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월5일 1면 기획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3월5일 1면 기획기사 갈무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조선일보와 전태일재단의 공동기획에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일부터 10회에 걸쳐 전태일재단과의 공동기획 ‘12대88의 사회를 넘자’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기획을 시작하며 “대기업 직원”과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 구도를 부각하며 “전체 임금 근로자 중 12%인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 등 나머지 88%로 쪼개진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민낯”을 강조했다. 이어진 기사에선 ‘12대88 구조’를 중심으로 프리랜서, 마루 노동자, 청년 노동자, 배달 노동자 등을 다뤘다. 

노동계에선 조선일보의 보도가 결국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페이스북에서 “‘12대88 사회’ 규정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론의 언론형 버전”이라며 “정부가 상생임금위원회의 결론에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하는 사전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조선일보에서도 이야기하는 노동조건의 격차는 정규직의 기득권 때문이 아니라 경제위기 이후 지속된 노동의 불안정화 전략 때문”이라며 “문제는 노동자 간 격차가 아니라, 노동자 전체를 불안정화해 분할 통치하는 기업과, 불안정화를 뒷받침하는 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3월22일 1면 기획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3월22일 1면 기획기사 갈무리.

민주노총은 기획이 마무리된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조선일보와 전태일재단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극복한다’는 그럴싸한 기획의도를 밝혔지만 그들이 내놓은 답이란 고작 기간제법을 개악해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하고 그들의 희망을 빼앗자는, 노조할 권리조차 빼앗는 원청의 선의에 기대자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조선일보의 반노동 행태야 이미 익숙한 일이라 치더라도 문제는 전태일 재단”이라며 “전태일재단이 ‘일하는 모든 우리’를 모욕하고, 조직된 노동의 생동을 그저 기득의 욕심으로 폄훼하는 기사에 공동의 이름을 올린 것은 모든 노동자를 위해 제 몸마저 불살랐던 전태일의 이름을 욕보인 것이고, 동시에 그대로 우리 모두의 이름을 욕보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태일재단의 일부 인사들이 조선일보의 저열한 인식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전태일재단이 이번 사태가 이 땅 모든 노동자들에게 어떤 모욕을 줬는지 무겁게 인식하길 촉구한다. 건설현장에, 제철소와 발전소에, 도로 위 화물트럭에, 빌딩 속 작은 청소도구함에, 세상 모든 곳곳에 여전히 살아있는 수백만의 ‘평화 시장의 어린 여공’과 ‘전태일’이 있다. 감히 전태일의 이름을 참칭여 이들을 모욕했음을 인식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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