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쿠팡 노조가 술판을 벌였다’는 취지의 보도가 허위로 드러났음에도 ‘정정보도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조선일보와 한국경제가 법원 판결 뒤 정정보도를 했다. 기사를 올린 2022년 6월30일 이후 약 1년 반만이다. 쿠팡물류센터 노조는 “누명을 쓰고 큰 피해를 입었는데 사과 한 마디 없다”며 “참으로 허망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지난 16일 각각 2022년 6월30일자 <“술판 벌이며 쿠팡 본사 점거한 민주노총... 강제진입 시도하다 보안요원 2명 병원 이송”>, <‘[단독] 쿠팡 노조, 본사 점거하고 대낮부터 술판 벌였다’>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를 했다.

▲ 16일 나온 조선일보 정정보도.
▲ 16일 나온 조선일보 정정보도.
▲ 16일 나온 한국경제 정정보도.
▲ 16일 나온 한국경제 정정보도.

조선일보는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이 술판을 벌이고” △“농성 투쟁을 벌이는 이들이 쿠팡 본사 로비에서 술판을 벌이고” △“민노총 조합원들은 실내 공간인 쿠팡 본사 로비에서 술판을 벌이고...” △“실제로 지난 27일 촬영된 사진을 보면 대낮부터 마스크를 벗고 맥주를 마시는 민노총 조합원들의 모습이 보인다”는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는다고 공지했다.

반면 한국경제는 어떤 부분이 오류인지 명시하지 않고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재판장 송승우) 판결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공공운수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한경닷컴(한국경제)·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등 청구소송에서 정정 보도문을 게재하고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경닷컴이 공공운수노조에 500만 원, 전국물류센터지부에 100만 원의 위자료를 각각 지급하고, 조선일보가 공공운수노조에 3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던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지난 17일 엑스(옛 트위터)에 “왜곡 보도했던 한국경제신문과 조선일보가 버티고 버티다 이제서야 정정보도를 게시했다. 그런데 참 허망하다. 우리 노조와 독자들에게 사과 한마디도 없고 법원의 판결 내용이 무엇인지 소개도 안 한다”고 했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아무리 내키지 않는 정정보도라지만 이게 뭔가. 이들의 모함 때문에 우리는 누명을 쓰고 큰 피해를 입었는데 이제와 이런 식으로 보도하면 내용이 무엇이었고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는지 누가 알아보겠나. 언론의 왜곡보도에 대해 더 엄중하게 대하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쿠팡물류센터지회는 2022년 6월2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로비에서 쿠팡물류센터 폭염대책을 마련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점거 농성에 나섰다. 같은 달 30일 한국경제는 흐릿하게 찍힌 농성장 사진을 인용하며 쿠팡 본사를 점거한 노조원들이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 등도 ‘일부 노조원들이 농성장에서 술을 마셨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기사에 게재된) 두 사진은 2022년 6월27일 촬영된 것인 바, 각 사진의 캔 속 내용물은 맥주가 아니라 커피”라고 판단했다. 피고가 확보한 쿠팡 직원들이 2022년 6월26일 본사 정문에서 촬영한 사진(소주 페트병과 맥주 캔 이미지가 담긴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쿠팡 본사 건물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촬영된 것인 바, 술이 보인다는 사정만으론 이 사건 장소에서 이 사건 조합원이 술을 마셨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촬영시점이 밤이라는 점에서 “기사 제목 혹은 본문과 같이 대낮에 조합원의 음주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2022년 6월30일 한국경제가 흐릿하게 찍힌 농성장 사진을 인용하며 쿠팡 본사를 점거한 노조원들이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자 조선일보·중앙일보·뉴스1·문화일보·세계비즈등이 ‘일부 노조원들이 농성장에서 술을 마셨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다수 언론사들은 쿠팡물류센터지회 신청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 조정기일이 열리자 정정했지만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정정보도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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