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CBS 본부장(광주CBS 대표)이 성희롱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CBS 본사에서 감사를 받던 중 대기발령을 받았다. 

CBS는 지난달부터 김삼헌 당시 광주CBS 본부장에 대해 감사를 진행했고 지난 1일 그에게 대기발령 인사를 내렸다. 광주CBS의 한 보직간부가 김 전 본부장의 부적절한 언행을 본사 감사실에 신고를 하면서 감사를 진행했다. 

구체적인 감사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최근 CBS의 한 지역국에 대한 글이 여러 편 올라왔는데 이는 김 전 본부장을 비판하는 글로 파악됐다. 김 전 본부장이 성희롱 발언을 하고 강압적 업무지시를 내렸으며 사내에서 흡연을 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해당 게시글에 따르면 김 전 본부장은 광주CBS 전체 대화방에서 회식 메뉴가 삼겹살이라고 말한 직원에게 “너를 잡는다”라고 했고, 회식 자리에서는 한 직원에게 “술 마시니까 더 예뻐 보이려고 한다”고 했다.

CBS는 기독교방송으로 회사 예배가 있는데 김 전 본부장이 “강압적이라는 말 들으면서라도 강제적으로 해야겠다”며 “(예배에) 다 참석하라. 예외 없다”고 하거나, 간부회의 때 예배 참석하지 않은 직원은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있다. 예배 후 ‘누가 나왔네, 안 나왔네’라는 등의 김 전 본부장 언행은 ‘불참 직원을 압박한다’는 구성원 반응을 불렀다.

▲ 광주CBS 사옥
▲ 광주CBS 사옥

김 전 본부장은 일부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단톡방에 삼겹살 메뉴라고 해서 ‘너 잡겠네’라고 한 것은 인정한다”며 “농담으로 올렸으나 보여지기는 그렇게(부적절한 발언으로) 보였겠다”라고 답했다. 

‘예뻐 보이려 한다’는 발언에 대해 김 전 본부장은 “송년회 자리에서 한 직원이 평소 얼굴이 하얀데 술을 먹어 얼굴이 빨개졌길래 ‘우리 OO이 술 먹으니까 얼굴이 빨개져 버렸네, 더 예뻐졌다’라고 했는데 이게 성희롱이냐”고 했다. 그는 “나는 술도 안 먹었고 다른 여직원도 다 있는데 어떻게 성적으로 ‘야 너 이뻐 보인다’고 했겠냐”며 “그 분위기는 성희롱성 발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회사 행사 참석을 강요했다는 주장에 대해 김 전 본부장은 “회사 행사 때 (본사) 사장님이 오신다는데 항상 우리는 다른 지역국과 비교가 됐다”며 “‘다른 지역국은 전 직원이 다 나와서 행사 치르는데 광주는 안 그러느냐’고 해서 예배 후 브리핑 때 ‘제가 본부장 된 이후 처음으로 좀 강압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항상 비교가 되니 오늘 좀 많이 나와서 이미지 쇄신을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내 흡연도 인정했다. 김 전 본부장은 “전자담배를 피우는데 매일 피운 건 아니고 이런 일(속상한 일) 때문에 태운 적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서울 본사를 상대로 지역국의 권리를 지키려 한 노력, 광주CBS 일부 구성원이 대표자인 자신에게 제대로 된 보고를 하지 않는 문제 등을 거론하며 억울한 부분도 호소했다. 

김 전 본부장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며 보직사퇴서를 제출한 광주CBS 소속 A씨는 미디어오늘에 건강상 이유 등을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했다. 

▲ 광주CBS 로고
▲ 광주CBS 로고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지부장 김중호)는 지난 2일 조합원들에게 “김 전 본부장은 다수 사원을 향해 ‘성인지 감수성’을 견지하지 못한 발언과 부적절한 행동이 있었다는 고발에 따라 감사실의 감사를 받아왔고, 회사는 감사 결과 고발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과 합치한다는 판단에 따라 인사명령(대기발령)을 내렸다”고 알렸다. 

CBS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김진오 CBS 사장은 노조 간부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자신이 인사를 잘못했다”고 인정하며 전체 직원들에게 공식 사과했고, 피해자에 대한 심리치료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노조는 “회사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비교적 신속히 대처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향후 대책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했다. 

노조 성평등위원회는 사측 대책과 별도로 전 사원을 대상으로 사내 성인지감수성 실태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CBS 내부에선 본사가 문제를 인지한 뒤 빠르게 조치했다는 평이 나온다. CBS 홍보 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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