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시청 13층에 위치해있던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모습. 지난달부터 이 브리핑룸은 폐쇄된 상태다. 사진=독자 제공 
▲ 강릉시청 13층에 위치해있던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모습. 지난달부터 이 브리핑룸은 폐쇄된 상태다. 사진=독자 제공 

강릉시(시장 김홍규)가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있는 시청 내 브리핑룸(프레스센터)을 없애 ‘강릉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강릉시 쪽에선 물리적 충돌 등 과한 문제제기로 시청 공무원들이 힘들어하기 때문에 브리핑룸을 없애는 게 더 공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강릉시청 13층에는 브리핑룸 또는 프레스센터라고 부르는 공간이 있었다. 시민들이 참석해 기자회견을 할 수 있고 강릉시청 출입기자들이 취재 활동을 해온 공간이다. 그러다 지난달 강릉시가 기자실을 1층으로 옮기면서 기자회견장을 없앴다. 강릉 지역에서는 김홍규 강릉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브리핑룸을 없앴다는 말이 나온다. 

강릉시 안팎에선 택시회사 창영운수 해고노동자들이 지난해 강릉시청 앞에서 농성하며 김 시장에게 항의한 일이 브리핑룸 폐쇄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1월 강릉시가 강원도 최대규모 법인택시회사인 창영운수 택시 90여대 감차를 결정하면서 대량 해고자가 발생했고 지역사회에서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강릉지역 언론보도를 보면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강릉시청 로비 등에서 문제제기에 나섰다. 8개월째 농성을 이어가던 지난해 12월6일 김 시장과 해고노동자들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노동자가 얼굴을 가격당해 부상을 입었다. 해당 충돌 이후 해고노동자는 폭행을 이유로 김 시장을 경찰에 고소했고 강릉시는 김 시장이 폭력·폭언을 했다는 공대위 주장이 허위사실유포라며 법적대응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강릉시는 공대위 측의 브리핑룸 사용을 막았다. 강릉시는 내부 규정을 들어 브리핑룸 사용을 제한했다고 설명했지만 공대위 측에선 해당 규정이 김 시장에 대한 고소 기자회견이 진행된 지난해 12월12일경 새로 만든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지난 1월에도 기자회견을 하려고 브리핑룸 사용을 신청했지만 강릉시는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 중인 사항이거나 현재 소가 진행 중인 사항”이란 규정을 들어 사용을 거부했다.  

앞서 지난해 11월27일 강릉시영상미디어센터 예산 삭감 관련해 해당 센터와 시민들이 강릉시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강릉시청 브리핑룸 사용을 신청했지만 강릉시가 이를 거부했고 결국 시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달 강릉시가 13층 브리핑룸을 없애고 기자실만 1층에 마련했다. 강릉시 쪽은 시정브리핑이나 시장 기자회견이 필요하면 대회의실 등 다른 공간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 강릉시청 1층에 설치한 기자실. 기존 브리핑룸처럼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 강릉시청 1층에 설치한 기자실. 기존 브리핑룸처럼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사진=독자 제공 

이에 강릉시의회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경난 강릉시의원은 지난달 26일 시의회에서 “시청사는 시민 세금으로 건립된 공유재산이며 브리핑룸은 시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다양한 의견과 활동을 알리는 공간”이라며 “공권력 행사자인 국가와 지자체는 정책 결정이나 업무수행에 있어 광범위하게 감시와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언론, 시민의 표현의 자유도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강릉은 연중 각종 행사와 축제가 열리고 재난재해도 잦은 곳이며 현재 예정돼있는 국제행사를 비롯해 향후 마이스 산업 육성에도 관심이 높은 만큼 강릉시는 물론 관련 기관·단체에서도 브리핑룸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며 “브리핑룸 운영 중단 조치를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브리핑룸을 이용해온 시민단체나 출입기자들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지난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시가 시민들과 꾸준히 소통을 해야하는데 유일하게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식적인 소통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에 대화도 하지 않고 듣지 않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영래 강릉시청 출입기자단 간사(CBS 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강릉은 폭설 등 재난상황이 많고 2026 ITS(강릉지능형교통체계) 세계총회 등 대규모 행사도 준비하고 있어 타 지역언론에서 강릉에 오는데 브리핑룸을 활용하면 좋지 않겠나”라며 “공무원과 청사 보호는 필요하지만 공론장이 없어지는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전 간사는 기자실 이전을 기자단에 일방 통보한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브리핑룸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면서 기자들도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출입기자단과 소통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기자실이 없어진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더니 이미 옮기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더라”라고 말했다. 

강릉시 쪽은 청사방호 차원에서 브리핑룸을 없앴다는 입장이다. 서호영 강릉시 공보과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대위에서) 욕설을 하고 밀치는 등의 일로 민원인에게 불편을 주기도 하고 청사방호 차원에서 브리핑룸을 없애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고 결정했다”며 “공무원들도 대응하느라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기자단과 기자실 이전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서 과장은 “좀 더 일찍 얘기하지 못한 건 양해해달라고 (기자단에) 말했다”며 “검토단계에서 얘기하긴 어려웠다”고 했다. ‘브리핑룸을 다시 운영할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서 과장은 “지금 상태에선 복구될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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