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의 재난방송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역별 거점 재난주관방송사를 지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각 지역 상황에 맞는 재난방송을 위해선 재난주관방송사로 지정돼있는 KBS의 역할을 지역별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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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국지화되는 자연재해 지역방송의 역할은?' 토론회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윤희각 부산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지화되는 자연재해 지역방송의 역할은> 토론회(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홍석준 국민의힘 의원 주최)에서 “적어도 재난 보도에선 ‘주관방송사’의 개념을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 지역별로 존재하는 위험한 재난별 요소는 다 다르기 때문”이라며 “하나의 중앙 방송사가 컨트롤타워를 맡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지역 거점 방송사 구축 및 활용, 지역방송사 공동 재난 보도를 생각해볼 때”라고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KBS가 종국적 재난 주관 방송사 역할을 수행한다면 지역별로 거점 재난주관방송사를 지정해 효율적으로 재난방송을 해야 한다”며 “재난방송 실시에 관한 자원들도 거점 재난주관방송사를 중심으로 지역방송사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재난 대처 어렵게 하는 수도권 중심의 재난방송

지역별 거점 재난주관방송사가 필요하다는 제안은 지역방송사들이 재난방송을 하며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교선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MBC지부장은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 KBS가 전국적 재난에 비해 지역적 재난에 소홀한 점은 문제다. 재난의 기준을 전국 수준으로 고려하다 보니 지역에서는 힘든 재난 상황이어도 KBS의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경미한 재난으로 볼 수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대부분 수도권 중심으로 재난방송이 이뤄지기에 지역 재난에 대한 대처와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라고 했다. 

▲  22일 토론에 참여한 이교선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MBC지부장. 사진=지역방송협의회 제공.
▲  22일 토론에 참여한 이교선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MBC지부장. 사진=지역방송협의회 제공.

이 지부장은 “이미 수도권 중심의 지상파와 종편, 보도PP는 재난방송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에 지역 재난방송 시스템의 마련이 시급하다”며 “비수도권의 재난방송 시스템이 보완돼야 하며, 인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역방송이나 지역 케이블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문성이 부족해 재난방송이 사건 사고 뉴스와 유사해지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지역 방송사의 재난방송 매뉴얼 작성 및 교육 방안 등을 점검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대형 재난이 발생할 경우 적은 인력이 전담하는 상황에서 재난보도 준칙은 고려할 겨를도 없을 정도로 현실적 어려움에 내몰리고 있다”고도 했다. 

민성빈 언론노조 부산MBC 지부장도 “취재기자들, 카메라 기자들 등 안전 문제에 대해서 신경을 줬으면 한다. 태풍 취재로 방파제에서 취재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돌아가신 분들도 있었다”며 “위험 요소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역민들에게 더 질 좋은 영상을 공급하고 싶은 욕심에 달려다니는데 위험한 상황에 많이 처한다. 사측에서 주는 안전장치는 헬멧 정도”라고 했다.

현재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만 보유할 수 있는 지역 CCTV 영상을 지역방송사도 접근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 지부장은 “KBS가 쓰고 있는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의 CCTV만 같이 쓸 수 있어도 그런 데서 확인되는 그림을 확보하려고 일부러 위험한 현장엔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22일 토론에 참여한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사진=지역방송협의회 제공.
▲  22일 토론에 참여한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사진=지역방송협의회 제공.

송종현 교수는 지난 1월 지역MBC와 지역민방을 대상으로 수렴한 지역 재난 현황과 재난방송 관련 요구사항 내용을 공유했다. ‘당사 보유 LTE(이동 생중계 장비)가 1대에 불과해 북부지역과 남부지역 동시에 재난발생 시 출동이 어렵다’, ‘태풍이 발생했으나 비용 등의 문제로 올해는 중계차가 한 차례도 출동 못했고, LTE로 대체했지만 방송장비 일부가 침수 현상 등으로 제 시간에 특보로 송출 못한 경우가 있다’ 등 장비·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 

재난방송 미실시로 인한 과태료 부과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재난관리주관기관이 수집한 재난정보를 기반으로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온라인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방송사에 재난방송 실시를 요청하고 있다. 실시하지 않을 시엔 방송사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요구하는 절대적 재난방송의 양이 많고 지역과 관련 없는 재난방송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 재난방송 요청 전달 체계. 사진=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제공.
▲ 재난방송 요청 전달 체계. 사진=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제공.

송 교수는 “지역방송의 방송권역 외에서 발생한 재난까지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 특히 라디오 매체 특성상 자막으로 표출할 수 없는 경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과태료 금액이 방송사 규모에 따라 차등화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했다. 

송장섭 UBC울산방송 경영정책국장도 “코로나19 때 자동자막송출시스템으로 울산방송으로 날아온 재난정보가 연간 2000건이었다. 그 중 3건의 문제가 발생했는데, 울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재난 방송이었다. 더군다나 규모가 작은 지역에서 세 건을 못했다고 (각각) 1500만 원을 부과하는 게 맞나”라며 “방통위에서도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몇차례 얘기했지만 전혀 고치지 않았다. 지난해 자동송출시스템으로 우리에게 날아온 게 500건이고, 직접 울산 화재 관련된 건 20건, 나머지는 결국 지역과 전혀 관계없는 재난문자를 그대로 방송한 거다. 과태료 때문에 주조 근무자들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고 전했다. 

방통위의 재난방송 강화 종합계획, 실제 시행은 의문

방통위가 재난방송 관련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실행으론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방통위는 2021년 8월 재난방송 의무사업자에 공동체라디오 포함, 지역밀착형 재난방송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재난방송 강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난달 24일엔 지역방송사에 대한 재난방송 지원 방안이 포함돼 있는 ‘제4차 지역방송발전지원계획’을 발표했다. 

▲ 방통위가 발표한 제4차 지역방송발전지원계획. 사진=방통위 자료 갈무리.
▲ 방통위가 발표한 제4차 지역방송발전지원계획. 사진=방통위 자료 갈무리.

송 교수는 “현재 이것들 중 과연 실현된 것이 어느 정도인가 의문”이라며 “특히 모든 제도나 정책이 실현돼서 실질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원을 재분배해 지원하기 위해선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재난방송 실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법령에 분산돼있는 재난방송 관련 법조항을 통합하고, 규제 중심에서 지원 정책의 균형을 반영한 법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송 교수는 해당 법령에 복수의 재난주관방송사 지정 또는 지역별 거점재난주관방송사 지정, 지역재난방송협의회 활성화와 산하 대책본부 구성의 법률적 근거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앙 정부의 책임감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재난방송이 정작 필요한 재난의 피해자들을 위한 방송이 아니라, 재난방송 중계에 그치게 되는 문제가 있다”며 “단순히 재난방송을 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 불균형으로 발생된 재해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재원이 확보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 거기에 지역방송에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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