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심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윤석열 정권 탄생의 원인 제공자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주장해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공천에 빠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요직에 있던 인사들은 반발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1차 심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 공천이 명예 혁명 공천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의 탄생의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발언은 윤석열 정권 탄생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고,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 특히 청와대 인사들은 희생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런데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패한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 대표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상당히 부적절한 말을 했다”며 “일부 친명 지지자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공관위원장 입장에서 윤석열 정권 탄생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이번엔 빠지라는 메시지를 내는데, 지금 민주당에서 (대선 패배에) 누가 책임이 없느냐”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임혁백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1차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가 연일 화두”라며 2019년 7월 검찰총장 지명 발표를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자신이 했다고 소개했다. 고 의원은 “대선 당시 저의 검찰총장 지명 브리핑은 국민의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도 온갖 조롱과 모욕을 당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고 의원은 “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을 지명하던 당시 윤 총장은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검찰 사유화와 정치권력을 향한 본색을 드러냈다”며 “문 정권은 이러한 윤 총장을 설득하고 막아 세우기 위해 사력을 다했으나 그는 믿음을 준 이에게 배신의 칼을 등에 꽂고 떠났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합의 정치, 연대의 정치가 절실한 때에 무엇이 범진보진영의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시 정치 검찰에 불신이 컸을 때 윤석열 검사가 국회에 와서 한 행동이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들이 굉장히 참신해 보였다”며 “모두가 그런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속은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윤석열 당시 총장을 탓해야지 ‘언제가 뿌리냐’고 하기 시작하면 결론도 안나고 내부 균열은 커진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7일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당 지지자들로서는 누군가가 책임지고 석고대죄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그 문제를 놓고 심사 대상이나 컷오프 기준으로 가져간다는 (것은) 문제는 있다”며 “대선 책임을 얘기하려면 대선 백서를 만들어야지, 백서 작업은 하지 않고 패배의 책임을 묻는 일이 이번 공천에서 벌어지면 또 다른 논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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