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프레스가제트.
▲사진=프레스가제트.

언론사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미디어 생태계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미디어오늘과 같은 매체가 영국에도 있었다. 영국의 미디어 전문지, 프레스가제트(PressGazette)다. 미디어오늘은 프레스가제트의 샬롯 토빗 에디터와 인터뷰를 통해 영국의 미디어 전문지가 살아남는 방법은 뭔지, 이들이 주목하는 미디어 이슈는 무엇인지 확인해봤다.

프레스가제트는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영국·미국 미디어 업계에선 인지도가 높다. 온라인 트래픽 분석사이트 시밀러웹 조사 결과, 프레스가제트는 영국·미국 미디어 전문매체·웹사이트 중 트래픽 1위를 기록했다. 프레스가제트의 지난해 4분기 월평균 방문자 수는 40만 명으로, 미국의 디지털 전문매체 디지데이(36만 명)·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20만 명)·니먼랩(18만 명)을 앞섰다.

프레스가제트는 1965년 영국 언론인 콜린 발다르가 창간했으며, 발다르가 1983년 은퇴한 후 수차례 사주가 바뀌었다. 2005년 루퍼트 머독의 전 사위인 매튜 프로이트에 인수당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진보 성향 잡지 뉴스테이츠먼 모회사인 뉴스테이츠먼 미디어 그룹에 소속돼 있다. 프레스가제트가 생산하는 콘텐츠는 기고를 포함해 하루 10개 미만이다. 실라 벤코 유럽방송연합 부회장, 조지 브록 국제 언론 연구소 이사, 베네딕트 오트레 구글 뉴스파트너십 리더 등이 기고를 하고 있다.

샬롯 토빗 에디터는 지난 11일 보낸 답변에서 미디어를 감시할 수 있다는 건 “특권”이라고 강조했으며, 미디어 전문지가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일문일답.

▲샬롯 토빗 프레스가제트 에디터
▲샬롯 토빗 프레스가제트 에디터

- 프레스가제트는 어떤 매체인가. 기자 수는 몇 명이나 되는가.

“1965년 설립됐다. 창간 당시 인쇄매체였으나, 2013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과거 영국 뉴스 업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사고와 지역언론까지 취재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매체 성격을 바꿨다. ‘미디어의 미래’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췄고, 미디어 업계 현황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주요 언론사 취재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 기자의 경우 정규직이 3명이다. 편집장, 에디터, 선임기자가 있다. 이밖에 수습기자와 데이터 저널리스트도 있으며, 여러 전문가가 기고를 하고 있다.” 

- 주로 취재하는 영역은 어디인가. 한국 언론사에는 ‘출입처’라는 개념이 있는데, 프레스가제트는 어떤가.

“영국의 인쇄·온라인·방송 매체뿐 아니라 미국·유럽의 소식도 다룬다. 중요한 뉴스나 모범사례가 있을 경우 이를 알리고 있다. 영국 의회도 취재하고 있고, 독자들이 알아야 할 명예훼손, 개인정보 보호 등 언론 관련 판례도 소개하고 있다. 출입처는 따로 없다. 소규모이기 때문이다. 기자 개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한다.”

- 수익구조가 궁금하다. 어디서 돈을 버는가.

“프레스가제트의 핵심 독자는 언론사와 미디어 기업의 고위 관계자다. 이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하거나, 뉴스레터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스폰서 콘텐츠(기사형 광고)도 내고 있다. 웹사이트에 광고가 있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웹사이트 광고를 통해 들어오는 수익은 크지 않다.”

프레스가제트는 지난해 ‘미디어 기술의 미래’ 컨퍼런스를 개최했으며, 우수한 콘텐츠에 시상하는 ‘미디어 미래 어워드’와 ‘영국 저널리즘 어워드’를 진행하고 있다. 또 블룸버그·가디언 등 주요 미디어 기업 고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공개 행사 ‘미디어100네트워킹클럽’과 ‘미디어 전략 네트워크’도 주관한다.

-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프레스가제트에 이런 행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행사를 통해 미디어 업계 사람들이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프레스가제트는 미디어업계 지식 공유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려 한다. ‘미디어100네트워킹클럽’이 대표적이다. 미디어 기업 경영진 50명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시상식 역시 미디어 종사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하며 영국의 저널리즘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디어 기술의 미래’ 컨퍼런스는 업계의 미래를 보여주는 행사다. 이 행사가 열리지 않았다면 미디어 업계의 최신 상황과 혜안이 공유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열린 프레스가제트 미디어 기술의 미래 컨퍼런스. 사진=프레스가제트.
▲지난해 열린 프레스가제트 미디어 기술의 미래 컨퍼런스. 사진=프레스가제트.

- 프레스가제트의 인기 비결은 뭔가.

“프레스가제트는 과거의 유산을 바탕으로 영국 미디어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최근 미국 미디어 업계에도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릴 수 있었다. 프레스가제트에는 미디어에 대한 필수적인 정보와 분석, 다른 언론조직에 대한 통찰력이 있다. 향후 새로운 미디어 전문 매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 다만 프레스가제트의 전통과 명성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 언론사를 취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기존 언론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다. 영국 언론인들은 프레스가제트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프레스가제트의 역할을 이해하고 있는 언론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긍정적인 기사보다 부정적인 기사가 많을 수도 있는데, 우리를 이해해준다. 그 기반에는 공정성이 있다. 우리의 보도가 공정하고 정확하다면, 언론인과 좋은 관계가 유지될 것이다. 언론사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관계도 좋게 유지하고 있다.”

- 미디어 전문분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우선 미디어를 감시할 수 있다는 건 특권이다. 언론은 정부와 산업을 감시해왔는데, 누군가는 그런 언론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둥이다. 언론은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페이스북과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면서 언론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언론은 플랫폼과 광고 수익 경쟁을 하고 있고, 인쇄 부수는 급감하고 있다.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기업의 생존, 번영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프레스가제트는 AI에 대한 기사를 많이 내고 있다. AI가 발전하게 된다면 미디어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언론에서 AI가 활용된 실용적 사례는 간단한 내용의 기사 작성이다. AI가 간단한 기사를 작성하면서 기자들은 독창적인 취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AI를 통해 기사를 요약하고, 음성 변환 도구를 통해 독자들이 기사를 읽지 않고 들을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AI가 기자를 대체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다만 플랫폼 기업의 AI 활용은 언론사에 위협적이다. 예컨대 구글이 AI를 통해 기사를 요약해 제공한다면, 독자들은 언론사 기사를 클릭할 이유가 없다. 이는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언론사가 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충성도 높은 홈페이지 직접방문 독자를 모으는 게 중요한 이유다.”

구글은 올해 하반기부터 디지털 광고회사에 이용자 데이터인 쿠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쿠키 제공이 중단될 경우 맞춤형 광고가 불가능해지고, 언론사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 뿐 아니라 해외 언론 역시 쿠키 중단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 구글의 쿠키리스 정책도 언론사 입장에서 위기로 다가온다. 한국 언론계에서도 우려가 크다. 영국 상황은 어떤가.

“영국에서도 많은 우려가 있다. 언론사는 이미 침체기에 있는데, 광고 전략에 변화가 없다면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데일리미러와 240개 지역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미디어기업 리치의 디지털 부문 이사와 인터뷰했는데, 자사 독자 데이터와 기사 본문을 활용한 광고 기법이 나오고 있다. 많은 언론사가 독자들에게 자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리치는 자사 독자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를 활용하고 있다. 리치의 독자 데이터 기반 광고 수익은 전체 디지털 수익의 41%를 차지했다. 또 리치는 기사 문맥을 활용한 광고 전략을 세웠다. 독자가 축구와 관련된 기사를 볼 경우, 관련 광고를 노출하는 형태다.)

아래는 샬롯 토빗 에디터가 추천한 프레스가제트 주요 기사다.

<데일리메일 대니 그룸 에디터가 설명하는 페이월 수익 전략> 기사 링크

- 영국 데일리메일 고위 관계자와의 인터뷰 기사다. 데일리메일은 자사 전략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언론사다.

<ITN이 허위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기사 링크

- 영국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AI 기반 허위·조작 정보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기사다.

<저널리즘 변화부터 클릭수 추적까지, 더메신저가 실패한 이유> 기사 링크

- 미국의 뉴스 스타트업 더메신저의 실패 요인에 대해 분석한 기사다.

<2024년 뉴스 미디어는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기사 링크

- 2024년 미국과 영국의 미디어 산업에 대한 전망 기사다. 18명의 전문가가 인터뷰에 참여했다.

<Google 업데이트로 인한 뉴스 웹사이트의 트래픽 변화> 기사 링크

- 구글의 검색 부문 업데이트 후 언론사의 수익 변화를 분석한 기사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