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전북 1석을 줄이는 안을 제시했지만 가까스로 기존 10석을 유지하는 대신 비례대표를 1석 줄이게 됐다. 그러면서 전북 지역언론에선 10석을 지키기 위해 법 개정이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인구 수에 비례해 선거구를 조정하는 방식대로라면 다음 총선에서 또 다시 전북을 9석으로 줄이자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경재 전북일보 객원논설위원은 지난 5일 전북KBS에서 진행한 심층토론에서 “이번 총선이 끝나고 나서 공직선거법 제25조에서 농·산·어촌 지역대표성을 보장하고는 있는데 이 내용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의 주장은 농산어촌에는 인구 상하한 규정에 벗어나더라도 전북 의석수 10석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공직선거법 제25조 2항은 “국회의원지역구의 획정에 있어서는 인구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로 현재 한 선거구당 인구 하한은 13만6600명, 인구 상한은 27만3200명이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비례 포기해야 전북 10석 유지” 지역구 의원 압박 보도 옳았나>에서 비례를 포기해서라도 전북 10석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전북 지역일간지들 보도의 한계를 살펴봤다. 전북 지역언론이 못한 부분을 더 짚어보기 위해 한강욱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의견을 들었다. 

▲ 한강욱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전북KBS 갈무리
▲ 한강욱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전북KBS 갈무리

한 교수는 전북이 현재 타 지역보다 과다대표되고 있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재 인구에서 전북의 적정 의석수는 8.7석으로 이번에 한석이 줄어 9석이 됐더라도 전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손해본다고 보긴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국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대변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 대한민국 인구 5130만3688명을 지역구 의석 253석으로 나누면 1석당 인구 20만2781명이다. 지난달 기준 전북 인구 175만1318명에 대입하면 약 8.6석이 나온다. 

농산어촌 대표성에서도 전북이 손해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 교수는 “농가 인구수를 비교해보면 전북의 농가인구는 18만9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0.5%를 차지하는데 충남은 농가인구수가 (충남 총 인구 중) 11.4%, 경북의 경우 13.5%”라며 “국회의원 1석당 인구수도 충남은 19.3만명, 경북은 19.6만명인데 전북은 17.5만명으로 전북이 과다대표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농가 대표성을 얘기하지만 논리적 정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북 지역언론에서 마치 전북이 큰 손해를 보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사실관계를 바로잡아보면 몇몇 구멍이 발견된다. 

전북KBS 토론에서 이 위원은 미국 상원은 50개 주에서 2명씩 의원을 선출해 ‘지역대표성’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전북 지역 10석 유지의 근거로 활용했다. 또 이 위원은 “16개 상임위가 있는데 전북 의원이 10명 밖에 되지 않아 각 상임위에도 다 배치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한 교수는 “엄밀히 미국은 지역대표성이라기 보다 주대표성이고 미국은 하원을 인구비례로 운영하고 있으면서 게리멘더링이 심해 행정구역과 지역구가 일치하지 않아 여러 면에서 다르다”며 “한국은 단원제 국가인데 양원제 미국식 제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각 주는 별도의 주정부와 입법·사법체계를 가지고 있어 한국의 지자체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 지난 5일자 전북도민일보 기사
▲ 지난 5일자 전북도민일보 기사

한 교수는 의석 수 유지를 제일 중요한 과제로 보는 전북 지역언론 관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 교수는 “전북 의원들이 진짜 전북의 농민·노동자를 대표하는지 그렇다면 농산어촌 지역대표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비수도권 지역구에서 여성 국회의원 당선되기가 하늘에 별따기고 전북 지역구 의원 중에도 여성이 한 명도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21대 전북 지역 국회의원은 전원 남성이다. 연령대로 보면 강성희, 김윤덕, 김성주, 신영대, 이원택, 안호영, 한병도 등은 50대이고 이상직(전직), 김수흥, 윤준병, 이용호 등은 60대다. 

한 교수는 이번에 비례 의석이 줄고 전북 의석을 유지한 것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연구를 봐도 소외된 계층의 의사를 가장 반영할 수 있는 건 비례대표제로 KBS 공론화 조사에서도 보면 소선거구제를 찬성하다가도 숙의를 거치면 비례 정수를 늘리자는 의견이 늘어나지 않느냐”며 “차라리 전면 비례대표제도가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 

끝으로 한 교수는 “대표성의 질이 중요하다”며 “전북의 의석이 늘어난다고 해서 전북 지역에 있는 노인, 청년, 여성, 저소득층 주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대변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국사회는 지역소멸을 넘어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을 벗어나 큰 단위를 대표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지역대표성만을 얘기할 게 아니라 의원들이 어떤 계층을 대변하는지 어떻게 소수자를 대변하게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정문. ⓒ연합뉴스
▲국회의사당 정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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