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에게 돌발 장애인 차별 비유 표현 퀴즈를 내고, 돌발 퀴즈에 곤혹스러워 하는 윤재옥 원내대표에겐 대놓고 힌트를 주는 모습에 비대위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지난 19일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에서 김예지 의원은 평소 정치권이나 일상에서 자주 쓰는 ‘장애를 앓다’, ‘외눈박이 같은 견해’, ‘절름발이 행정’ 등 비유 표현의 문제점을 돌발 퀴즈로 내 비대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정치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 표현을 돌아보게 했다.

다만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이 바로 옆에 있는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문제를 내고 대놓고 힌트를 주는 유쾌한 상황에서, 한 고위 당직자가 “원내대표님 좀 전에 나갔어요”라고 농담을 하는 장면은 귀에 거슬렸다. 김예지 의원은 이 농담을 유쾌하게 “옆에서 웃고 계시다”고 넘겼지만, 윤 원내대표에게 김 의원이 힌트를 주는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을 놀리는 듯한 농담이 집권 여당 비대위에서 나온 건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이날 김예지 의원은 모두 발언에서 “언어는 민주주의와 정치를 움직이는 힘이다. 그리고 정치인은 말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미래를 제시해야 하는 책무를 가진 국민의 공복”이라며 “하지만 22대 총선을 앞두고 혐오 표현,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 이런 잘못된 비유 등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이 또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김예지 의원은 “이러한 막말과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들은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기 때문에 그분들을 선동할 수 있는 도구는 될 수 있다. 그리고 기자님들께서 아마 관심을 많이 가져주실 것 같은데, 기사에 나올 수는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굉장한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뿐만 아니라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공동체의 분열을 조장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님께서는 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라는 모욕적 발언으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우려를 높였던 적도 있다”며 “우리 당도 다르지 않았다. 모 후보님께서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을 하셔서 국민들의 우려와 실망을 일으키기도 하셨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을 이어가던 김 의원은 “오늘 이 시간에 저희 비대위와 함께 제가 올바르지 못하고 차별적인 표현을 하면 그것을 바로 잡는 그런 시간을 가져보려고 하는데 기자 분들도 함께 같이 들어주시면 좋겠다”며 먼저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돌발 퀴즈를 냈다.

김 의원은 “우선 위원장님이 제일 먼저 혹시 ‘장애를 앓고 있다’가 맞는가 ‘장애가 있다’가 맞는가?”라고 물었다. 한동훈 위원장은 “‘장애가 있다’가 맞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은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우리 진짜 많이 쓰는 말 중에 ‘외눈박이 같다’라는 이런 말 많이 쓰는데, ‘외눈박이 같은 의견’, ‘외눈박이 같은 견해’ 이런 걸 어떻게 바른말로 고쳐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웃으며 즉답을 못 하자, 김예지 의원은 모두가 들리게 “편협, 편협” 힌트를 주며 답변을 요구해 윤 원내대표를 비롯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 와중에 한 고위 당직자가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에게 “원내대표님 조금 전에 나가셨어요” 라는 농담을 했다. 김 의원은 “아니, 옆에서 웃고 계시다”고 웃으며 재차 “편협”이라고 힌트를 줬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약간 팁을 줬는데 편협된 사고방식”이라고 답하자, 김예지 의원은 “네 맞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김경율 비대위원에겐 “‘눈먼 돈’을 또 어떻게 바로 잡아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죄송합니다. 평소에 많이 쓰는 표현인데, 주인 없는 돈?”이라고 답하자, 김예지 의원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의심스러운 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에 옆에서 듣고 있던 한동훈 위원장과 김경율 위원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구자룡 비상대책위원에겐 “‘절름발이 행정’ 표현을 바로 잡아 주실 수 있느냐?”고 묻자,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따로 노는 것을 표현한 것 같은데 ‘불균형 행정’ 이 정도”라고 답했다.퀴즈를 끝낸 김예지 위원은 “국민의힘은 자기 진영에 안주하면서 상대방을 비난하는데 함몰된 정치 그리고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막말 마케팅을 하는 정치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앞으로 몇 달 동안 정말 뜨거운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사실 뜨거우면 말이 좀 더 세진다”며 “우리 국민의힘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하자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린다. 저도 김예지 의원 말씀하신 것 항상 마음에 두고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영상엔 김예지 의원의 차별 표현 돌발 퀴즈 장면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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