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후쿠다 당시 일본 총리의 입장에 대해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보도해 그 진위여부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날 일본의 아사히신문도 유사한 보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요미우리신문 동경본사는 채수범 등 국민소송단 1886인이 이 신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변론기일(17일)을 앞두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에 최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요미우리가 보도를 한 지난 2008년 7월15일 같은 일본국의 다른 유력신문인 아사히 신문 역시, 표현은 조금 다르나 취지는 동일한 보도를 했다"며 "서로 다른 신문이 동일한 취지의 내용을 기사화했다는 것은 피고(요미우리)의 보도가 취재 활동에 기초한 객관적 사실의 전달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요미우리는 이렇게 주장하면서 아사히신문의 같은 날짜 기사를 준비서면에 첨부했다. 첨부된 아사히신문의 기사는 2008년 7월15일 2면(14판) 우측 상단 지면의 머리기사로 실려있다.

   
  ▲ 일본 아사히 신문 지난 2008년 7월15일자 2면.(요미우리측 준비서면 첨부서류중)  
 
요미우리측이 해당 기사(머리기사)에 대해 발췌 번역한 바에 따르면 아사히신문 보도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대통령은 훗카이도 도야코 G8 확대정상회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다케시마 문제를 기술하지 않도록 수상과 직접 담판하였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수상은 '일본의 입장은 해설서에 쓰지 않으면 안된다'고 답변했으나, 대통령도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면서 양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미우리는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과 일본국 사이에 외교적 마찰까지도 낳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피고가 신빙성 있는 사실정보에 근거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보도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이라면 취재원의 잘못인 것이지 이를 보도한 피고의 잘못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라는 청와대 입장에 대해 요미우리는 "청와대 사실조회 결과를 근거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원고들 스스로 인정하는 것처럼 이 사안은 국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이므로 해당 발언의 당사자에 대한 단순한 사실조회 결과만으로 당시의 정황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요미우리가 준비서면 작성과 제출 등을 의뢰한 곳은 국내 2위 유력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이다. 최근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도 소송대리인이 태평양으로 돼있다.

한편, 이 대통령의 독도 발언 관련 소송은 오는 17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에서 열리며, 이날은 일종의 결심성격의 공판으로 양측이 최후변론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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