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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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기관이 보수 성향의 시민에게 더 많이 전화를 걸어서 더 많이 대답을 들었을 뿐이다. 이런 것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라고 한다.” (황교익 씨)

최근 한국갤럽·리얼미터·미디어토마토 등이 발표하는 여론조사가 보수성향 응답자를 과표집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수 성향 응답자가 많은 것 자체를 문제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역시 최근 과표집으로 인해 문제로 지적된 여론조사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보다 오차범위 안팎으로 높게 나오면서 ‘보수 응답자가 과표집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보수 응답자가 많아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게 보이는 착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강동형 광주대 초빙교수는 3일 시민언론 민들레에 게재한 칼럼에서 “한국갤럽 2월 5주차 여론조사는 보수성향 표본이 지나치게 많아 여론조사 자체를 신뢰할 수 없을 정도다…보수 표본을 의도적으로 늘리지 않았겠지만 지나치게 많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당시 갤럽 응답자 1001명 중 보수성향은 363명, 진보성향은 256명이다.

유시민 작가는 4일 민들레에 게재한 칼럼에서 “만약 정당 지지율 우세가 여론조사의 ‘보수 과표집’으로 인한 착시 현상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며 “‘보수 과표집’으로 인한 여론조사의 왜곡은 사실로 단정할 수 없지만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최근 보수 응답자가 과표집됐다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여론조작’ 주장까지 나왔다. 황교익 씨는 페이스북에서 리얼미터와 미디어토마토 응답자 정치성향 추이를 보여주면서 “2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여론조사기관이 보수 성향의 시민에게 더 많이 전화를 걸어서 더 많이 대답을 들었을 뿐”이라며 “이런 것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라고 한다”고 썼다. 이 글은 8일 오후 현재 795개의 ‘좋아요’를 받았고, 37회 공유됐다.

▲황교익 씨 SNS 계정 갈무리.
▲황교익 씨 SNS 계정 갈무리.

하지만 응답자 정치성향 비율을 두고 이 같은 지적을 하는건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 응답자가 진보성향 응답자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론조사 결과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리얼미터·미디어토마토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응답자 정치 성향은 하루하루 달라질 수 있다”며 “보수층 응답자만 모집해 조사하진 않는다. 선관위가 이런 사안에 대해선 확실하게 모니터링을 하는데, 그런 식으로 조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디어토마토 관계자 역시 미디어오늘에 “보수 응답자가 많이 나왔다면, 그것 자체가 여론의 변화”라면서 “과거에 보면 진보성향 응답자가 더 많았을 때도 있다”고 했다. 또 이 관계자는 “여론조사 회사가 의도적으로, 혹은 조사를 잘못해서 보수 응답자를 많이 표집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여론조사 회사가) 그럴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왜 보수 응답자 비율이 유독 높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이는 정치권 상황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여론조사 응답자 정치 성향은 정치권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진보 응답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을 때도 있었다. 문재인 정권 출범 때인 2017년 5월25일 한국갤럽 조사에선 진보 응답자가 391명, 보수 응답자는 215명이었다. 남북 정상회담 후인 2018년 5월3일 한국갤럽 조사에선 보수 응답자가 207명이지만 진보 응답자는 347명에 달했다.

미디어토마토 관계자는 응답자 정치성향을 야구에 비유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LG가 잘하니 LG팬이 늘어나 보이는데, 이는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잘하니 외부로 나서는 것”이라며 “응원하는 팀이 못하면 야구 자체에 관심이 없어진다. 이 자체가 여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보수층은 여론조사에서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진보층은 덜 응답하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힘이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얼미터 관계자는 “보통 후보자는 지지자에게 ‘여론조사 전화를 받아달라’고 요청하는데, 이때의 영향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안팎에서 앞서고 있다. 리얼미터의 경우 지난달 25일 발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43.5%)이 민주당(39.5%)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높았고, 이달 3일 발표한 조사에선 국민의힘(46.7%)이 민주당(39.1%)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응답자 정치 성향은 지난달 25일 보수가 306명, 진보가 205명이다. 이달 3일 조사의 경우 보수 315명, 진보 228명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은 보합세이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1일 발표된 조사에선 양당 격차가 7%p(국민의힘 40%, 민주당 33%)였으며, 8일 조사에서 격차는 6%p(국민의힘 37%, 민주당 31%)다. 8일 조사의 응답자 정치 성향은 보수 330명, 진보 294명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화면접(한국갤럽)이나 ARS(리얼미터·미디어토마토) 모두 그런 경향을 보인다면 그런 의문(여론조작)을 제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작 주장은) 음모론인 것 같다”며 “여론조사 기관들이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성의있게 조사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표본 차이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의도적인 조작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 역시 미디어오늘에 “보수·진보 응답자가 딱 맞게끔 표집되긴 힘들다”며 “경우에 따라 보수·진보가 과표집되는 경우는 있지만, 위원회에서 비슷한 시기 발표된 여론조사를 비교해본다. 특정 여론조사가 다른 조사보다 튀는 경우가 발생하면 심의를 하는데, 최근 관련 사안으로 조치를 받은 곳은 없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단순 실수로 인한 위반 사항은 있었지만, 중대한 (법) 위반은 없었다”고 밝혔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는 모두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됐으며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여론조사 응답자는 1002명(응답률 3.7%)이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1%p다. 3일 발표된 여론조사 응답자는 1001명(응답률 3.6%)이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1%p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1일 발표된 여론조사 응답자는 1001명(응답률 15.8%)이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1%p다. 8일 발표된 여론조사 응답자는 1000명(응답률 14.4%)이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3.1%p다. 자세한 조사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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