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현장 중앙선대위에서 의정 대화에 물꼬가 트였다며 대화의 장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민의힘TV 영상 갈무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현장 중앙선대위에서 의정 대화에 물꼬가 트였다며 대화의 장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민의힘TV 영상 갈무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정부 의료계 갈등 국면에 대화가 이뤄지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과 타협은 안 된다던 강경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본격적인 총선 돌입을 앞두고 선거 내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갈등의 본질인 의대 증원 정수 문제는 건드리지 못한채 뭉개다 말 것이라는 회의론과 함께, 또다시 의료개혁이 밀실야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24일 의대 교수 협의회 간담회 직후 백브리핑에서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에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정부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말씀을 저에게 전했습니다”며 “저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답변을 드렸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면허 박탈 등 강경 입장에서 유연하게 처리하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한동훈 위원장은 25일 서울현장 중앙선대위에서도 “전공의 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와 의료인과 정부의 건설적인 협의체 구성해서 대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어제 보도된 바 있다. 그대로이다”라며 “이제 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이고, 국민의 건강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앞두고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을 잘 추진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도 필요한 중재와 대화의 분위기의 장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 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 위원장의 입장은 불과 한달 전과만 비교해도 180도 다른 톤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2일 전공의 집단 사직을 두고 “국민과 환자를 최우선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이렇게 집단행동으로 전공의 파업사태가 나온 것은 타협의 대상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환자 곁으로 돌아가주실 것을 간곡하게, 강력하게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20여 년 간 증원하지 않으면서 여러 과제가 있을텐데, 정교하고 과감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도 “환자를 두고 의료현장을 집단적으로 떠나는 것은 레버리지(지렛대)도 아니고 타협의 대상도 절대 될 수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는 단호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주문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4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정원 확대 및 의료개혁과 관련한 정부의 방침은 바탕 그림이며 세부적인 내용은 정부와 의사가 대화를 통해 채워나가게 될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는 즉시 이러한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사들의 우선복귀론을 내세웠다. 다만 한 위원장은 “의사와 정부는 서로를 이겨내야 할 적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을 공동의 사명으로 삼고 있는 파트너”라고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는 했다.

이를 두고 졸속 의정 밀실야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나순자 녹색정의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국민이 배제된 졸속적인 의정 밀실야합, 더 이상은 안 된다”며 “그동안 의정 갈등은 막판 들어 원칙없는 의사달래기, 수가 퍼주기로 끝났다. 또다시 국민은 배제한 채, 국민이 낸 돈으로 의사와 정부 둘이서만 등 밀어주는 연극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나 대변인은 오히려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다 지역의료, 공공의료, 필수의료를 살릴 500명 정원이 추가되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상하게도 의사, 정부, 여당만이 국민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5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동훈 위원장이 남은 2, 3주 동안에 저는 뭉갤 거라고 생각한다”며 “(면허취소) 처분 자체를 유예하는 건 그것도 뭉개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위원장은 의대 교수들이 주장하는 2000명 증원 철회 요구와 정부 입장의 타협안으로 증원 정수를 확 줄이는 안을 내놓을 타이밍도 지났고, 이미 배정한 지역 의대 배정인원을 건드릴 수도 없다고 지적한 뒤 “비수도권은 의대 정원이 지역의 자존심”이라며 “총선 앞두고 못 거둬들인다. 한동훈 위원장이 아무런 실질적인 역할도 못하고 총선 때까지 뭉개면서 마치 뭔가 중재 역할을 하는 척만 하면서 시간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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