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특수교사를 고소한 사건이 확산되는 과정에 언론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지난해 7월 주씨가 자폐 성향이 있는 자녀를 가르치던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는 보도를 시작으로 기사가 쏟아졌다. 주씨의 고소 사실이 공론화된 뒤 탄원서, 공소장 등을 소재로 매일같이 ‘단독’을 붙인 기사가 쏟아졌고, 장애 아동 부모와 특수교사의 대립, 진실 공방의 승패에 매몰된 보도가 양산됐다. 해결책 모색보단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 행태다.

▲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지난 1일 오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주 씨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윤유경 기자
▲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지난 1일 오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주 씨의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윤유경 기자

주씨는 지난 1일 1심 선고가 끝난 직후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과도한 언론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사건 초기 아이의 장애 증상을 부각시킨 선정적 제목의 기사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며 “그로 인해 여러 언론사가 경고나 주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론 장애 사건을 다룰 때 더 세심한 손길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3~16일 서수민·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이해수 고려대 BK21 미디어학교육연구단 연구교수, 홍윤희 장애인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안문경 학술용역연구 스콜라란 대표,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등 7명에게 이번 사건을 둘러싼 보도의 문제점과 원인 등을 들었다. 기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위 전문가들은 직함을 생략하고 표기했다.

장애 혐오 조장한 언론, 혐오 용인하는 분위기 만들어

이번 사건을 둘러싼 언론보도에서 나타난 뚜렷한 문제점은 보도로 인해 조장된 장애 혐오다. 초기부터 장애를 가진 주씨 자녀의 신상이 공개됐고, 자폐 성향 행동을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이러한 언론보도는 혐오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고, 장애 아동의 다양한 특성을 특정한 몇 가지 폭력적 행동처럼 묘사해 장애아동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했다.

▲ 주호민씨 특수교사 고소 사건 관련 언론보도 갈무리.
▲ 주호민씨 특수교사 고소 사건 관련 언론보도 갈무리.

홍윤희는 “외국에선 자폐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을 ‘신경 다양인’이라고 부른다. 이 말처럼 신경이 다양하다고 해석 해야지 틀리거나 나쁘다고 보면 안된다”며 “나는 장애아동 엄마지만 장애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이걸 비장애인들의 잣대로 판단해버리면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 이번 경우도 단적인 행동을 보고 편견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기사가 나왔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들을 그대로 가져와 제목에 넣었다”고 했다.

‘독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한다’며 공소장에 나타난 교사의 발언 전문을 단독 공개한 한국일보 보도의 문제도 지적됐다. 이해수는 “언론이 자신의 흔적을 지워 객관성과 권위를 확보하고,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책임 논쟁을 회피할 수 있는 전략일 뿐”이라며 “따옴표 저널리즘은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는 것처럼 취하면서 교묘히 언론이 특정 대상을 비난하거나 혹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싶을 때 의도를 감추려는 하나의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안문경도 “공소장 내용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 신중하게 공개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기사 '[단독] "진짜 밉상이네, 너 정말 싫어"... 주호민 아들 특수교사는 이렇게 말했다'(2023.8.2) 기사 갈무리
▲ 한국일보 기사 '[단독] "진짜 밉상이네, 너 정말 싫어"... 주호민 아들 특수교사는 이렇게 말했다'(2023.8.2) 기사 갈무리

일련의 보도에선 자극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재생산하는 인용보도의 위험성이 두드러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의 비난성 댓글, 당사자가 아닌 특정인의 자극적 발언을 인용하며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보도들이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기자의 취사선택을 거쳐 보도되는 인용보도 과정에선 사건이 왜곡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아는 “사람들의 반응은 기자가 특정한 목적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의미가 있지도 않고 부정적 혐오를 확산시킬 우려도 있다”며 “누가 맞다는 식으로 코멘트를 인용하기보단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가, 문제 해결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안 모색의 방향을 잡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수도 “댓글(게시물) 자체의 대표성이나 신뢰도, 진실성과 무관하게 여론의 추정 단서를 보도에 인용하는 것은 일회성 비난 여론을 이끄는 기사로만 끝나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문제를 ‘개인 대 개인 싸움’으로 만들어버린 프레임

언론은 ‘장애 부모 대 특수교사’, ‘장애 학생 대 특수교사’라는 대립 구도를 굳혔다. 언론보도로 굳어진 대립 구도는 사건을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 대 개인의 싸움’으로 보게 했고, 대중의 여론재판을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건의 소송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의 이슈, 장애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로 진전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언경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양측 모두 고소 외에 정상적으로 중재하고 해결할 방식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언론은) 누가 얼마나 더 잘못했을까를 대중이 여론재판으로 해결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며 보도 프레임을 만들었다. 시민들에게 ‘우리가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준 셈”이라고 했다. 김수아도 “개인 대 개인의 사건으로 비치면 독자들도 편을 들라는 요구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사회적 공론이 형성될 공간을 만들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 주호민씨의 특수교사 고소 사건 관련 언론보도 갈무리.
▲ 주호민씨의 특수교사 고소 사건 관련 언론보도 갈무리.

언론이 유명인을 대중의 공격 대상으로 삼아 수익을 올리는 현상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사회적 관심사’,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가치 판단 없이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에 대한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언론이 이번 사건을 다뤘지만, 그 이유는 사건의 중요성에 있다기보단 상업성으로 클릭 수를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서수민은 “본질은 소수자 혐오”라면서 “클릭 수에 목마른 언론사들은 두려움과 공포를 자아내는 선정적인 보도라는 검증된 공식에 의존해 이들을 먹잇감으로 만들어 무차별적으로 이용한다”고 했다. 이어 “외국에도 황색언론이 존재하지만 한국은 포털뉴스라는 환경에서 이른바 ‘바닥을 향한 경쟁’식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독특한 상황이 있다”고 했다.

‘보도 가치’를 언급하며 장애 혐오를 정당화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있다. 일례로 “주호민 아들, 여학생 앞서 바지 내려” 자막으로 장애 혐오 비판을 받은 JTBC ‘사건반장’의 언급된다. 양원보 ‘사건반장’ 앵커는 지난 6일 “장애 아동 혐오 보도라고 했는데 저희는 그런 짓 하지 않는다”며 “주씨 아들 사건을 언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갈등과 소송전의 시발점이 바로 그 사건이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 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갈무리.
▲ JTBC 사건반장 방송화면 갈무리.

이와 관련해 김언경은 “JTBC 사건반장은 수시로 이 사건을 아이템으로 다루면서 정보를 제공했지만 정작 자폐 아동의 행동을 교육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주지 못했다”고 짚었다. 안문경도 “장애아동 특이 행동이라고 서술해도 방송은 성립한다”며 “충분히 사건을 자극적으로 확대하는 데 이바지했다. 언론이 장애아동의 행동만을 부각해 그들을 기피 대상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했다.

이해수는 “장애아동의 돌발행동은 자신의 동기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인지적 기술의 부족, 환경,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맥락을 언론에선 전혀 다루지 않았다”며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 없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행동만의 묘사는 모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진실공방의 승패에서 벗어나 구조에 집중한 언론보도 필요해

전문가들은 언론이 진실공방에서 벗어나 구조와 환경을 문제를 다뤄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윤희는 “교육부와 교육청에선 어떤 조치를 취했고, 장애 학생이나 특수교사의 현실, 통합교육에 대해선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를 취재한 기사가 나와야 한다”며 “가령 주씨의 아이는 현재 홈스쿨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학교를 자퇴한 장애 학생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등 장애에 초점을 맞춘 내용들이 더 많이 다뤄져야 한다”고 했다. 

언론이 특수교육 현장에 오랫동안 누적된 어려움과 구조적 문제에 집중한다면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도 바꿔낼 수 있다는 당부도 있다. 이해수는 “장기전으로 가야 할 지향이 단일 사건 각각에서의 비판과 대안으로만 그치니 논의가 축적되지도 확장되지 못하고 늘 제자리”라며 지속적인 변화 노력을 촉구했다.

고질적인 뉴스 생태계를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제동을 걸 수 있는 제도라도 고민이 필요하다. 서수민은 “동일한 기사를 한 시간에 몇 개 이상 쓸 수 없다든지, 지나치게 과열됐을 때 노출 자제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단, 태풍 등 천재지변이나 국민의 안전, 안보 등이 관련된 기사는 제외하는 원칙도 만들면 된다”고 했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아울러 비평의 체계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수민은 “종합일간지나 일정 규모 이상 되는 메이저 언론사중 어뷰징과 선정성 지수, 제목의 자극성 등을 꾸준히 모니터하며 최악의 언론사들은 ‘이달의 최악 기자상’ 같은 것을 만들고, 개선되는 언론사는 칭찬을 하는 식”이라며 “언론 혐오에 편중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최소한 부끄러움은 느끼라는 차원”이라고 했다. 

언론사 간 활발한 비평 및 협업 필요성도 요구된다. 유현재는 “사실상 한국 언론에서 미디어 비평이 없어졌다. 방송사의 미디어 비평 코너도 사람들이 보지 않는 시간대에 편성하거나, 본인들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용도로 쓰는 언론사도 있다”며 “언론사의 구조가 자정 작용이 안 일어나게끔 형성돼 있다. 언론이 견제받지 않는 구조가 깨지지 않는 이상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마이너 등 장애 관련 이슈를 다루는 전문 언론과 다른 언론사들의 협업 필요성도 제시됐다.

홍윤희는 “장애의 다양성을 비추는 프리즘 역할을 할지 편견을 키우는 역할을 할지, 혹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꺼내서 반사해보는 거울이 될지는 언론의 판단”이라며 “언론의 순기능을 믿는다. 언론은 다양성을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이해를 돕고 사회 통합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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