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바이든-날리면’ 1심 재판 결과를 보도하면서 재판부와 소송을 제기한 외교부, 대통령실 입장은 자세히 보도한 반면 패소한 MBC와 언론현업단체들의 목소리는 기사에 제대로 담지 않아 자사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비판 받았다.

지난달 12일 KBS ‘뉴스9’은 <‘바이든 VS 날리면’… “MBC, 정정 보도하라”> 기사를 보도했다. KBS는 2022년 9월22일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대화를 마친 윤 대통령이 한 발언을 자막 없이 들려준다. 이어 박장범 앵커는 “여러분 어떻게 들리시나요?”라고 물었고 ‘바이든은’이라고 자막을 쓴 MBC가 패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와 외교부, 대통령실 입장은 자세히 다뤘으나, MBC와 이번 판결을 비판하는 언론현업단체들의 목소리는 담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방영된 KBS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TV비평 시청자데스크’의 비평과 분석 코너인 ‘뉴스비평 줌인’ 진행자 한상권 아나운서는 “KBS 9시 뉴스 모니터는 작년 12월30일부터 올해 1월15일까지 진행됐다”며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보도에 대해 법원이 ‘MBC는 정정보도를 하라’는 판결을 내놨다. 이와 관련된 뉴스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판결 내용과 처분 이에 대한 법원의 이유 등은 상당히 자세하고 정확하게 정리됐다고 말할 수 있다”며 “그런데 판결을 둘러싼 맹점들이 있었다. 이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다”고 운을 뗐다.

유현재 교수는 본인과 일반인 모두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전문가의 음성 판단에서 ‘판독 불가’ 결론이 났다. 이 말은 전문가들이 결론을 유보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원고가 원했던 정정보도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저도 그렇습니다만, 일반인들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어떻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다뤄졌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KBS가 해당 판결에 반대 목소리를 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언론 현업단체에서도 밝혔듯 이 사건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역사적 판결이 될 것이라는 성명서나 의견이 전혀 다뤄지지 않아서 이 부분이 아쉽다”며 “반대 의견을 갖는 주체들에 대한 물리적인 배려는 언론의 소중한 책임이자 특히 지상파 언론의 굉장히 중요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패널인 박성순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도 “MBC 패소사건이기 때문에 MBC 의견보다는 재판부의 의견, 정부의 의견이 더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MBC의 의견이라든지 다양한 다른 반대 의견들이 조금 적게 들어가지 않았나 비판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짚었다.

박성순 교수는 이어 “가장 크게 아쉬웠던 부분은 저널리즘적 해석이 전혀 없었다는 부분”이라며 “단순한 판결이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사와 정부의 정보보호에 대한 부분이 갈등을 이루고 있는 부분이다. 언론사 입장에서 저널리즘적 시각으로 언론의 자유라든지 아니면 보도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해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또 “KBS는 이 보도를 할 당시 MBC 음성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들리냐는 식의 보도 행태를 취하고 있다. 과연 이런 부분이 시청자들이 객관적으로 사안을 판단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 많은 이견이 있을 것 같다”며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고, 단순히 흥미 위주로만 받아들이게 하는 게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상권 아나운서는 “두 분 교수님 모두 저널리즘적인 관점에서 짚어볼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는 지적을 해주셨다”고 말하며 ‘바이든-날리면’ KBS 보도 비평을 마무리했다.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를 듣는 프로그램으로 보도 기능이 있는 방송사는 주당 60분 이상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한다.