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췌해지신 게 두 분 다 얼굴에 보이네요.”
“라이브 기다렸습니다. 태풍 소식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두분 모두 고생 많으세요. 파이팅 해주세요!”

제주MBC 유튜브 라이브 콘텐츠에 붙은 댓글이다. 16일 밤 태풍 ‘찬투’가 제주도를 강타했다. 반면 수도권은 비 소식조차 없었고, 수도권 방송에서는 태풍 소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역에선 보다 긴 시간 보도가 이어졌지만 기존 편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태풍 상황을 알기 힘든 가운데 제주MBC가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제주MBC’를 통해 철야 라이브 방송에 나섰다.

16일 저녁에 시작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은 13시간 동안 이어져 오전 8시에 끝났다. 진행을 맡은 지건보 아나운서와 김찬년 기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현장 영상을 제공 받고, 제주 곳곳의 CCTV를 보여주며 ‘동네별’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시청자의 질문에 일일이 답을 주기도 했다. 방송 시작 때만 해도 활기찬 모습의 두 진행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댓글창엔 감사와 격려 메시지가 이어졌다. 

▲ 제주MBC 유튜브 라이브 중계 화면. 왼쪽부터 지건보 아나운서와 김찬년 기자
▲ 제주MBC 유튜브 라이브 중계 화면. 왼쪽부터 지건보 아나운서와 김찬년 기자

라이브 방송이 끝난 직후 미디어오늘은 제주MBC 뉴미기어기획단 소속 김찬년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찬년 기자는 “유튜브 환경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제주MBC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아나운서, 기자, PD 등 여러 직군으로 구성된 뉴미디어기획단을 구성해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관련 기사 : 부산 시민들이 부산MBC 유튜브에 감동 받은 이유]

김찬년 기자는 “재난방송이 공영방송의 역할 가운데서도 중요하다. 방송 뉴스 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며 “부산MBC에서 유튜브 재난방송을 한 선례도 있고, 우리도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조금씩 온라인 재난방송을 시도하다가 태풍 오마이스 때 테스트 방송을 한 후 이번에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를 통해 TV 방송의 한계를 극복했다. 오랜 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었고, ‘상황에 맞는 편성’을 할 수 있었다. 김찬년 기자는 “사실 13시간 방송한다고 정해놓고 시작하지는 않았다. 시작 시간은 태풍의 직접 영향이 시작되는 때로 잡았고, 종료 시간은 태풍이 제주도를 비껴 나가는 순간까지 하기로 했다. 오전 7시에 해가 나기 시작하면서 방송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 기자들이 의외로 말을 길게 할 일이 잘 없어서 이렇게 긴 방송을 한 건 처음이다. 몇시간 할지 모르고 처음에 힘을 줘서 말했는데, 나중에는 혀에 쥐가 났다”고 했다.

▲ 제주MBC 유튜브 라이브 중계 화면
▲ 제주MBC 유튜브 라이브 중계 화면

유튜브 라이브 중계는 시청자들의 질문을 받고 구체적으로 답변한다는 점에서도 기존 방송과 차이가 컸다.  김찬년 기자는 “출근 시간에는 태풍이 어느 정도로 예상되는지, 동네별로 현황은 어떤지, 항공 결항은 어떻게 되는지, 국가별로 태풍 진로 예측이 다른데 어느게 맞는지 등 질문이 이어졌다”며 “재난 상황에서 여러 정보에 대한 욕구가 있고 이에 대한 해소가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영상을 보면 다음과 같이 시청자 질문에 진행자들이 친절하게 응답했다. 

Q. 구좌읍에 살고 있는데요, 이번 태풍 이쪽 피해가 심할까요?
A. 태풍의 특성을 보면 태풍의 눈이 아닌 주변부가 피해가 많은데요. 태풍이 멀리 있을 때는 (남쪽 지역인) 서귀포에 피해가 많고 태풍이 남쪽에 근접하면 동부, 동북부 지역의 피해가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북부인) 세화, 구좌쪽은 새벽에 많은 비와 바람이 불 거 같습니다. 그쪽에 사시는 분들은 특히 조심해야 할 거 같아요.

Q. 일본은 한 시간마다 태풍 경로를 예측하는데, 한국은 세 시간마다 예측해주고 있습니다. 왜 그런걸까요.
A. 기자들도 기상청에 많이 항의하는 부분인데요. 기술적 차이는 크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은 지진해일 등 자연재해가 한국보다 많다 보니 기상분야 예산을 더 적극적으로 투입해서 상대적으로 환경이 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방송을 보면 제주도 각지의 CCTV 화면을 띄우며 실시간 상황을 전달한 점도 특징이다. 2019년부터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운영하는 CCTV화면을 제주MBC 보도국이 제공 받아왔는데, 이 회선을 유튜브 콘텐츠 스튜디오까지 처음으로 연결했다고 한다. 제주시에서 운영하는 CCTV의 경우 즉시 녹화를 해 10분 후에 유튜브로 송출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보도국에서 협력을 잘 해주셨다. 조인호 보도국장이 적극 협력해주셔서 보도국과 스튜디오를 연결하고, 재난CCTV 등을 적극 공유 받게 됐다.” 김찬년 기자의 말이다.

▲ 제주MBC 유튜브 라이브 중계화면. 제주 곳곳의 CCTV화면을 중계했다.
▲ 제주MBC 유튜브 라이브 중계화면. 제주 곳곳의 CCTV화면을 중계했다.

영상을 시청한 구독자들은 감사를 전하는 댓글을 남겼다. 김찬년 기자는 “뉴스 자체가 서울 중심이라 더 그런 거 같다. 제주도 상황은 한 꼭지 틀어주고 말지만 우리는 제주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응원을 많이 해주신 거 같다”고 답했다.

제주MBC는 영상 중간 중간마다 다양한 기획 영상을 틀기도 했다. 제주도 태풍 상황을 중계할 때마다 왜 법환포구를 연결하는지, 그간 제주도를 강타한 태풍이 어떤 종류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영상이다. 김찬년 기자에 따르면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비교적 가볍게 볼 수 있는 영상을 사전에 제작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뒤 말을 이어갔다. “플랫폼 환경이 변했는데, 우리는 너무 늦게 갈아탔다. 앞으로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조회수나 구독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민간업체가 아닌 공영방송이기에 태풍 등 재난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빨리 라이브로 보여주는 쪽으로 제작 운영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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