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가 지난달 27일 한국에서 철수했다. 트위치는 백화점 방식을 지향한 타 서비스와 달리 게임에 특화한 팬덤을 겨냥해 급성장할 수 있었다. 국내 인터넷방송 업계와 게임 업계에 여러 영향을 미쳤던 서비스지만 비싼 망사용료를 이유로 국내 서비스를 축소하다 결국 철수했다. 트위치 서비스의 주요 장면을 꼽았다.

황당한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트위치

“죽는 순간까지 머리에 단 카메라를 떼지 않을 것이며 화장실과 침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포함해 모든 사생활을 생중계하겠다.” 

트위치는 괴짜처럼 보이는 이들의 황당한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트위치 창업자인 저스틴 칸과 에멧 쉬어는 자신들의 삶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라이프 로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2007년 저스틴TV라는 인터넷방송 서비스 출시로 이어진다. 인터넷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채팅도 남길 수 있었다. 2011년 저스틴TV는 게임 분야를 트위치TV라는 별도의 서비스로 분리해 출시했고 트위치는 2014년 아마존에 인수된다.

▲ 트위치 로고
▲ 트위치 로고

 게임전문 인터넷 방송의 등장

기능적 측면에서 트위치는 한국의 아프리카TV와 판도라TV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 보긴 힘들다. 트위치가 단기간에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비결은 게임 전문 서비스라는 특성에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트위치는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에서 유튜브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슈퍼팬덤의 커뮤니티, 트위치>(변혜린, 유승호 저) 책은 “트위치의 성공은 파괴적 혁신의 사례라고 부를 만하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기업이 간과한 시장에서 출발한다”며 “트위치는 누구나 보면서 즐거워할 만한 영상을 제공하지 않았다. 게임 영상만을 열광적으로 소비하는 슈퍼 팬덤을 노렸다”고 했다. 기존 인터넷방송 서비스들이 ‘종합 플랫폼’을 지향했다면 트위치는 게임 방송에 특화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많은 분야 중 게임 방송이 흥한 이유는 게임의 대중적 인기와 함께 ‘라이브방송’과 결합했을 때 큰 파급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e스포츠 경기 중계가 인기를 끄는 것처럼 뛰어난 게이머의 플레이를 볼 수 있으면서, 단순히 보는 재미에 그치지 않고 채팅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였다. 여기에 새로운 게임이 나왔을 때 리뷰를 하거나, 게임을 능숙하게 하진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걸 지켜보면서 얘기를 나누거나, 스토리가 강조된 게임을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함께 즐기는 등의 수요를 충족했다.

아프리카TV 엑소더스와 트위치 이민

2015년 트위치는 국내에 진출했는데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16년 아프리카TV ‘갑질’ 논란을 계기로 급성장하게 된다. 당시 아프리카TV는 상업방송에 관한 규제와 타 플랫폼 동시송출 금지 등 정책이 BJ(인터넷방송 진행자)들의 반발을 샀고 ‘엑소더스’라고 불릴 정도로 BJ와 이용자들의 이탈 규모가 컸다.

당시 아프리카TV의 대안으로 가장 주목 받은 서비스는 유튜브와 트위치였다. 트위치는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플랫폼으로 전세계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아프리카TV와 유사한 라이브 방송 전문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강점을 보였다. 트위치도 인터넷방송 진행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나섰다. 당시 기준으로 유튜브에 다시보기 영상을 올리거나 동시 라이브 송출을 해도 제한이 없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침착맨(이말년 작가)이나 우왁굳 등 유명 유튜버로 불리는 이들도 라이브 방송은 트위치에서 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트위치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2016년 3월 15만 명에서 2018년 2월 121만 명으로 2년 사이 8배 급증했다. 반면 아프리카TV의 MAU는 2016년 3월 289만 명에서 2018년 2월 201만 명으로 줄었다. 이후 트위치는 200만 명대 MAU를 확보해 국내 스트리밍 1위 자리에 올라서기도 했다.

인디게임 재조명하고 ‘페이커보유국’ 뽐내기도

트위치가 국내에서 주목 받으면서 게임 업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한국 인터넷방송에 세계가 주목하는 등 여러 파급효과가 이어졌다.

2017년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 SKT T1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첫 스트리밍에 동시 시청자 24만5000여명이 몰렸다. 이는 개인방송 기준 트위치 글로벌 최다시청 기록이다. 

▲ 트위치 장례식 콘셉트로 진행한 침착맨(이말년 작가) 콘텐츠 갈무리
▲ 트위치 장례식 콘셉트로 진행한 침착맨(이말년 작가) 콘텐츠 갈무리

이말년 작가는 트위치 장례식 콘셉트로 진행한 마지막 트위치 방송에서 트위치의 영향을 설명하며 “영태 형(풍월량)이 픽해와서 유행 탄 게임도 꽤 있었잖아. 개발자 입장에선 고맙지”라고 했다. 트위치에서 인기 스트리머들이 소자본으로 제작된 인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뒤늦게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사에선 신작 출시를 할 때 트위치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우선 플레이를 하게 해주거나 협찬을 하는 등의 마케팅이 일상이 됐다.

화질저하 VOD중단, 끝내 철수 

2022년 트위치는 한국 내 동영상 화질을 최대 해상도 1080p에서 720p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후 다시보기(VOD) 기능을 중단하는 등 국내 서비스를 점차 축소했고 한국 철수로 이어졌다.

트위치의 잇따른 서비스 축소는 망사용료 논쟁으로 이어졌다. 댄 클랜시 트위치 CEO는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로 인해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통신사들은 망사용료가 과도하지 않고 트위치가 사업 실패의 책임을 망사용료 탓으로 돌린다며 반발했다. 

▲  치지직, 트위치, 아프리카TV 로고
▲ 치지직, 트위치, 아프리카TV 로고

한국의 망사용료가 이례적이고 가격대가 높은 건 사실이다. 한국은 ‘발신자 종량제’(상호접속고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신자 종량제’는 데이터를 발생시킨 발신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제도로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킨 통신사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통신사들은 비용 부담을 CP(콘텐츠제공사업자)에게 전가하게 되는 구조다. 해외 기업들이 유독 국내에서 망사용료에 불만을 터뜨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위치의 행보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에 공식 출시한 서비스였음에도 파트너인 스트리머들과 이용자 편익에 반하는 개편을 일방적으로 이어왔다. 이는 국내 통신사와 망사용료 갈등을 빚어온 다른 기업과 비교해봐도 이례적인 행보였다. 트위치는 철수 나흘을 앞둔 지난 23일 VOD 서비스를 일방 중단해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쳤다며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3500만 원 등을 부과 받는다. 

이번에는 트위치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2016년 BJ들의 엑소더스 이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입지를 다져나간 아프리카TV는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네이버는 트위치와 유사한 게임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을 선보여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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