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훈 조선일보 회장. 사진=조선미디어 제공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 사진=조선미디어 제공 

31년 만에 조선일보 사장에서 물러난 방상훈 신임 조선일보 회장이 “숱한 곡절이 있었지만 외압에 굴하지 않은 기자들, 헌신적으로 재정 독립을 지켜낸 경영직 사원들 덕분에 정상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분들의 땀과 눈물이 어떤 권력과 자본 앞에서도 ‘할 말은 하는’ 신문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은 지난 5일 취임식 취임사에서 “100년이 넘는 조선일보 역사에서 3분의 1을 사장으로 보냈다. 뜻하지 않게 한국 언론사상(史上) 최장수 사장 기록도 남기게 됐다”면서 “그 기간 6번 정권이 바뀌고, 7명의 대통령이 집권했지만 조선일보는 최고 신문의 자리를 지켜왔다”고 자평했다. 

방상훈 회장은 “민주화 이후에도 권력은 ‘성역 없는 비판’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2001년 8월 권력은 구속영장으로 저를 시험했다.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저는 조선일보부터 찾았다. 다시 만난 기자들 앞에서 저는 옥중에서 읽었던 성경 구절을 인용해 ‘이번에 내가 구속됨으로써 한국의 언론자유가 지켜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더 없이 기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면서 “고난 속에서 저는 언론 경영자로 단련됐다”고 밝혔다. 

방 회장은 “TV조선은 명실상부한 1위 종편 방송사로 올라섰고, 조선미디어그룹의 오디언스는 신문과 TV, 인터넷을 합쳐 1300만을 넘어섰다”며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글로벌로 확대해야 한다. 특히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세계를 향해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혁명이 미디어 업계에도 덮쳐오고 있다. 틀을 깨는 아이디어가 절실하다”면서 “혁신 속에서도 조선일보가 지켜온 사실 보도의 언론 원칙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고 했다. 방 회장은 “미래 인재들을 끌어들일 파격적인 복지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퇴임 언론인이 품위를 지킬 수 있게 돕는 방안을 찾는 데도 제 경험과 지혜를 보태겠다”고 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연합뉴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연합뉴스 

8일자 조선일보 사보는 방상훈 회장과 방준오 사장 취임 소식을 전하며 ‘김대중 前 고문이 회고하는 방상훈 회장’이란 제목의 글도 함께 실었다. 김대중 전 조선일보 고문은 방 회장을 가리켜 “선대의 구식 조선일보를 21세기에 호흡하는 현대 조선일보로 변모시킨 조선일보의 원조 MZ”라고 평가했으며 “조선일보에서 방 회장이 설정한 진로는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는 원격전략이었다. 아마도 방 회장 시대에 조선일보에 근무했던 편집 간부들이 가장 많이 접했던 방 회장의 ‘주문’은 ‘누구누구 신문’이란 소리 듣지 말자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썼다. 

김대중 전 고문은 특히 “방 회장이 정작 언론인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구속과 82일간의 감옥살이였다”고 강조하며 “김대중 정권은 2001년 8월 조세포탈 혐의로 방 회장을 구속했다. 당시 조세포탈은 권력이 언제든 꺼내 들 수 있는 탄압 수단이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대북정책 특히 김정일의 서울 답방 등에 비협조적이었다. 방 회장 구속은 그에 대한 일종의 괘씸죄고 협박이었다”고 썼다.

김 전 고문은 “당시 방 회장이 신문사의 그 어느 누구도 일절 구치소 면회를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당시의 관행으로 보아 신선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그의 구속이 언론탄압이라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는 제스처였다”고 회상했으며 “우리는 방 회장에게 방 회장이 진정한 언론인으로 재탄생하는 계기라고 격려했다. 결국 방 회장은 82일 만에 풀려났고 추징금을 냈지만 정권에 굴하지 않는 조선일보의 의지를 보여줬다”고 썼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2006년 6월 회삿돈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과 벌금 25억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방 사장은 회삿돈 25억7000만 원을 사주 일가 명의로 조광 출판이나 스포츠조선 등의 계열사 증자 대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비롯해 23억5000만 원의 증여세 포탈, 법인세 1억7000만 원 포탈 등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 첫해 특별사면을 받았다. 

김대중 전 고문은 장자연 사건도 언급했다. 그는 “방 회장은 한때 술자리 모함도 받았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그를 아주 방탕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모략이었다. 이른바 ‘장자연’ 사건이었다. 정말 웃기는 사건이었다”고 썼다. 김 전 고문은 “나는 지난 30여 년간 방 회장과 수없이 술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단언컨대 단 한 번도 룸살롱이나 접대성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없다. 어쩌면 할머니로부터 받은 기독교적 윤리관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썼다. 

▲조선일보 3월5일자 1면. 
▲조선일보 3월5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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