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A&T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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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A&T 고위임원이 노조 활동에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히는 등 반복적인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본부)는 문제 임원의 징계를 요구하며 규탄 집회를 예고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22일 성명을 내고 “사측은 정당한 조합활동을 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언한 인사권자 A씨를 즉시 징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밝혔다. SBS본부는 사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고소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SBS본부에 따르면 이희근 SBS A&T 기획실장은 지난 5일 사원 연수 중 사원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지난해 A&T 조직개편 관련 노동조합 피케팅에 참여한 조합원 명단을 보관하고 있다’, ‘피케팅 참여자들은 향후 진급 대상자 간 우위를 정할 때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SBS A&T는 SBS의 영상제작, 뉴스영상 취재와 편집, 미술, 제작기술 등을 도맡는 SBS의 자회사다.

SBS본부는 다수 조합원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연수교육 캠프에서 이 실장 발언을 들었고, 조합원들의 일관된 증언을 확인했다고 했다. 사측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노조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예고하는 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으로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실장의 부당노동행위 발언 제보는 거듭돼왔다. SBS본부는 이 실장이 앞서 사적인 자리에서도 노조원에게 ‘피케팅 참여자들에 반드시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언했다는 복수 조합원 신고를 접수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 실장이 SBS본부의 A&T 조직개편 조합원 간담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을 직접 찾아가 ‘노조와 나눈 대화 내용을 알고 있다. 뒷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발언해 SBS본부 항의 끝에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지난 11일 서울 목동 SBS 사옥 1층 로비에서 SBS A&T의 일방적 조직개편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지난 11일 서울 목동 SBS 사옥 1층 로비에서 SBS A&T의 일방적 조직개편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제공

SBS본부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한 조합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운운하며 협박한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로, 형사 처벌 받아 마땅하다”며 “A&T 기구개편 반대 피케팅이 SBS본부 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A씨(이 실장) 발언은 A&T 사업장에 국한하지 않으며 당시 150명의 SBS·SBS A&T 등 각 지부 피케팅 참여자들과 조합원 모두를 향한 협박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SBS본부는 사측이 이 실장을 즉각 징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본부는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을 시 노동조합은 형사고소를 통해 A씨와 사측을 상대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발언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홍종수 SBS A&T지부장은 “제보 가운데 일치되고 일관된 진술로 성명을 작성했음에도 이 실장이 발언 사실을 부인해, 부당노동행위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노조원들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부 공식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이희근 실장은 지난 2018년 4월~2020년 3월 SBS A&T 노조 지부장을 지낸 인사이기도 하다. 재임 시절 SBS 경영진을 고발하는 SBS본부 대자보를 훼손한 사실이 발각됐다. 임기를 마친 해인 2020년 11월 기술영상본부 팀장 보직을 맡았다. 지난해 7월 SBS A&T는 보도영상본부를 폐지하고 보도기술 인력을 예능 드라마 영상 제작 부서로 통합하는 개편을 노조와 협의 없이 강행하면서 노조의 반발이 이어졌는데, 이 실장(당시 경영국장)은 당시 개편에서 기획실장으로 임명됐다.

이 실장은 22일 통화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한 적이 없다고 노조에도 가서 얘기했다”며 “그렇게 들었다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저는 뭐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 실장은 노조원에 피케팅을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어떻게 불이익을 줄 수 있나? 의사도 당연히 없는 거고 피케팅은 노조원으로서 하는 거고, 어떻게 인사에 반영이 되느냐?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형택 SBS본부장은 “25일 서울 목동 SBS사옥 로비에서 A&T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내이름도 적어라’ 퍼포먼스와 집회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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