 다른 한 가지는 영국의 기자 신뢰도 설문 조사입니다. 두 지표는 전통 미디어에 동일한 시사점을 담고 있기에 이쯤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미 언론에도 보도됐습니다. 갤럽이 7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의 성인 102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 신문과 방송 등 언론사의 신뢰도가 꾸준하게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갤럽은 1990년부터 자국 내 기관 신뢰 조사를 실시해왔는데요. 2000~2001년께 소폭 상승하는 흐름을 탔다가 지금은 다시 하락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가장 높은 신뢰도를 기록했던 때는 조사를 시작한 1990년이었고요, 2010년 현재 17%나 내려간 25%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텔레비전 뉴스에 대한 신뢰도도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993년 처음 설문문항에 포함시켰을 때만 하더라도 TV 뉴스 신뢰도는 46%를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지금은 22%로 신문보다 낮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 신문과 방송 뉴스 신뢰도 추이, 갤럽 자료.  
 

22%, 25%의 신뢰도가 대략 어느 수준인지가 궁금할 텐데요. 가장 신뢰하는 집단에 이름을 올린 군(Military)의 신뢰도에(76%)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신뢰 못하는 집단 꼴지를 차지한 정치인에 비해서는 2배 가량 높은 데이터이기도 합니다.

젊은층이 오히려 신문 더 신뢰

눈 여겨별 대목이 몇 군데 있는데요. 18~29세 젊은층의 신문에 대한 신뢰도가 49%에 달한다는 사실입니다. 30~49세층은 16%에 불과했는데요. 이에 3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들 젊은층은 의외로 방송 뉴스에 대해서는 24%로 전체 평균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정치색 별로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보다 신문과 방송 뉴스를 덜 신뢰하는 것으로 확인됐고요, 이데올로기 측면에선 자유주의자(Liberals)들이 보수주의자(Conservative)들보다 언론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 미국의 신문과 방송 뉴스 신뢰도 조사, 갤럽 자료.  
 

공교롭게도 며칠전 영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Co-operative Bank가 최근 영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직군 3위에 기자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지 못할 전문직 1위에는 정치인(57%)이 랭크됐고요. 3위를 기자(41%)가 차지했습니다.

다음은 영국인들이 가장 신뢰하지 않는 전문직 순위입니다.

1. Politicians
2. Bankers
3. Journalists
4. Car Salesmen
5. Estate Agents
6. Electricians
7. Plumbers
8. Builders
9. Car Mechanics
10. Footballers

이들 전문직에 대한 신뢰가 1년 전보다 하락했다고 하는데요. 그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42%는 '사회적 점점더 이기적(selfish)으로 변했기 때문'라고 답했고요, 40%는 서비스 수준이 하락했다고, 24%는 불황 탓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신뢰의 위기 원인은?

이처럼 기자라는 이름이든, 신문·방송이라는 명패를 달고 있든 기존 전통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뉴미디어를 끌어안으려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통 미디어에 대한 불신의 시선은 좀체 걷히지 않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factNstory 님은 영국의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트위터로 이렇게 원인을 진단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선정적이고 과장된 보도로유명한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의 영향이에요. 상대적으로 BBC 언론인들은 신뢰를 받죠. 모두 똑같이 취급하면 같은 언론인으로서 좀 억울하고 속상합니다"

대체로 동의를 표하면서도는 저는 약간의 이견을 달았습니다.

"말씀에 동감하면서도 타블로이드 기자탓이라고 추정할 수 있지만 단정을 못하겠더라고요. 가디언, BBC 같은 훌륭한 언론사도 있고. 미국만 보더라도 NYT에 대한 불신이 제법 되는 거 보면 또다른 요인이 존재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신뢰할 만한 콘텐츠가 곧바로 매체의 신뢰도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기자들은 자신이 생산하는 기사 및 콘텐츠가 가장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디언스의 측면에선 다른 문제일 수가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 서비스적 관점도 함께 결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에 의한 Multi-Verifying Service의 중요성

제가 생각하는 원인을 제식대로 조어해봤습니다. 시민 참여에 의한 Multi-Verifying Service의 부재다. 아시겠지만 국내의 경우 뉴스를 생산하지 않는 포털이 언론사보다 신뢰 받는 조직입니다. 포털에서 보는 뉴스는 모두 언론사가 생산한 기사들이죠. 그런데도 오디언스들은 포털을 더 신뢰합니다. 왜 그럴까요?

지금부터 서비스적 관점으로 접근해보겠습니다. 포털은 다양한 매체의 뉴스를 유통시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기사를 보여주기 위해 사용자의 참여 데이터에 기반한 부가적 서비스를 하나의 뉴스 안에 담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한 건의 기사에만 관련 기사, 댓글이 많은 뉴스, 오늘의 주요 뉴스, 이스 클러스터링, 많이 본 뉴스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포함돼있습니다. 여기에 댓글이 존재하죠. 댓글은 뉴스의 신뢰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댓글을 시간순으로만 나열하지도 않습니다. 신뢰할 만한 뉴스를 뽑아내기 위해 여러 랭킹 시스템을 추가합니다.

이 모든 부가 정보는 한 건의 뉴스를 다양한 관점에서 필터링할 수 있는 보조 장치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독자들은 댓글을 먼저 보고 기사를 읽는다는 리포트를 본 적이 있습니다. 또한 댓글이 기사 신뢰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내용도 접한 적이 있습니다. Social-Filering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오디언스는 정보의 신뢰를 단일 기사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참여의 결과물과 함께 소통하면서 결론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신뢰할 만한 기자와 매체의 기사라도 시민의 참여가 배제된 시스템 내에서 제공된다면 독자들은 전적인 신뢰를 보내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죠. 저는 이를 참여에 의한 Multi-Verifying Service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있습니다. 특정 팬을 많이 가진 기자나 강력한 신뢰와 존경 받는 미디어는 이런 보조 서비스가 없더라도 높은 신뢰를 얻기도 합니다. 이는 점차 이례적인 경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2008년 자료이긴 하지만 아래 그래프를 참조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자주 인용하기도 하는데요. 가장 신뢰하는 정보 소스 1위는 지인의 이메일입니다. 2위는 소비자의 평가가 담긴 랭킹 자료나 리뷰이고, 다음이 포털 및 검색 엔진입니다.

   
  ▲ North American Technographics Media and Marketing Online Survey, Q2 2008 Base: US online adults who use each type of content *Trust is defined as a 4 or 5 on a scale from 1 (don’t trust at all) to 5 (trust completely)  
 

공통점이 뭘까요? 소비자들끼리 의견을 나눌 수 있고, 필터링 할 수 있는 부가 정보가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일 콘텐츠의 신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보조 서비스들이 제공돼 그 속에서 신뢰를 연역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느냐에 따라 정보의 신뢰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저 때까지만 하더라도 인쇄 신문이나 잡지가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지금은 더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한국의 언론에 대한 신뢰

예전에 제 블로그에 '블로그 신뢰도, 한겨레·KBS 누르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을 맺으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블로그에 대한 신뢰도 상승은 공감의 저널리즘이 신뢰에 이르는 빠른 길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진정성과 솔직함이 결여된 객관보다 투명한 주관이 신뢰를 주고 있음을 뉴스 종사자들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감의 저널리즘입니다. 공감을 위한 방법으로서 저는 '참여에 의한 Multi-Verifying Service'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비즈니스적 측면이든, 영향력 측면이든 언론의 성공 요인은 바로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양쪽 모든 측면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열광하는지, 왜 포털을 더 신뢰하는지 언론사들은 곰곰 따져보아야 합니다. 지금은 언론이 언론사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언론의 영역 밖에서 그들이 신뢰를 얻어간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차용해올 것들은 차용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그것이 미디어의 미래를 다시 개척할 수 있는 힌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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